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본격적인 미국 경제 회복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양적완화(QE·quantitative easing) 등 시중에 돈을 풀어 건설 경기 등을 부양함으로써 일자리를 만들어내 실업률을 끌어내리려는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또 주요 은행에 대한 감독 기관의 정기적인 '스트레스 테스트'(재정 건전성 검사)가 금융 안정성 및 탄력성을 높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조지아주에서 한 연설에서 "지금 미국 경제는 4년 전보다 훨씬 튼튼해졌지만 우리 모두가 좋아할 상황과는 확실하게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그의 이번 발언은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완연해 중앙은행인 연준이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거나 시중에 풀린 돈을 다시 빨아들일 공산이 크다고 월가 일각에서 전망하는 가운데 나왔다.

연준은 매월 850억 달러의 채권을 사들여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는 3차 양적완화(QE3) 조치를 당분간 지속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버냉키 의장도 지난달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아직 실업률이 7.6%로 여전히 높다면서 당분간 양적 완화 기조를 이어가겠다고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FOMC 이사 대부분 채권 매입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상당히 기여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실업률을 끌어내리려는 노력이 아주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월가 일각에서는 최근 경기 회복 기미가 완연한데다 실업률이 꾸준히 낮아지는 점을 들어 연준이 인플레이션 부담을 줄이고자 양적 완화 규모를 축소하거나 시중에푼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고 FOMC 회의에서도 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한 고용 지표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이 7.6%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일자리가 고작 8만8천개 늘어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나 연준이 당분간 경기 부양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또 이날 연설에서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고 나서 2009년부터 시행되는 주요 국내 은행에 대한 연례적인 스트레스 테스트가 위험을 감지하는데 도움이 되며 은행 산업을 더 건전하게 하는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금융 감독ㆍ규제 당국에도 아주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테스트 결과는 지난달 발표됐으며 18개 은행 중 한 곳을 제외하고는 가혹한 리세션(경기 후퇴)이나 금융 시장의 지각 변동에 견딜 준비가 잘 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냉키 의장은 "스트레스 테스트가 투자자들이 가장 열망하는, 은행 손실 전망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해준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