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으로 평생직장을 보장받았던 그리스 공무원들의 '좋은 시절'이 이번 경제위기로 100년만에 막을 내리고 있다.

그리스 공무원들의 호시절이 시작된 것은 공무원 해고를 금지하고 노동조합 결성을 합법화한 지난 1911년의 헌법 개정부터이다.

19세기 말부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인들이 제멋대로 수많은 공공부문 일자리를 자기 사람으로 채워넣는 바람에 쫓겨난 공무원들이 수십년 간 항의 시위를 벌여온 성과였다.

그러나 공무원이 '안전한 피난처'로 계속 남으면서 팽창을 거듭해 작년 정부 센서스에 따르면 그리스 전체 노동인구 약 420만명 중 약 5분의 1이 공공부문 근로자일 정도로 비대해졌다.

해안경비대 직원 바실리스(46)는 "내가 공무원이 된 1989년에는 올리브유나 양고기·생선 통조림 한 통만 건네 주면 나라에서 일자리를 얻었다"고 회상했다.

바실리스는 "그때 이 사람들을 절대 모두 고용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하룻밤 새 모든 것을 잃고 있다"고 한탄했다.

특히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1981~1989, 1993~1996 재임)의 사회당(PASOK) 정권은 공공부문을 확장하고 관대한 복지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하지만 그의 장남인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현 총리는 그리스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사회주의 이념을 내려놔야 하는 처지가 됐다.

현 정부는 유럽연합(EU)·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긴축 정책의일환으로 올해 말까지 공무원 3만명을 정리해고하는 등 2015년까지 공공부문 인원 15만명을 감축할 방침이다.

또 정부 기관 수십 개를 폐지하고 공무원 임금 체계를 개편, 평균 임금을 20%까지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당장 문제는 헌법으로 금지된 공무원 정리해고를 밀어붙이기 위해 합법적인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해고 대상자들의 소송 사태로 정부가 정리해고로 절약한 예산보다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코스타스 파나고풀로스는 "공공부문 해고는 금기"라며 "지금까지 누구도 이 사안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고 이러한 조치에 필요한 준비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의 반발도 거세 조합원 250만명을 거느린 공공·민간부문 노조는 이달 중두 차례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집권 사회당은 내부 저항과 지지기반 이탈로 여론조사에서 야당에 뒤처지고 있다.

이에 대해 그리스 싱크탱크 엘리아멥의 테오도레 쿨룸비스는 "이러한 과정은 고통스럽기 때문에 정부를 주저하게 만들 것"이라며 "그러나 이러한 희생들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보내기 위해 개혁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27년간 일했다는 한 공무원은 "우리가 전혀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고 정부가 공공부문을 정리하고 싶으면 이제 그렇게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정부가 여전히 사람을 뽑고 있는 등 인력감축이 정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분개했다.

한편 그리스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재산세·소득세를 늘리는 등 새로운 세금들을 쏟아내면서 어려움에 처한 가구들을 에게 이를 납부할 돈을 융통해 주는 은행 대출 상품까지 나왔다.

30일 이 상품을 출시한 현지 은행 유로뱅크는 이 대출을 이용해 여러 세금을 한꺼번에 납부하면 세액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상환 기간은 최대 5년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