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새 교황(왼쪽에서 네 번째)이 13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바실리카 성당의 중앙 발코니에서 광장에 모인 가톨릭 신자들에게 교황 피선 소감을 얘기하고 있다. 바티칸시티 AP 연합뉴스

- 전 교황 비밀문서 유출 이후
- "권력 유혹 떨쳐내야" 공감대
- 유럽중심 '보수' 우려도 작용

- 교회 안팎 원활한 소통·협력
- 잇따른 성추문 사태 해결 등
- 새 교황이 해결할 과제 산적

가톨릭 교회 제266대 영적 지도자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새 교황(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76)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4개나 따라붙는다. 그는 가톨릭 교회 2000년 사상 첫 미주 대륙 출신 교황인 동시에 중세 이후 처음으로 비유럽권에서 선출된 교황이다. 비유럽권 교황은 731년 선출됐던 시리아 출신의 그레고리오 3세가 마지막이었다. 그는 또 예수회 출신 첫 교황이자 '프란치스코'란 즉위명을 사용한 첫 교황이다. 1534년 이냐시오 데 로욜라가 창설한 예수회는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교황을 배출하지 못했다. 즉위명 역시 그동안 비오, 레오, 그레고리오, 베네딕토, 요한, 바오로 등이 많이 쓰였다.

이번 교황 선출에 이런 신기록들이 창출된 데는 변화를 바라는 가톨릭 교회 내부의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티리크스(바티칸의 위키리크스)'로 불리는 부패·비리·추문 등을 담은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비밀문서 유출 사건 이후의 개혁 요구다. '바티리크스'는 가톨릭 최상층에서 어떻게 부패와 권력투쟁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본격적으로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조지프 토빈 추기경은 최근 이와 관련해 "많은 선행과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황청의 효용에 흠집을 낼 수 있는 구조나 관행들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톨릭 성직자들의 잇따른 성 추문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주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미국에서 벌인 여론조사 결과 미국 가톨릭 신자들은 교단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성 추문을 꼽았다. 여성권익 신장 역시 당면 현안이다. 그동안 가톨릭 내부에서는 여성 성직자 임명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피임으로 대표되는 여성의 사생활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판단을 내려달라는 목소리도 커져왔다.

이런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영성 수련과 헌신을 생활 태도로 삼는 예수회 출신이면서 청빈으로 유명한 성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이어받은 점은, 교황 선출에 참여한 추기경들 사이에서도 권력의 유혹을 떨쳐내야 가톨릭이 도약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새 교황이 첫 연설에서 "오늘부터 시작하는 교회의 여정"이라는 말을 넣으며 신도들에게 "각자의 성직자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당부한 점은 이같이 산적한 문제들을 교회 내외부의 원활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해결하자는 당부의 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톨릭 신자가 가장 많은 남미에서 교황이 선출됨으로써 앞으로 가톨릭 교회의 중심이 유럽에서 남미 등 비유럽으로 이동할지도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12억 가톨릭 신자 중 45%가 중남미에 거주하고 있다. 새 교황의 조국인 아르헨티나는 전체 인구 4000만 명 중 가톨릭 신자가 70%를 넘는다.

유럽 중심 가톨릭 교회의 보수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새 교황 선출을 계기로 어떤 형태로든 바티칸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프란치스코 새 교황이 가톨릭 교회의 개혁과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 어떤 지도력을 발휘할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