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아 공습 보복…4개월 전 예고

- 佛 반군 문제 개입 등 불만 표시

- 존재 과시와 공포감 극대화 노려

공포영화 '13일의 금요일'이 프랑스 파리에서 현실화됐다.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도심 6곳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난 테러로 15일 현재까지 사망자는 129명, 부상자는 352명에 이르렀다. 이번 테러는 세계 제2차대전 이후 프랑스 내에서 일어난 최악의 참사다.

이번 테러는 도심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보안이 삼엄해 뚫기 어려운 유명 관광지 대신 테러범들은 허술한 외곽지를 택했다.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장소인 바타클랑 극장의 생존자들은 인질극이 벌어진 직후에도 "보안요원들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할 정도였다. 8만 명이 몰렸던 프랑스·독일 축구 친선경기가 열린 스타디움은 보안이 철저해 미리 제지당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테러의 배후로 이슬람 극단주의인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지목됐다. IS는 참사 직후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히며 자축하는 메시지를 SNS에 올렸다. 

세계 곳곳에서 연쇄 테러를 일으키는 IS의 이번 타깃은 왜 파리인가. 지난 9월 이후 강화된 러시아 미국 프랑스 등 서방국의 시리아 공습이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소극적이던 국제군의 공습이 본격화하자 수세에 몰린 IS가 테러로 반격에 나섰다는 것이다. 특히 국제유가 하락으로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시점이어서 국제적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할 필요가 있고, 사람들의 체감 공포를 극대화하기에는 파리와 같은 주요 도시가 적격이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IS는 지난 7월 동영상을 통해 "파리 거리가 시체로 뒤덮이게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거사일을 서양인에게 공포의 날로 인식되는 13일로 잡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그뿐 아니라 13일은 3년 전인 2012년 이날 프랑스가 IS와 대적 중인 시리아 반군 시리아국가평의회(SNC)를 시리아의 합법 정부로 인정한 날이었다. 

산발적인 테러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IS라는 '괴물'을 누가 키웠느냐 하는 점도 이제는 되짚어봐야 할 문제다. 부산외대 이성수(아랍어과) 교수는 "리비아 공습에는 그렇게도 적극적이었던 서방국이 '석유가 없다'는 이유로 시리아 내전에는 미적거리며 초기 학살에 눈감았던 것이 결과적으로 IS라는 국가 형태의 테러단체를 키우고 힘을 실어준 꼴이 됐다"며 이번 사태에 국제사회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