- 주민 “인근 주택가 악취 못 참아”
- 부지변경 난항, 장기표류 우려

부산 동래구가 비만 오면 침수돼 자연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된 온천천 카페거리 일대에 배수펌프장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자 일대 주민이 강하게 반발한다. 장마철 침수 위험이 큰 상황에서 반발 여론이 장기화하면 사업이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 동래구 온천천 카페거리 일대가 과거 많은 비로 침수된 현장. 동래구 제공

동래구는 최근 안락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안락·서원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 주민설명회를 열었다고 30일 밝혔다. 이날 설명회는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두고 주민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는데, 설명회 도중 대부분 주민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퇴장하면서 파행됐다.

일대 주민은 설치 예정지가 온천천 카페거리 인근 주택가로, 이곳에 시설이 들어서면 악취 등 피해가 발생해 카페거리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반발한다. 주민 A 씨는 “다른 구에서 설치한 펌프장 앞을 지날 때면 악취가 코를 찌른다. 그런 시설을 하천 내부가 아닌 주택가와 상권 인근에 설치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펌프장 설치 예정지와 온천천은 직선거리로 약 100ｍ 떨어져 있다.

첫 주민설명회부터 파행되면서 자칫 사업이 장기 표류할 우려를 낳는다. 구는 추가 설명회와 홍보 등을 통해 주민에게 다시 사업을 안내하고 설득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과정이 길어지면 예정된 사업 기간이 더 늦춰질 수 있다. 더욱이 구는 애초 온천천 내부에 펌프장을 설치하는 안으로 기본설계를 했으나, 행정안전부 심의 때 하천 단면을 축소시킬 경우 침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현재 예정지에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만큼 부지 변경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사업은 2022년 5월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된 안락·서원지구의 상습적인 침수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으로 2027년까지 496억9200만 원을 투입, 배수펌프장 설치와 함께 일대 관로를 증설 및 정비하는 게 골자다. 이곳은 2014년과 2020년 등 실제 침수 피해를 겪었다. 현재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 단계로, 배수펌프장은 1분당 120ｔ 규모의 배출용량으로 계획됐다.

구 관계자는 “주민 여론을 최대한 수렴해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