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1920년 이후 처음 1면에 사설을 싣고 총기규제 강화를 역설했다.

NYT는 '총기 창궐'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잔혹하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살인하려는 목적으로 설계된 무기를 민간인이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국가적 수치"라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동부 샌버나디노시에서 발생한 총기난사로 14명이 숨지고 21명이 부상한 지 사흘 만이다.

이 신문은 총기규제 반대론자들의 논리를 하나씩 짚으면서 "살인자들이 프랑스·영국·노르웨이처럼 엄격한 총기 법이 있는 곳에서도 불법적으로 총을 얻는다는 지적은 옳다"며 "그러나 이들 국가는 최소한 노력이라도 하는데 미국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또 "오히려 정치인들은 장래의 살인자들에게 총기시장을 만들어줘 그들의 범행을 사주하고, 유권자들은 이런 정치인들이 자리를 보전하도록 허용한다"고 비판했다.

NYT는 이와 함께 "총기를 분명하고 실효성 있게 규정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며 물론 이런 종류의 무기를 소유한 미국인이 동료 시민을 위해 이를 포기하도록 하는 일도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YT는 "미국이 품위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기에 대선 기간보다 좋은 시기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며 사설을 마무리했다.

이 신문이 1920년 마지막으로 1면에 실었던 사설은 워런 하딩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데 대한 혹평을 담은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