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들어서 연일 찬 바람이 사납게 불었다. 며칠 전에도 다시 찬 바람이 불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그 바람을 일본말로 '고가라시'라고 하는데 이제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낌 직하다. 그래도 11월에는 하늘이 쾌청하면서 비교적 따스한 날씨가 계속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도쿄 근교 사이타마 현 히가시마츠야마시에서 '일본 스리 데이 마치'라고 하는 일본 최대 규모의 워킹 대회가 열렸다. 전국 각지,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하루 약 3만 명, 연인원 8만여 명의 워커들이 참가했다. 3일간에 걸쳐 유치원생부터 70, 80세 노인네들까지 5~50㎞ 코스를 자기 체력과 기호에 따라서 걸었다. 히기시마츠야마와 그 인접 지역은 완만하게 이어진 구릉과 넓게 펼쳐진 들을 갖추고 있어서 나무가 우거진 산과 계곡, 군데군데 들풀이 꽃핀 들과 강변, 감나무가 심어진 마을 길을 걸으면서 늦가을 날씨를 즐길 수가 있다.
사실 걷기에는 필자가 주재했던 제주도나 부산이 더 알맞지 않나 본다. 제주도는 오름과 곶자왈, 그리고 돌담으로 둘러싸인 밭과 마을 길을 걷는 것이 일품이다.
부산은 대도시이면서 산과 바닷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큰 매력이다. 필자는 남천동에 살았는데 주말 시간 나는 대로 뒷산인 금련산과 황령산에 오르곤 했다. 성지곡이나 이기대, 산복도로도 즐겨 다녔다.
필자의 경험으로 봐서 워킹이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활발한 것 같다.산에 오르다 보면 열심히 걷는 한국 사람들을 흔히 볼 수가 있다.
히가시마츠야마 워킹대회에도 많은 한국 사람이 참가했었다. 한 팀은 '조선통신사 한일 우정 워크' 멤버들이다. '조선통신사 한일 우정 워크'란 2년마다 한국 사람들과 일본 사람들이 같이 어울리면서 서울에서부터 도쿄까지 조선통신사가 다녔던 길을 50일을 들여서 걷는 걷기 행사다. 필자도 지난해 4월 경남 양산에서 부산 동래까지 같이 걸어본 일이 있다. 이번 히가시마츠야마 워킹대회 때 양측 멤버들이 친목 모임을 하기도 했다.
같이 걷는 것이 교류의 한 방법이겠다. 더군다나 우호와 평화의 상징인 조선통신사가 다녔던 길을 같이 걷는 것이 큰 의미를 지닐 것이다. 내년 4월에 10년째 행사가 열리게 된다. 일부 구간 참가도 가능하니 많은 관심을 바라마지 않는다. 그리고 일본 각지에서 매년 크고 작은 워킹대회가 개최됨으로 걷기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의 참가를 기대해 본다.
필자는 언젠가 해파랑길을 부산에서 고성까지 걷고 싶은 생각이다. 또한 일본 사람들에게 제주도나 부산 등 한국의 자연과 문화가 숨 쉬는 멋진 길을 소개하고 걷기를 권장하는 일을 해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