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은 ICBM 폐기 등 비핵화 방안
- 美는 투자확대 등 상응조치 담아
북미가 이달 말 북미 정상 간 2차 핵 담판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12개 이상’으로 가르마를 탄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세부 내용과 향후 조율 상황이 주목된다. 북미가 남은 기간 ‘스티븐 비건-김혁철 라인’의 실무협상을 통해 이들 의제에 대해 어느 정도 이견을 좁히고 접점을 마련, ‘북한 비핵화-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려내느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북미 실무회담의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사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의원 외교 활동을 위해 방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사안에 대해 의제는 합의했다”며 12개 이상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내세운 원칙은 이번에는 만나서 협상을 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양국 입장을 확인하는 것이었다”며 “의제는 동의했지만, 협상을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견을 좁히는 것은 다음 회의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6∼8일 평양 담판을 통해 두 정상의 회담에서 논의될 의제들을 추리고 각자의 ‘패’를 내보인 것을 토대로 각 의제에 대한 실질적 논의에 들어가는 ‘진짜 협상’은 내주 재개될 실무회담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북한 비핵화-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라는 큰 그림 속에서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리게 될 의제별로 그 내용을 조율하고 선후 관계 등을 풀어내기 위한 북미 간 밀당과 로드맵 도출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따라서 비건 특별대표가 언급한 ‘12개 이상의 문제’는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합의사항을 그 항목별로 세분화해 구체적 이행방안을 담은 것으로 관측한다. 비건 특별대표가 문 의장과 여야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12개 이상의 문제’를 거론하며 “싱가포르 선언 이행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과 맞닿아 있다. 즉 ‘영변 핵시설 폐기→핵무기 및 영변 외 시설 등에 대한 포괄적 핵신고→완전한 핵폐기’ 등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을 구성하게 될 비핵화 실행조치들과 제재완화, 체제보장 등과 관련된 미국의 상응 조치들을 ‘12개 이상’의 범주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에 거론된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로는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폐기 또는 해외반출,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엔진시험장·미사일 발사장에 대한 외부 전문가들의 사찰·검증 등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상응 조치로 검토돼온 종전선언과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 평화협정 체결 논의, 그리고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과 맞물린 제재완화, 대북 투자 등도 의제에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의제 못지않게 전체 로드맵을 일정한 단계별로 쪼개 비핵화 실행조치와 그에 대한 상응 조치의 조합을 어떻게 엮어내느냐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회담 개시일인 27일까지 보름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비건-김혁철 라인’의 의제 담판이 시작되는 내주로 넘어가면 협상할 시간은 열흘도 채 안 남은 상황이 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시간과 싸움’을 벌여야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