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피살당한 북한 '비운의 황태자' 김정남이 시신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지난달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된 김정남은 말레이와 북한 간의 타협 과정에서 진상규명도 못한 채 화장돼 한 줌의 재로 뿌려질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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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연합뉴스) |
말레이 당국은 그간 주권이 걸린 사안이라며 김정남 암살 사건을 수사해왔으나, 북한의 방해와 중국 등의 비협조로 북한 소행이라는 물증을 확보하지 못하자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의 중문 매체 중국보(中國報)는 27일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남의 시신이 전날 오후 쿠알라룸푸르 외곽의 화장장으로 옮겨졌으며 시신을 화장한 뒤 북한측 특사에게 전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말레이는 물론 북한 당국이 이와 관련해 확인하지 않고 있으나,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선 김정남 시신이 이미 화장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양국이 협상을 벌여 화장한 시신 인도 문제를 포함한 김정남 암살 사건 마무리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하려는 북한과 차후 엉뚱한 잡음을 차단하려는 말레이가 선택할 최선의 방법이 화장 처리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말레이 당국은 그동안 김정남 암살을 실행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여성을 조사해왔으나 북한의 배후를 구체적으로 규명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신을 북한에 넘기기를 꺼려왔다.
이미 부검을 통해 김정남이 화학무기로 분류되는 VX신경작용제에 살해됐다고 규명한 결과마저 부정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말레이 당국은 중국 등 관련국에 협조를 요청해 진상규명을 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유일하게 체포했던 북한 국적자 리정철은 증거불충분으로 풀어줘야 했다.
현광성 등은 치외법권 지역인 북한대사관에 은신하면서 수사는 난관에 봉착했다.
북한 입장에서도 핵심 증거인 김정남 시신 화장은 나쁘지 않은 결과다.
북한 당국은 김정남 암살 직후 부터 시신 부검을 차단하면서 화장을 요구해왔다.
북한은 이번 사건이 어떻게 종결되든 '김정남이 아닌 김철 사망' 주장과 더불어 사인도 심장마비라는 주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에서 최희철 부상과 리동일 대변인 등이 지난 25일 쿠알라룸푸르에서 말레이 당국과 비공개 협상을 가졌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