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로 다가온 '국제여성의 날'을 맞아 지구촌 곳곳에서 여권 신장을 다짐하는 가운데 인도 북동부 메갈라야 주 카시 부족들 사이에서는 역으로 기죽은 남자들의 남권 신장 호소가 애처롭다.

카시 부족 내에선 매사에 여자가 우위에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여자가 대접받는 세상이다.

SRT라는 단체를 조직하고 남권 신장 운동에 나선 사업가 케이트 파리앗(60)은 "분만실에서 남아가 태어나면 '됐어! 어떻게 되겠지'라는 위로의 말 뿐이지만 여아가태어나면 좋다고 찬사의 소리가 터져나온다"고 개탄했다.

카시 부족의 규율에 따르면 막내딸이 부모의 전 재산을 상속받는다. 딸이 없으면 양녀를 들여 유산을 상속한다. 유산을 상속받은 딸은 부모가 사망할 때까지 모셔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된다.

남자는 결혼하면 처가살이를 해야 하고 자녀들은 엄마 성을 따르게 되어 있다.

이 같은 모계 전통은 수천 년 동안 지속됐는 데 최근 이를 바꿔 보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름이 파리앗이라는 남성은 "이곳에서 남자들은 새끼를 낳는 황소에 불과하다.

누구도 남성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으며 남성은 어떤 결정에도 관여할 수도 없다"면서 모계사회 제도가 남자들을 크게 위축시켰다고 성토했다.

그는 "남자들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기 때문에 무엇이든 쉽게 쉽게 생각하고 자칫하면 마약이나 술에 빠지고 결국에는 단명하게 된다"고 말했다.

카시 남자들은 결혼상대로 인기도 없어 카시 부족 여성들은 다른 부족 배우자를선호하는 경향도 있다고 파리앗은 한탄했다.

불쌍한 남자들은 지난 1960년대 남권 신장 운동에 나섰으나 한 집회장소에 여자들이 칼을 들고 나타나는 등 흉흉한 분위기 속에서 꼬리를 내리고 만 역사가 있다.

지난 1990년에 출범한 SRT도 아직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관습법이다. 부족 관습법이 헌법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녀의 권익 문제에서 대립이 있을 때는 여권 신장이라는 대전제에 따라 여성 편이 유리했다.

여권이 하늘을 찌르는 세태 속에 성비는 남자 1천50명에 여자 1천35명이다. SRT는 법적 투쟁은 엄두도 낼 수 없는 현실에서 남권 신장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인쇄물과 책자를 나눠주는 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조짐은 거의 없다며 한숨만 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