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이사를 했다. 10년 살았던 일본 도쿄 집에서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중고를 구입할 생각이 있었는데, 시간이 절박해 임대아파트를 찾았다.

낯선 곳에 사는 게 내키지 않아 가까운 지역에서 이사갈 집을 물색했다. 전철역에서 걸어서 5, 6분 거리의 아파트를 인터넷에서 집중적으로 검색했다. 회사 다니는 딸을 편하게 하려는 부모의 심정으로 그렇게 했다 그런데 한 달 임대료가 당초 상정했던 12만 엔으로는 어림없었다. 15만 엔 정도의 아파트가 대부분이었다. 12만 엔이든 15만 엔이든 별다른 소득이 없는 퇴직자 신세로는 부담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조건에 맞는 집을 몇 군데 들러보고 이번에 이사한 아파트를 택했다. 한 달 임대료 13만5000엔에다 관리비 9000엔. 크기가 60㎥ 밖에 안되지만, 전철역에서 걸어서 5, 6분 거리이다. 큰 길가여서 어두운 밤길을 안 걸어도 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장소는 케이오 라인 '로카코엔'역 근처. 아파트가 많지만 비교적 늦게 개발돼 그런지 역 근처에 군데군데 밭이 남아 있다. 매매가격이 1억 엔을 넘을 듯한 아파트가 즐비해서 노인네들이 많이 사는가 싶었는데, 젊은 부부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30대쯤으로 보이는 젊은 엄마들이 자전거 앞뒤에 애들을 태우고 거리를 질주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흐뭇해진다. 일본사회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4명 가운데 1명이 65세 이상 고령자란다. 앞으로 더욱 심화돼 2025년에는 5명 가운데 1명이 75세 이상이 된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젊은 부부들과 애들을 많이 보는 것이 기쁠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대기아동문제가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대기아동이란 보육시설이 모자라서 입소를 기다리는 어린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일본정부는 내년 말 '대기아동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고, 지자체마다 큰 힘을 쏟고 있기도 하다. 이사온 수기나미구는 긴급대책까지 내놓고 있다. 보육시설이 확충되면 그만큼 일을 하는 여성들이 결혼도 하고 아이를 가지는 데 부담을 덜 느끼게 된다.

젊은 여성들뿐 아니라 고령자들도 일본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주역의 하나다. 필자는 내년에 만 65세가 되고 소위 고령자 대열에 끼게 된다. 부산에서는 연세가 높으신데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을 사귈 수 있었다. 그분들을 본받아서, 단지 비싼 아파트 임대료 충당 목적만이 아니라라 새로운 삶을 위해 활동해 나갔으면 하는 생각이다. 고령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면서 자기 활동을 하는 것은 개인은 물론이고 나아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길이 될 것이다.

객원특파원 sm62j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