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벤 버냉키 의장의 퇴임 전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동에서 소규모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착수를 결정한 것을 두고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결자해지'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회동에 앞선 시장 전망은 엇갈렸지만, 내년 초에나 양적완화를 축소하기 시작할 것이란 쪽에 무게가 실렸다.

버냉키는 18일(현지시간) FOMC 회동 후 가진 마지막 정례 회견에서 자신의 퇴임이 이번 결정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면서 일각에서 제시되는 결자해지 분석을일축했다.

그는 금융 위기와 이로 말미암은 미국의 '대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이례적인 장기 초 완화를 시작한 장본인이다.

버냉키는 그러면서 테이퍼링 착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후임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 부의장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본인의 '결자해지' 의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 전문가인 손성원 캘리포니아 주립대 석좌교수는 버냉키가 물러나면서 후임자의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총대를 멨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 정치권이 2014-2015 회계연도 예산안에 합의한 것도 연준 결정에 변수가 됐을 것이란 지적이다. 워싱턴발 불안 요소가 해소됨으로써 버냉키의 결단이더 쉬워졌을 것이란 얘기다.

연준에 대한 미 의회의 압박 가중도 지적됐다.

연준을 관장하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제프 헨사링 위원장은 지난주 "연준(정책)을 본격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원금융위원장을 역임한 5선의 공화당 중진인 리처드 셸비 상원의원도 "연준의초 완화가 전례 없는 것"이라면서 "인플레가 촉발될 실질적 위험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연준이 독립 기구이지만 의회가 정책을 점검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옐런에 대한 상원 전체 회의 인준 표결이 이번 주말로 다가온 상황에서 의회가 이처럼 초 완화 손질을 압박하는 것이 버냉키에 부담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도널드 콘 전 연준 부의장까지 지난주 워싱턴DC 패널에서 "연준의 포트폴리오가무한대로 늘어날지 모른다는 걱정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제러미 스타인 연준 이사도 기업 채권을 비롯해 일부 여신시장에서 "과다한 위험 감수 조짐이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연준의 자산 매입 규모가 지난 11일 현재 기록적인 3조 9천900억 달러에 달해 3차 양적완화가 시작된 지난해 9월보다 1조 1천700억 달러가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이처럼 연준 포트폴리오가 급증하는 데 대한 연준 내부와 미 의회의 우려가 크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강조했다.

버냉키에 대한 정치적 부담은 미국 바깥에서도 제기됐다.

알레샨드리 톰비니 브라질 중앙은행장은 지난 10일 자국 의회에 출석해 미국의 테이퍼링이 빠를수록 세계 경제에 가하는 충격이 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준이 시장과 분명하게 소통하는 것도 테이퍼링 충격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질은 버냉키가 지난 5월 양적완화 축소를 처음 시사한 후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특히 휘청거렸던 나라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앞서 연준이 테이퍼링 조기 실행 여부와 관계없이 "시장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뉴저지 시티 소재 헤지펀드인 리버티뷰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릭 멕클러 대표는 로이터에 연준이 이런 십자포화 때문에 "마침내 오랫동안 붙이고 있던 반창고를 떼어 냈다"면서 그러나 환부는 여전하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