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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중국인 이야기 <2> 황허, 그 시원과 연변

황허를 지배한 세력이 언제나 중국 역사의 주인공 됐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2-26 19:43:42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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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허, 발원지서 5464㎞ 대장정

- 숨쉬기조차 힘든 해발 5202m
- 작은 샘서 시작한 코발트 물빛
- 간쑤성 접어들며 누런 황톳물로

# 주인공은 따로 있지 않을까

- ‘별이 잠든 바다’라 뜻하는 ‘성숙해’
- 한족 아닌 몽골족이 칭하던 이름
- 찰릉·악릉 호수도 티베트어 음역

# “한족이 중심” 중화주의 탄생

- 소수민족·오랑캐까지 중화민족 주장
- 동북공정·요하문명도 자국 역사화해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인류 문명의 4대 시원으로 일컬어지는 이집트·메소포타미아·인더스, 그리고 황허문명은 모두 강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나일·유프라테스·인더스강과 황허가 그것이다. 인간이 어머니의 젖을 빨며 눈을 뜨고 성장하듯 인류는 강을 탯줄로 삼아 진화와 진보의 삶을 일궈왔다. 그래서 황허가 중국문명의 젖줄이라는 데에 모두가 동의하고, 중국인은 황허를 ‘어머니의 강(母親河)’이라고도 부른다.
   
황허강의 발원지인 중국 서북 칭하이(靑海)성에서 발원한 실낱 같은 물줄기는 사방의 작은 지류들과 만나 아름다운 웅덩이 악릉호를 만들었다. ‘푸른 호수’라는 뜻의 티베트어 음역이다. 밤이 되면 수많이 별이 호수에 비친 모습을 ‘별이 잠든 바다’로 빗대 성숙해(星宿海)라 전해온다.
■해발 4000m 고원의 ‘별이 잠든 바다’

중국 서북 칭하이(靑海)성 서남에서 동남 쓰촨(四川)성 방향으로 비스듬히 등줄기를 뻗는 바옌카라(巴顔喀拉)산맥의 야라다쩌(雅拉達澤·해발 5202m)산 웨구쫑례(約古宗列)분지의 작은 샘이 황허원(黃河源)이다. 산자락 한 곳 땅속에서 한 방울 한 방울 힘겹게 솟아나온 물방울은 해가 지면 얼었다가 해가 뜨면 녹아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그 실낱 같은 물줄기는 이내 사방의 작은 지류들과 만나며 낮은 지형의 동쪽으로 흐르다가 마둬(麻多)현을 지나면 ‘성숙해(星宿海)’를 이룬다. ‘별이 잠든 바다’라니! 얼마나 낭만적인가. 황허원 일대의 수많은 물줄기가 제 길을 찾아가는 동안 고원 곳곳에 흩뿌린 듯 펼쳐진 크고 작은 웅덩이에 고이고, 해가 진 뒤 하늘을 훤하게 밝히는 쏟아질 듯 빼곡한 별들이 그 웅덩이에 비친 모습을 ‘별이 머무는 곳’이라 부른 것은 한족이 아니라 몽골족이었다. 그들의 언어 ‘호튼노을’이 그 뜻이다. 또한 그렇게 동쪽으로 흘러가며 찰릉(札陵)과 악릉(鄂陵)이라는 호수를 이루는데 그 이름 역시 ‘긴 호수’ ‘푸른 호수’라는 뜻의 티베트어 음역이니 애초 주인은 그들이 아닐 텐가.

   
황허 발원지 지형도
찰릉호와 악릉호는 코발트빛 수평선을 펼친다. 바다와 같은 맑은 물의 호수이니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해발 4000m가 넘는 고원이다. 평지의 사람들은 숨이 턱에 차 오르다 코피를 터트리며 쓰러지기 부지기수다. 당장 해발이 낮은 곳으로 이동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기도 한다. 더군다나 5000만 년 전 신생대 지반의 융기로 대륙 고원에 갇힌 바다의 땅으로 고원 곳곳에는 아직도 소금의 결정체가 햇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당연히 땅은 척박하고 초목의 생장은 어렵다. 그럼에도 신석기시대 유물이 발견되고 여전히 대를 이어 사람이 살고 있으니 한편으로 기이하다.

