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게이클럽에서 12일(현지시간) 새벽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이 미국 대선정국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이번 사건의 성격과 원인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파장이 다른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트럼프로서는 정치적으로 이득을 노릴 수 있는 '호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건을 오바마 행정부의 대 테러 정책이 실패한 근거사례로 활용하며 오바마와의 정책적 차별화를 선명히 드러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나아가 클린턴을 향해 '오바마=클린턴'이라는 식의 프레임을 내걸어보다 효과적인 공세를 펼 수 있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급진 이슬람 테러주의자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이 옳았다고 축하하는 지지자들에 대해 "나는 축하를 원하지 않는다. 나는 강인함과 경각심을 원한다. 우리는 현명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실질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클린턴은 정치적 대응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현 정부의 테러대응 체계에 큰 허점을 드러낸 이번 사건이 클린턴의 선거캠페인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클린턴은 트위터에 "끔찍한 행위로 인해 영향을 받은 사람들과 내 마음은 함께 한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클린턴은 테러 대응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동시에 '총기규제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는 미국총기협회(NRA)의 공식 지지를 받는 트럼프에 맞불을 놓는 의미가 있다. 클린턴은 신원조회를 통과한 사람만 총기를소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신원조회 자체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트럼프는 "더 많은 사람이 총을 갖고 있었으면 (사건을) 피할 수도 있었다"며 "정직하지 않은 힐러리가 집권하면 여러분의 총을 빼앗을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만약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슬람 공포증'이 미국 사회 내에 번지면 대선민심에 어떤 식으로든 투영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로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슬림 일시 입국금지'와 같은 기존 공약의 정당성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