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페이지 전격 게재배경 촉각
일본 대미 공공외교의 총본산 격인 사사카와 평화재단의 데니스 블레어 이사장이 아베 신조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를 '책임 회피로 일관한 실망스러운 문서'라고 강력히 비판한 것으로 30일(현지시간) 밝혀져 워싱턴D.C. 외교가에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국가정보국장 출신으로 대표적 '지일파'로 꼽히는 블레어 이사장은 아베 총리가 지난달 전후 70년 담화를 발표한 당일 작성한 '논평' 성격의 글을 최근 사사카와 재단 홈페이지에 전격적으로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사카와 재단은 A급 전범 용의자 출신인 사사카와 료이치가 설립한 워싱턴 정가의 핵심 싱크탱크로, 일본 관련 세미나와 콘퍼런스를 직접 주관하거나 후원하면서 워싱턴 내 '친일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이 재단의 블레어 이사장은 지난 4월 말 워싱턴D.C.의 최고급 호텔에서 지일 및 친일파 인사 400여 명이 집결한 가운데 당시 미국을 방문한 아베 총리를 초청해, 토론회를 개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블레어 이사장은 올해 초 한 세미나에서 "일본이 과거 식민지 시대 끔찍한 일을 저질렀지만, 한국도 베트남전 때 아주 무자비했다"고 주장한 문제적 인물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그가 아베 담화를 직설적으로 비판한 논평을 작성하고, 이를 뒤늦기는 했지만 사사카와 재단 홈페이지에 전격으로 게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블레어 이사장은 논평에서 아베 총리가 "'우리는 역사의 교훈으로부터 미래를 위한 지혜를 얻어야 한다', '무고한 사람들에게 우리나라가 헤아릴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끼쳤다'고 했지만, 일본이 과거사를 정면으로 직시하고 타국에 자신이 그렇게 했음을 확신시키는 데서 20년 전 무라야마 담화에 크게 못 미쳤다"고 총평했다.
이어 블레어 이사장은 "짧은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의 잘못된 과거 식민지배 정책을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과 사죄를 표현하는 강력한 문장들로 이뤄진 게 특징"이라며 "그러나 장황하고 두서없는 아베 담화는 너무 많은 주제를 다뤄 그 메시지를 분산하려는 변론문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블레어 이사장은 "아베 담화는 참으로 실망스러우며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자들을 교육하고, 다른 나라를 안심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며 "우리는 일본의 지도자들이 일본인들이 자국의 과거사를 보다 더 잘 이해하는 데 적극적인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