   
황허유역 문화유적지
   
칭하성 지도
■코발트빛 물줄기, 황토고원 만나 황허로

야러다쩌 산자락에서 발원해 유방 같은 찰릉호로 젖을 만들고, 자궁 같은 악릉호에서 양수를 터트린 황허는 동쪽 간쑤(甘肅)성에 접어들어 황토를 만나면 코발트빛을 잃고 누런 탁류로 변한다. 물빛이 누런색이라 황허라 한 것이니 거기서부터 진짜 황허가 되는 셈인가. 아무튼 간쑤성 란저우(蘭州)시를 지나면 서서히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닝샤후이족자치구(寧夏回族自治區)를 적시고, 다시 동으로 방향을 틀어 네이멍구자치구(內蒙古自治區)를 횡단하다가 성도(省都) 후허하오터(呼和浩特)시 투오커투오(托克托)현 인근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면 거의 일직선으로 내달린다. 모두 황토고원이고, 산시(陝西)성 동관(潼關)현에서 다시 동으로 방향을 틀어 평원을 가로질러 보하이만(渤海灣)에 합류하면 5464㎞의 대장정을 끝낸다. 좀 장황했지만 황허문명의 이해를 위해서는 어렴풋하게나마 머릿속에 그려둬야 할 지도이다.

   
바옌카라 산자락에 펼쳐진 푸른 초원이 한없이 평화롭다.
지금까지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북쪽과 동쪽으로 이동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 길이 남방의 해양루트든 중앙아시아를 거치는 루트든, 서에서 동으로 향하는 도중마다 머물러 정착하며 문화와 문명을 일궈왔다. 칭하이성 고원의 신석기 유적과 유물이 그 증거이며 황하 연변에는 수많은 문명의 흔적이 산재한다. 양사오(仰韶)문화로 일컬어지는 기원전 5000년~기원전 3000년 시기의 문화는 시안(西安)시의 반포(半坡)유적을 위시하여 간쑤성, 산시(陝西)성, 산시(山西)성 남부, 허난성 서부, 네이멍구 허타오(河套) 일대까지 광범위하며, 황허 하류 산둥(山東)성 지역의 문화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황허 지류 강가의 하 문화가 중화문명의 시원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억지스럽다.
   
칭장철로변의 칭장고원의 설산 풍경. 8월에도 눈에 남아 있다.
■중화주의가 빚은 무리한 역사공정들

중국에는 오래전부터 중원(中原)이라는 개념이 존재했다. 좁게는 하나라를 중심으로 한 허난성 일대를 가리키지만 넓게는 양사오문화권 지역 대부분과 산둥 지역 일부를 아우르기도 한다. 모두 황허문명 유역이며 한족이 중심이었다고 주장하는 나라들의 구역이다. 또한 중원의 ‘중’에서 알 수 있듯 땅의 중심, 문화의 중심을 뜻하는 것으로 ‘전통’을 말한다. 그런 한족 중심의 전통이 빚어낸 반대 개념이 ‘오랑캐’다. ‘동이(東夷)’ ‘남만(南蠻)’ ‘서융(西戎)’ ‘북적(北狄)’, 중원 밖 사방의 민족을 ‘미개한 민족’이라는 뜻의 오랑캐로 낮춰 부른 것인데 그것이 이제는 발목을 잡는 격이 되고 있다.

   
성숙해의 위성 사진. 크고 작은 웅덩이마다 밤이면 별이 찾아든다.
중화민족이라는 말에는 한편 우수한 한족이 오랑캐로 부르던 민족까지 모두 포용한다는 뜻도 감춰져 있다. 그런데 고고학의 발달이 그 자부심에 난처한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우리에게 친숙한 ‘홍산(紅山)문화’ 같은 것이다. 우임금의 구주도에도 없고, 오랫동안 그저 변방의 오랑캐로만 치부하던 이들의 땅에서 황허문명에 버금가는, 일부는 그보다 더 앞서고 빛나는 문화의 증거를 찾아내니 당황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찾아낸 대안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중화문명과 뿌리를 연결해 원천적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이다. 홍산문화는 물론 고구려까지 모두 중국의 역사에 포함시키려는 동북공정과 요하(遼河)문명을 중국문명의 뿌리로 삼으려는 중화문명탐원공정(요하공정)이 대표적이다. 신장위구르(新疆維吾尒)자치구의 역사를 포함하려는 서북공정, 티베트를 겨냥한 서북공정도 있다. 심지어는 서쪽과 북쪽의 민족들도 애초에는 황허유역 한족이 이동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역사, 그 위대함

