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 "원흉은 미국·협력 중단" 반발
- 가스 등 '에너지 전쟁' 확산 우려

우크라이나 사태와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 사건의 책임문제를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를 전방위로 압박하자, 러시아는 26일(이하 현지시간) "EU와의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천명하고 서방을 상대로 보복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측의 대립이 가스수급과 관련한 '에너지 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국제정세와 세계경제에 예기치 못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5일 우크라 사태와 관련해 15명의 개인과 18개의 법인을 상대로 자산동결과 여행금지 조치를 부과하는 등 고강도 추가제재를 단행했다. 이로써 우크라 사태로 인한 EU의 제재 대상은 개인 87명, 법인 20곳으로 늘어났다.

러시아는 우크라 사태의 책임이 미국에 있으며 EU와는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우크라가 친러 분리주의 세력을 탄압하도록 미국이 부추기고 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외무부는 또 "EU가 미국과 함께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내리는 것은 대량 살상무기확산 금지, 테러리즘, 범죄단체의 새로운 위협 등 러시아와의 안보에 대한 협력을 완전히 단절하겠다는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양측의 이 같은 대립은 서로 물러서기 어려운 '강 대 강'의 기싸움 성격을 띠고 있어 갈수록 격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과 EU는 이번 기회에 푸틴 러시아 정권의 패권확장 행보에 확실한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인식 속에서 제재의 강도와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당초 EU 집행위에 이번 추가제재 발표안보다 훨씬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EU 회원국 내부의 이견으로 수위가 조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26일 "말레이 여객기 피격사건을 계기로 미국 행정부 내에서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러시아의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는 기류가 팽배해있다"며 "가스프롬 등 러시아가 가장 중시하는 국영 에너지기업들을 상대로 초고강도의 제재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간 대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았던 한국도 서방으로부터 제재동참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