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더위가 한창 기승이다.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의 최고기온이 32.9도였고 오사카 후쿠오카 등지에서는 35도를 웃돌았다. 올해는 그날이 토왕 소의 날이며, 일본에서는 장어요리를 먹는 습관이 있다. 유래를 알아보니 에도시대에 제철이 아닌 장어를 판촉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시발이란다. 장어는 겨울에 기름기가 있어 더 맛있다지만 습관 탓인지 여름에 장어구이를 먹으면 더위를 이겨낼 수 있을 것 같기만 하다. 요새는 통신판매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전문식당에서 가게주인이 땀투성이가 되면서 숯불로 구운 장어를 덮밥으로 해서 먹는 것이 제일인 것 같다.

그렇게도 더운 어느 날, 규슈를 갔었다. 기타규슈시에 있는 규슈국제대학교에서 강연을 하기 위해서다. 규슈국제대학교는 이름 그대로 글로벌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고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도 많다고 한다. 강연 주제는 한일 간 교류의 과제와 전망. 여러 번에 걸친 한국 근무의 경험을 토대로 해서 한일 간 교류가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서로를 자연스럽게 접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점, 부산 주재 때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였으나 민간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각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각종 교류에 임해 달라는 얘기를 했다.

뒤이어 학생들의 패널 디스커션(토론)이 마련되었다. 한국에서 온 유학생 2명, 한국 유학 경험을 가진 일본인 학생 2명이 나와서 발표를 했다. 실제 와보니 인식이 달라졌다. 한국사람들의 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앞으로도 자기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 나가겠다 등의 얘기들이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일반 시민을 포함한 많은 청중 앞에서 일본말로 당당하게 발표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그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으리라 믿는다.

강연 속에서 언급한 바, 필자는 요새 '한일 이해를 향한 길'이란 책을 읽는 중이다. 양국 식자들의 대담책인데 이런 말이 나온다. "구라파에서는 같은 계통의 말을 서로 배움으로써 자기 나라 말과 문화를 심화시키고 풍부하게 만든다. 같은 계통의 말을 배우는 매력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많은 일본의 젊은이가 그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1983년에 이 책이 나온 이후 양국에서 한국말 일본말을 배우려는 사람이 어느 정도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은 어림도 없다. 더 많은 사람, 특히 젊은이들이 같은 계통의 말을 배우는 매력을 마음껏 즐기고 그 행복을 누렷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객원특파원 sm62j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