   

다시 황허유역으로 돌아가자. 어쨌거나 수천 년 각축 속에서 대륙 역사의 주인공은 언제나 황허유역을 점령한 세력이었다. 농경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경제력으로 빚은 문명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두 설명되지는 않는다. 단순하게 말해 중국 역사는 한족과 오랑캐(이민족)가 거의 교대로 나라를 세우고 주인 노릇을 해왔다. 당초부터 한족 인구가 절대다수였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라가 바뀌면 이민족의 나라도 중국의 역사가 되고 다수의 이민족은 슬그머니 한족으로 합류됐다. 다름 아닌 역사의 힘이었다. 지배를 당했어도 우리 역사, 오랑캐였어도 함께 살며 따르면 한족…. 그렇게 역사를 만들고 받아들였기에 수천 년 문명국가라는 울타리가 만들어지고, 거기에서 벗어나면 사라지기 십상이기에 신민(臣民)은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면 얼마나 위대한가, 역사!

다음 편에서는 ‘역사를 간직하지 않은 자, 그대 멸할지니’로 이어진다. 소설가



‘티베트를 가본 적이 있나요’.


   
티베트족(藏族)이 사는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색 룽다.

흔히 티베트자치구로 부르는 시장(西藏)자치구의 성도는 라싸(拉薩)다. 해발 3400m쯤의 고원도시다. 라싸공항 비행기에서 내려 후다닥 뛰다가는 풀썩 쓰러져 의식을 잃기 십상이다. 고산증 때문이다. 특별한 증세가 없어도 방문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두통에 시달리고 호흡곤란을 겪는다.

이곳은 ‘야크’라는 소가 삶과 경제에 큰 역할을 한다. 야크는 해발 낮은 곳에 데려다 놓으면 풍부한 산소를 감당하지 못해 죽거나 비실거린다고 한다. 그럼 티베트인들도 저지대에 내려오면 허덕거릴까. 아니다. 아주 쌩쌩 난다. 그런데 왜 그 척박한 고원지대를 벗어나려 하지 않는 것일까. 고향이라서, 종교 때문에…. 명확하게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장족의 삶에 큰 도움이 되는 ‘고원의 소’ 야크.

티베트족은 한자로 ‘장족(藏族)’이다. 티베트자치구와 칭하이성, 쓰촨성과 간쑤성 서부 등지에 흩어져 산다. 대부분 고원이고 라싸와 같은 도시를 벗어나면 야크와 양을 몰고 떠도는 유목의 삶이다. 야크 젖으로 만든 버터를 뜨거운 찻물에 녹인 ‘수유차(修油茶), 청보리(靑麥)를 주로 한 곡물가루를 야크 젖에 섞은 ‘짠바(糌粑)’라는 거친 먹거리가 주식이다. 야크의 똥을 말려 연료로 사용한다. 물이 부족해 자주 씻기도 어렵다. 씻지 않아야 피부의 기름기가 고원의 추위로부터 체온을 지켜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한 번 다녀오면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의 고향이 된다.

   
중국 티베트자치구와 칭하이성, 쓰촨성, 간쑤성 등지에 주로 사는 전형적인 티베트족 여인의 선한 모습.

황허 발원지 바옌카라산맥 자락 물줄기가 흐르는 곳이면 푸른 초원이 펼쳐지고 유목천막과 야크·양 떼가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그린다. 여름이면 칭하이성 곳곳에 펼쳐진 노란 유채 꽃밭이 절로 탄성을 터트리게 한다. 칭장(靑藏)열차라도 타면 차창 밖으로 펼쳐진 낯선 장엄한 풍경이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그렇지만 정말 다시 보고 싶은 것은 고원 산자락마다 펄럭이는 오색 ‘룽다’와 오보다. 오보는 돌탑이고 룽다는 불교 경전을 담은 종이나 천 조각으로, 떠도는 바람을 따라 부처님 말씀이 세상 가득 퍼지기를 기원하는 뜻이다. 사람의 발길 드문 곳에 덩그러니 서 있는 사원이지만 누군가는 순례하듯 찾는다. 얼마나 경이롭고 신선하던지. 그래서인지 장족의 눈빛은 선하고 웃음은 환하기 그지없는, 그대로 평화다. 외롭거나 허무할 때면 그들이 그립다.

   
인적이 드문 티베트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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