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연방총리는 최근 밴쿠버를 방문한 자리에서 "해외에서 흘러들어온 자금이 부동산시장을 교란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토와 밴쿠버의 집값이 연간 20% 안팎이나 오르는 등 비정상적 급등세를 보인 데 대해 정부가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의 기회조차 얻지 못할 위기에 몰린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의 불만에 총리가 직접 언급에 나선 것이다.

	확장하는 방안이 제시된 김해공항- 영남권 신공항에 대한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을 벌여온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과 국토교통부는 21일 신공항 건설 대신 현재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진은 최근의 김해국제공항 활주로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캐나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트뤼도 총리는 "우리 정부가 어떤 정책을 시행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 것이다. 지역 간 차이 때문에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의 이 같은 언급은 토론토와 밴쿠버에 대한 규제를 섣불리 발표했다가 다른 지역의 부동산 경기를 크게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숨어 있다. 드넓은 캐나다에서 양대 도시를 제외하면 캘거리나 몬트리올 핼리팩스 등 다른 도시의 집값은 정체돼 있다. 이처럼 민감한 부동산 문제를 풀기 위해 트뤼도 총리는 밴쿠버의 시민운동가들과 부동산 전문가, 지역 정치인 등과 라운드테이블 토론회를 열었다. 머리를 맞대고 도출 가능한 결론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신공항 문제와 비교할 때 캐나다 부동산 이슈의 민감도는 훨씬 떨어진다. 그럼에도 정부가 어떤 정책을 결정할 때 얼마나 고심하는지, 국민들의 목소리에 어떻게 귀를 기울이고, 그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확연하게 대비된다. 신공항 문제의 핵심은 지역주민을 깔보는 정치인들의 행태다. 정부 관료들의 영혼 없는 무소신 행정도 한몫했다.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결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결론이 도출되기까지 10년 내내 까발려진 것은 불투명한 용역 절차와 표를 구걸하는 정치인들의 속임수뿐이라는 점이다.

신공항은 부산시민이 제안해 시작된 이슈다. 2004년 김해공항을 출입하면서 썼던 '위기의 김해공항' 상중하 기획시리즈(7월)와 '김해공항 시골공항 전락할 판'(4월 1일 자) 기사를 검색해보니 12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조금도 변한 게 없다는 사실만 확인된다. 그 당시 기사는 "김해공항은 30~40분 거리에만 약 6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밀집해 있다. 최근에는 전라도와 경북 일부 지방에서도 김해공항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연간 공항 이용객이 800여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김해공항이 받는 것은 푸대접이다. 올 초 김해공항이 정부에 신청한 예산 755여억 원 가운데 절반이 여수 울진 등과 함께 지방공항이라는 이유로 깎였다"고 보도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가 "김해공항은 동네슈퍼에서 대형마트로 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장담하건대, 확장 추진 과정에서 수시로 예산이 깎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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