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정상회담 이후에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비핵화 절차를 거칠지 주목된다. 북한 비핵화 과정의 핵심은 국제사회의 검증이고 이 과정에서 북한과 미국은 불가침 조약, 한국전쟁의 종전 선언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북한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를 약속했다”며 “미국과 국제사회가 포함된 많은 인력을 투입해 북한의 비핵화를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보유 핵무기를 해체하고 외국으로 안전하게 반출하되 이 과정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핵보유국들이 감시를 해야 하며 최소 5곳으로 추정되는 우라늄 농축 시설,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원자로를 폐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류 사회는 북한의 핵무기 뿐 아니라 대량파괴무기(WMD)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 일간지인 뉴욕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해 최소 9개 분야를 검증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핵무기와 관련해서는 핵무기 해체, 우라늄 농축 중단, 원자로 불능화, 핵 실험장 폐쇄, 수소탄 연료생산 중단, 전폭적인 국제사찰단 수용 등 6개 분야를 꼽았고, 핵무기 외에도 대량파괴무기인 탄저병을 비롯한 생물학 무기, VX 신경작용제를 비롯한 화학무기, 중·장거리 미사일 폐기 등 3개 분야도 포함됐다.

북한은 이에 대한 대가로 완전한 체제 보장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다음 정권까지 유효한 ‘불가역적인’(Irreversible) 체제 보장을 얻어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 합의’(JCPOA)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뒤집힌 것을 본 김 위원장으로서는 불가역적인 체제 보장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북 체제안전보장의 일환으로 “조만간 실제로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제 보장의 첫 단추로 꼽히는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시작으로 ‘북미 수교’로 이어지는 로드맵이 거론된다. 미국이 적대국이었던 중국, 베트남과 수교한 전례에 비춰보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무엇보다 미국 상원이 움직여야 한다. 미국 행정부가 협상한 타국 정부나 국제기구와의 협정은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비준된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행정부와 북한과의 약속은 미국의 정권이 바뀌더라도 뒤집히기 어렵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