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길에 오른 이라크 모술 주민들이 11일(현지시간) 이라크 북부 쿠르드지역 아르빌의 한 국경검문소 앞에서 줄을 서 있다. 이라크에선 최근 급진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수니파 국가건설을 목표로 공격을 확대해 무술, 티크리트 등지를 장악했다. EPA 연합뉴스

이라크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가 이라크 북부 지역을 장악하고 남쪽으로 세력을 빠르게 확장하면서 내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알카에다에서 퇴출당한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는 10일(현지시간) 정부군과 교전 끝에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장악한 데 이어 하루만인 11일 살라헤딘 주의 티크리트까지 장악했다고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보도했다.

이로써 ISIL이 이라크 중앙정부 관할 지역 중 30%를 사실상 장악했다. 여기에 키르쿠크 주 남부 등 4개 주에서 정부군과 ISIL의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ISIL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축복받은 침략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라크 정부는 전날 시민들에게 무기와 장비 지원을 약속하며 민병대 구성을 촉구한 데 이어 이날 북부 쿠르드자치정부에 협조를 요청했다.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의회에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 이라크 의회는 12일 긴급회의를 열어 비상사태 선포를 결정했다.

ISIL이 모술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상자 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총 인구 180만 명 중 50만 명이 피란길에 나섰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ISIL은 이라크 최대 정유시설이 있는 티크리트 인근 바이지의 일부도 장악했다고 알자지라와 CNN 등이 현지 경찰을 인용해 보도했다. 모술에서 남쪽으로 200㎞ 떨어진 바이지의 정유공장은 바그다드를 비롯한 이라크 전체에 석유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정유시설 외에 주요 유전이 남쪽에 몰려 있어 ISIL의 남하 속도에 따라 석유 생산과 세계 원유 거래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또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관계자는 바그다드와 키르쿠크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바이지의 발전소를 ISIL이 손에 넣었다고 전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이라크 정부 지원에 나섰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은 ISIL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이라크 지도자들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고,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 역시 "이라크 정부 및 지도자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수준에서 이라크 정부를 지원하는가 하는 것이다. 군사적으로 이라크 사태에 재개입할지 말지가 핵심이다. 무인기(드론)든 다른 형태의 공습이든 군사적으로 개입할 경우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3차 이라크 전쟁으로까지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이 공습보다는 이라크 군사력 강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1일 "3차 이라크 전쟁은 시작됐다"며 미국의 군사개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번 사태를 "테러 공격"이라 규탄하며 ISIL을 알카에다 제재 리스트에 추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