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무가베(왼쪽)과 무가베 그레이스. AP연합뉴스

무가베 그레이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남편 무가베를 배경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무가베 그레이스는 불과 7일 사이에 짐바브웨의 실권자로부터 가장 증오하는 인물로 상황이 달라졌다.

무가베 그레이스는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컬러풀한 의상 차림으로 국회를 드나들고 국영 항공사로부터 보잉 767기를 징발해 두바이로 쇼핑여행을 떠났던 실권자로부터 이제는 주민들이 가장 혐오하는 기피 인물로 전락한 것이다.

그동안 연로한 남편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아 짐바브웨의 후임 대통령이 되려던 야심 찬 꿈도 일순간에 거품이 됐다. 무가베 그레이스는 남편 무가베의 장기 집권을 도모하면서 한편으로 자신이 직접 권력을 승계받는 ‘탐욕’을 꿈꾸다 결국 악몽의 반전을 맞이했다.

지난 2012년 무가베의 후계자로 인기가 높던 조이스 무주루(女)를 에머슨 음난가그와의 도움을 얻어 축출한 후 자신이 집권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의 여성연맹 위원장을 맡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역시 남편의 유력 후계자로 부상한 음난가그와를 제거하려다 반대로 자신이 제거되는 역풍을 맞게 된 것이다. 93세의 남편에 비해 40여 년이나 젊은(52세) 그레이스는 특권과 호사로 점철된 지금까지의 생활에 비춰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일간 텔레그래프는 22일 전망했다.

무가베를 축출한 짐바브웨 군부는 앞서 무가베가 사임을 거부하자 그를 처벌하고 재산을 몰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국 그가 사임하면서 당분간 그의 신변과 재산을 보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레이스는 무가베가 운영해온 요구르트와 아이스크림 등을 생산하는 유업회사 등 가업을 운영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유업회사 자체가 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그레이스가 경영수완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무가베가는 유업회사 외에 특권층을 상대로 한 사립학교와 보육원 등을 윤영하고 있으나 권력의 끈이 떨어진 무가베의 학교에 유력층이 자제를 보낼지도 의문이다. 무가베와 그레이스 부부는 일단 자신이 소유한 초호화 저택으로 물러날 것으로 보이나 과연 이들이 주민들의 증오에 둘러싸인 채 하라레에 머물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아들들이 머무는 인접 남아공으로 갈 수도 있으나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외교면책 특권이 없어진 만큼 남아공 당국으로부터 처벌 가능성도 있다.

무가베 그레이스는 앞서 아들과 어울린 한 현지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됐으나 면책권을 내세워 남아공 법정을 피해 귀국했다.

이러한 상황인 만큼 그레이스는 향후 행보를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남편 무가베가 살아있는 한 당국으로부터 일부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나 무가베는 내년 2월이면 94세가 된다.

따라서 그레이스의 앞날은 조만간 판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정세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