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순도 알루미늄괴·APT 등
- 대량파괴무기 원자재 수출 혐의
- 세컨더리 보이콧과 차이 있지만
- 美 법무부 처벌 땐 파장 훨씬 커
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핵 프로그램 개발 관련 물자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중국 중견기업 집단인 '랴오닝훙샹그룹'을 겨냥해 공동 조치에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양국의 이번 공조는 북한의 지난 9일 5차 핵실험 강행 이후 북한 정권뿐 아니라 북한을 돕는 제3국의 기업 은행 단체도 직접 제재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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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왼쪽)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뉴욕을 방문한 리커창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법무부 소속 검사들이 지난달 중국 베이징을 두 차례 방문해 중국 당국에 훙샹그룹 자회사 '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와 이 기업 창립자이자 대표인 여성 기업가 마샤오훙(45)의 북한 관련 범죄행위에 대해 알렸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경찰은 해당 기업과 마 대표 등의 자산 일부를 동결했다. 법무부는 이를 토대로 조만간 법적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가 받는 혐의는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 지원 활동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날 공개된 아산정책연구원과 미의 안보 분야 연구기관인C4ADS의 공동연구에 상세히 드러나 있다. 아산정책연구원과 C4ADS의 공동연구 결과물을 보면 이 회사는 2011년부터 5년간 중국에 1억7100만 달러(약 1913억 원)어치를 수출했다. 여기에는 적어도 민간은 물론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는 이중용도 물품 4종류가 포함됐다. 해당 물품은 99.7% 고순도 알루미늄괴를 비롯해 텅스텐의 최종 가공품인 암모늄파라텅스테이트(APT), 산화알루미늄, 3산화텅스텐 등이다. 이 물품은 모두 미사일은 물론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같은 대량파괴무기 제조 과정에서 중요하게 쓰일 수 있는 원자재들이다.
관심은 양국의 이번 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 제재 공조가 어떤 차원에서 이뤄졌느냐 하는 점이다. 공조의 성격에 따라 대북 제재에 대한 미중 양국의 향후 협력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공조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 제재라는 점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세컨더리 보이콧과는 차이가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미국의 독자 제재 카드다.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자금줄의 봉쇄를 위해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이나 금융기관까지 광범위하게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재무부의 행정적 조치다.
하지만 이번 양국의 제재 공조는 특정 개별기업을 겨냥한 법무부 차원의 사법적 조치다. WSJ 보도대로 미 법무부가 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를 직접 처벌할 경우 그 파장은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기업은 국적 불문하고 언제든 추적해 직접 처벌하겠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중국의 조치가 미국과의 대북공조 강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중국이 구체적 혐의가 드러난 자국 기업에 대한 처벌에 협조하는 동시에 미국 주도의 유엔 안보리 제재 확대에 제한적으로 협조하려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 대신 미국은 중국이 추가 대북 제재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제재 수위와 관련해 다소간의 여지를 남겨두는 한편 중국 기업을 직접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의 전면 시행도 유보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유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