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9시 프랑스 파리 11지구의 유서 깊은 공연장 바타클랑 극장에서는 미국 록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의 공연이 시작됐다. 1500석의 객석에는 젊은 관객부터 10대 자녀와 함께 온 50대 관객까지 가득 차 있었다. 밴드의 공연이 50분쯤 이어졌을 때 어디선가 "탕! 탕! 탕!" 하는 여러 발의 총성이 들려왔다. 금요일 밤 평화로운 록공연장이 9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최악의 유혈 현장으로 뒤바뀐 순간이었다.
AFP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9시 40분 무렵 검은 폭스바겐 폴로 자동차에서 내린 괴한 3명이 바타클랑으로 난입했다. 시끄러운 음악 탓에 관객들은 공연에 집중하다 테러범들이 허공과 객석을 향해 여러 차례 총을 난사한 후에야 사태를 파악했다. 생존자인 실뱅 라바양(42)은 AFP통신에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 남자 2명이 자동소총을 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들이 허공에 총을 쏘는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바닥으로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고 전했다.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테러범 중 한 명은 아랍어로 "신(알라)은 위대하다, 시리아를 위해"라고 외치고 "너희들이 시리아에서 우리 형제들을 죽였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거의 15초 간격으로 한 발씩 총성이 들렸다고 전했다. 뱅자맹 카즈노브는 인질로 잡혀있을 무렵 페이스북에 "난 아직 바타클랑에 있다. 안에 생존자들이 있다. 그들이 모두를 죽이고 있다. 한 명씩 한 명씩. 곧 1층이다!"라고 구조를 요청했다. 종교와 국적을 물어보고 살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칠레 국적인 다비드 프리츠 괴팅거(23)는 "괴한 중 한 명이 나에게 총을 겨누고 신을 믿느냐고 물었다. 내가 '신을 믿는다. 칠레인이다'고 답하자 살려줬다"고 했다.
관객들이 모두 안전하게 대피한 것은 2시간 30여 분이 지난 이튿날 새벽 0시 20분 경찰이 들이닥치고 괴한이 폭탄 조끼를 터뜨려 자폭한 이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