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등 2000여 건 사이버 테러
- 전문가들 "'킬 스위치' 없는 변종"
- 제2의 '워너크라이'사태 가능성

러시아와 유럽의 공공기관과 기업, 금융기관이 27일(현지시간) 동시다발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일부 시스템은 장애를 빚거나 가동이 중단됐다.

이날 사이버 공격은 우크라이나를 시작으로 러시아, 덴마크, 영국, 프랑스 등에서 거의 동시에 확인됐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는 정부 주요 부처와 은행, 기업의 컴퓨터 전산망이 대규모로 해킹공격에 노출되면서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정부 전산망과 키예프 국제공항·지하철, 은행권 등이 공격을 받아 시스템이 장애를 일으켰다.

우크라이나 중앙은행과 일부 국영은행, '우크르에네르고' 등 전력기업, '우크르텔레콤' 등 통신기업, 미디어 그룹이 해킹 목표물이 됐다. 장애가 발생한 은행에서는 지점 영업과 현금지급기 가동이 중단돼 우크라이나 국민은 큰 불편을 겪었다.

우크라이나에 있는 사고 원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도 이번 해킹공격의 희생양이 됐다. 체르노빌 발전소는 이번 공격으로 방사능 감지 시스템이 중단돼 현재 수동으로 방사능 수치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 전문가들은 해킹공격이 발생한 27일 정오까지 100개가 넘는 우크라이나 기관들이 랜섬웨어 공격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로스네프티사는 사이버 공격 사실을 알리면서, "공격을 받아 정지된 컴퓨터 화면에는 '300달러를 송금하면 복구 키를 제공하겠다'는 통지문이 떴다"고 공개했다. 러시아에서는 로스네프티 외에 러시아 철강 기업 예브라즈도 해킹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국적 기업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유럽에서는 덴마크의 세계 최대 해운사 A.P.몰러머스크, 영국의 광고기업 WPP, 프랑스 제조업체 생고뱅 등이 대대적인 공격에 노출됐다. 머스크는 컨테이너 터미널 17곳이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제약기업 머크도 해킹 공격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해커들은 컴퓨터 사용자의 파일을 암호화해 기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뒤 암호 해독 키를 제공하겠다며 돈을 요구하는 '랜섬웨어' 방식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30만 대 이상의 컴퓨터를 감염시키며 큰 피해를 낸 '워너크라이'도 랜섬웨어의 일종이다.

보안업체 카스퍼스키는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2천여 건의 피해사례가 집계됐다며 피해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집중됐지만, 미국과 독일, 프랑스, 영국 등도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미국 등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이번 랜섬웨어 공격이 지난달 전 세계를 강타한 '워너크라이'보다 강력해 수개월간 지속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랜섬웨어는 워너크라이와 유사한 점도 있지만, 확산을 저지하는 '킬 스위치'가 없는 강력한 변종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