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합의문에 논란의 CVID 명기 빠져
- 트럼프 “양보 아니다, 北 의지 담겨 있어”

12일 ‘평화와 고요’의 섬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닻이 올랐다. 그러나 평화의 배가 순항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아 보인다.

적에서 동반자로…마침내 화해의 손 맞잡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발목을 잡은 과거’를 이겨내고 70년간 적국으로 지내왔던 미국의 수장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날 오전 9시(이하 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역사적인 세기의 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140여 분의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진행했으며, 이어 업무오찬을 한 뒤 공동합의문을 채택하고 서명식을 했다.

합의문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한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한다 ▷4·27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고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작업을 진행할 것임을 약속한다 ▷신원이 확인된 전쟁포로 및 전쟁 실종자 유해의 즉각 송환 및 수습을 약속한다는 등 네 가지로 구성됐다.

서명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포괄적 문서이고 양측이 만족할 만한 결과”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오늘 역사적인 이 만남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서명을 하게 됐다.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북미 합의문에는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서 ‘검증’과 ‘불가역적’이 빠진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sation)’로 표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동시 조치를 수용하는 것으로 양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해 “완전한 비핵화는 상당히 오래 걸릴 것”이라면서 미국과 국제사회 모두 북한의 비핵화 검증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질문이 거듭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양보가 아니다. 합의문을 봐라 이것보다 더 확실한 게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합의문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서명 이후 김 위원장이 나에게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파괴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20분부터 20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고 북미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공적 결실을 봐 한반도는 물론이고 세계의 평화를 위해 큰 토대를 놓았다”고 평가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무진에서 이루기 어려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