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평천하 누린 요순시대

- 천하를 덕으로 다스려 성인 추앙
- 직계손 한정 않고 능력자에 제위
- 정권 선양으로 권력 다툼 없애

# 우 임금도 선양을 했으나

- 즉위 후 고요를 천거했지만 사망
- 익을 계승자 삼아 정사 맡겼지만
- 우 임금 죽자 아들이 왕권 차지

# 부족사회 끝낸 하나라

- 우왕, 농경으로 읍락국가 세워
- 황허 읍락들과 발전 도모했지만
- 기복 심한 농경탓 세력형성 못해

구석기시대의 시작은 대략 250만 년 전으로 본다. 그 무렵의 것인 뗀석기(타제석기) 유물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간석기(마제석기) 유물이 발견돼 신석기시대라 칭하게 된 것은 1만2000년 전쯤이니 인류의 초기 발전은 참으로 더디었다. 그렇지만 구리 주석 등 일부 금속광물을 다루게 된 청동기시대의 시작은 3500년 전쯤이다. 이어 철기시대의 개막은 지역별로 편차는 있지만 대략 1000년 전이니 점점 가속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우왕릉의 우왕상.

다른 면으로 보자면 구석기시대가 수렵·채취의 시대였다면 신석기시대는 농경이 시작되었고, 그 발전 속도도 빨라졌다. 인류가 친족사회에서 부족사회를 거쳐 읍락국가로 규모가 커진 것은 인간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먹거리 문제와 관련이 깊다. 하나라도 규모의 농경을 바탕으로 세운 읍락국가 정도이며 나라를 세우는 과정에 우 임금의 큰 역할이 있었다.

■미화와 과장이 빚은 ‘사기’의 오류

	중국 역사 기원이 되는 하나라의 개국 왕인 우 임금 왕릉의 우왕상. 저장성 사오싱시 회계산에 위치해 있다.

사마천은 ‘사기’ ‘하본기’에 우 임금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써놓았다. 그중 몇 대목만 보자.

먼저, ‘기주의 호구산(壺口山)을 시작으로 양산(梁山)과 기산(岐山)을 잘 다스리고, 다시 태원(太原, 지금의 태원 지구의 높고 평평한 고원)을 잘 다스리고, 계속하여 태악산(太嶽山)을…’ 하며 물길을 열어 흐르게 하는 것으로 물을 다스렸다고 적었다.

그 기록을 따라 좇아가면, 지금의 허난(河南)·허베이(河北)성을 시작으로 산둥(山東)·랴오닝(遼寧)성 등으로 이어지는 황허 중·하류 유역이다. 그런 뒤 다시 지금의 장쑤(江蘇)·장시(江西)·후난(湖南)·후베이(湖北)·안후이(安徽)성 등 장강 유역으로까지 나아가 그 물길을 소통시키고 쓰촨성까지 발길이 미쳤다고 하지만 뒷부분은 믿기 어렵다.

또 ‘화산의 남쪽과 흑수 사이는 양주(梁州)이다. 민산과 파총산은 모두 식물을 심을 수 있게 되었고, 타수와 잠수는 모두 소통되었으며, 채산과 몽산은 모두 잘 다스려졌고 화이에는 수익이 있게 되었다. 이곳의 토질은 검푸른색이다. 전답은 칠등급(下上)이고 부세는 팔등급(下中)이나 풍년에는 칠등급, 흉년에는 구등급이다. 공물로는 미옥(美玉) 철(鐵) 은(銀) 강철(鏤) 노석(돌화살촉) 경쇠 곰 말곰 여우 너구리 융단이 있었다…’고 적었다.

우 임금의 ‘구주도’에 따르자면 양주는 지금의 쓰촨성과 샨시(陝西)성, 간쑤성 남부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또한 각 지역의 땅에 등급을 정하고, 그에 합당한 부세(賦稅)를 정했으며, 지역의 산물로 공물(貢物)을 정했다는 것인데 거기에 철, 강철까지 포함했다는 것이다. 당시는 청동기시대도 열리기 전이니 철이라니, 가당치도 않다. 과장과 미화의 필(蓽)이 있을 수 없는 역사를 버젓이 쓴 것이다. 그렇지만 우 임금의 행보 전부를 부인해서도 안 될 일이다.

