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군 침략을 해방이란 이름으로 바꿔
- 일제침탈서 살아남은 선열 모습 오버랩
왜 떠나지 않는 것인지, 중국 티베트는 사람이 사는 땅 중 가장 가혹하다. 그래서 그들의 삶과 문화는 더욱 성스럽게 느껴지고, 존중하고, 지켜지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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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베트 라싸의 포탈라궁 건너편 호수가 있던 자리에 조성된 광장에 우뚝 서 있는 기념비. |
2006년 여름 차마고도를 따라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 들어갔다. 먼저 찾은 곳은 달라이라마의 겨울궁전이라 불리는 포탈라궁. 그런데 궁 건너편, 예전 호수가 있던 자리는 메워져 화강석광장이 조성되고 그곳에 주변을 압도하는 위용 탑이 서 있었다. ‘서장화평해방기념비(西藏和平解放記念碑)’ 글씨의 주인은 전 국가주석 장쩌민(江澤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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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베트인들은 어디서나 오체투지의 배를 올린다. |
라싸를 점령한 중국군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전 세계가 알고 있는데 ‘화평’ ‘해방’이라니. 심통이 나 슬며시 양팔을 들어올리며 ‘티베트 독립 자시탈레’를 웅얼거렸다. 자시탈레는 ‘신의 뜻으로 잘 될 거야’는 뜻으로 기원을 의미한다. 바로 옆 티베트족 가이드가 기함을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기저기 공안의 감시 눈빛이 번득거리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알았다고 답해놓고 종일 자시탈레를 웅얼거려 가이드의 애를 태웠다.
저녁 무렵 호텔에 들어서는데 로비에 두 줄로 늘어선 10여 명이 유독 내게만 깍듯이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명함을 건네 어리둥절했다. 모두 여행사 관계자 명함이기에 의례적 인사려니 했다. 식당에서 가이드가 술값을 내겠다기에 우리는 술 귀신들이라 해발과 상관없이 바이주(白酒)를 마시니 괜한 소리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설산 맑은 물로 빚은 라싸 바이주는 정말 좋았다. 한 병에 몇 만원쯤 하는 바이주를 각자 한 병꼴로 비우고 계산을 하려는데 정말 이미 치렀다는 것이다. 가이드 비용이 얼마나 된다고. 술값을 건네며 까닭을 물었다. 낮 동안 내가 웅얼거린 자시탈레 만행(?)을 사장에게 보고했더니 누군지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 호텔로 찾아왔던 것이고 술값 지불도 지시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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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에서 야크버터를 파는 티베트 청년. |
50만 명 조금 넘는 라싸 인구의 5분의 1은 한족이다. 금융 등 각종 특혜를 받아 들어온 한족은 티베트 경제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다.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는 티베트족 여행사 입장에선 낯선 이방인의 만행이 내심 고마웠던 모양이다. 3·1절, 일제의 침탈에서 기어이 살아남은 선열을 생각하다 라싸의 일이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