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는 지난달 24일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사람들이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만큼이나 싫어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뉴욕 타임즈와 CBS의 공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0%가 클린턴은 자기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64%는 솔직하지 못하고 신뢰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그녀가 대중의 미움을 받는다는 사실은 모순처럼 보인다. 지난해만 해도 인기가 70% 가까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기사를 쓴 데이빗 브룩스는 클린턴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살펴보면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브룩스는 "당신은 클린턴이 여가시간에 무엇을 하고 노는지 아는가"라고 물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여가 시간에 농구와 골프를 즐긴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클린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얼마나 프로페셔널한가이다. 그녀의 남편은 미국의 전 대통령이고, 인맥을 이루는 거의 모든 친구는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녀가 지금까지 대중에 보여준 것은 전문 정치인이다. 최근 그녀의 선거캠프에서 나온 '투쟁가'라는 자전적인 비디오는 전반부에서 젊을 때의 활동 등을 흑백사진으로 보여주며 친근한 이미지를 줬다. 하지만 현재의 클린턴으로 넘어가면서 한치의 오차도 없을 것 같은 투쟁가로서의 클린턴을 비쳐줬다.

이런 클린턴의 이미지는 일중독자라고 여기는 대중적 이미지와 대동소이하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바늘에 찔려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다지 친해지고 싶지 않다. 더욱이 오늘날처럼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이 알지못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현대인들에게 있어 클린턴처럼 권력지향적이고 계산적인 사람은 그다지 믿을만하지 못하다는 이미지를 준다. 현대인들은 자기가 알 수 있고 다가갈 수 있으며 동시에 리더십까지 갖춘 지도자를 선호하는 듯하다. 어딘가 어수룩한 것 같기도 하고, 일을 하지 않을 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성찰할 줄 알고, 취미생활을 즐기는 등 사람 냄새가 나야 더 신뢰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역시 그런 지도자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미국 스톡턴대학 철학과 교수 by663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