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 형 김정남 씨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된 것과 관련,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 씨가 신경작용제 VX에 사망한 것으로 최종 결론지었다.

28일 현지 경찰은 맹독성을 띠는 탓에 일반적으로는 사용과 반입이 금지되는 VX가 말레이시이 현지에서 제조됐을 가능성은 물론, 암살 배후로 지목한 북한의 '외교행낭'을 통해 해당 독극물이 반입됐을 정황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까지의 조사 상황을 놓고 보면 '제조설'보다는 '반입설'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복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VX는 대량살사용 화학무기로 전환될 수 있고, VX 합성시 발생하는 독가스나 마지막 공정에서의 열처리 등을 감안하면 제조가 여의치 않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용의자로 지목된 이들이 콘도 등 보통의 숙박시설에서 묵은 데다 현장 조사에서도 VX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고개를 드는 '반입설'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북한 측 외교행낭 활용 여부다.

국제법상 외교행낭은 주재국(말레이시아) 정부는 물론 제3국이 그 안을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어떤 물건을 숨겨 드나들기에 안성맞춤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외교행낭을 이용해 마약이나 위조지폐, 국제거래가 금지된 동물 뼈 등을 밀수하는 데 사용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외교행낭이 악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 씨 암살 사건이 발생한 지난 13일 이전 시점을 중심으로 반입된 북한 외교행낭 목록을 확인하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