■농경을 기반으로 한 읍락국가 ‘하’

	회계산의 우왕릉 표지석.

하나라는 황허 지류 뤄허(洛河) 연변에 세워졌다. 또한 황허 발원지인 칭하이성에서부터 종착지인 보하이만까지 유역 곳곳에는 사람들이 모여 농경의 삶을 일구었다. 당연히 크기에 따라 부족 또는 읍락국가를 형성했을 것이고, 제각각의 이름(국명 또는 족명)을 가지고 지도자를 중심으로 세력을 만들었을 테니 서로 간의 교류와 다툼은 당연한 노릇이었다.

농경은 무엇보다 물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다. 그런데 황허는 인간의 젖줄이라는 뜻에서 ‘어머니의 강’으로 칭해지지만 ‘아버지의 강(父親河)’으로도 불린다. 홍수 등으로 한 번씩 범람할 때면 그 난폭함이 성질 고약한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직접 황허와 맞닿은 지역의 농경은 기복이 심하고 안정적이지 못했으니 큰 세력을 형성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황허유역 고대 유적지를 찾아보면 의외로 강과 어느 정도 떨어진 고원지역이 많다. 물론 그것에는 황허유역 서북부의 고원지형도 까닭이 되었다.

그렇게 환경적 요인에 따라 규모의 차이가 있는 데다 아직은 그들 모두를 지배할 압도적 세력은 없었고, 고원지대의 이들은 또 나름대로 생존을 위한 전투력이 있었다. 그러니 보다 유리한 환경에서 조금 더 큰 읍락을 구축했더라도 발전을 위한 안정을 도모하려면 다른 읍락과의 일정한 타협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는 황허유역 여러 읍락을 찾아 협상하고- 때로는 윽박지르며- 수리(水利)와 농경에 관한 조언과 각 지역의 정치·경제적 특성을 파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잠깐 앞서 나가보면, 그로부터 470년쯤 흐른 뒤 하나라가 무너질 때를 ‘사기’는 주도세력인 상(商)이 하의 도읍 옌스를 공략하는데 황허 연변의 여러 나라와 연합한 모습을 절절하게 묘사한다. 즉, 하나라가 주변에 어느 정도 위세를 떨치기는 했어도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뤄허 언저리에서 개국 초와 비교해 크게 확장된 것은 아니었으며 다른 세력도 비슷한 사정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경제 여건이 비약적으로 나아지지 못한 때문이고 가장 큰 원인은 목기(木器) 위주의 농기구에 있었을 것이다.

■요순도 있었거늘 왜 우 임금인가

	중국 서북 고원지대 협곡을 흐르는 황허.

어쨌거나 우 임금은 하나라의 개국 왕이고 중국 왕조의 개조이다. 어느 정도의 우상화는 불가피하고 용인해야겠지만 앞서 보았듯이 사마천은 너무 과했다. 그렇더라도 우는 권력자 왕이 아니라 성인에 버금가는 지도자였다.

앞선 순(舜) 임금이 우에게 치수의 일을 맡긴 것은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에 따른 ‘사기’의 기록을 보자.

‘순 임금은 하늘에 우를 천거하여 계승자로 삼았다. 17년 뒤 순 임금이 붕어하셨다. 3년상이 끝나자 우는 제위를 사양하고 순의 아들 상균(商均)을 피해 양성(陽城)으로 갔다. 천하 제후는 상균을 떠나 우를 알현했다. 우는 천자에 즉위하고 남면하여 천하의 알현을 받았다.’

즉, 제위를 사양하고 양성(지금의 허난성 등봉(登封)시 동남쪽 고성진(告城鎭)으로 물러나 은거하니 천하의 제후가 찾아와 머리를 조아린다. 그때서야 제위에 오르고 나라의 이름을 정하는, 과연 성인의 반열로 칭송해야 할 아름다운 과정이다. 그럼 선양(禪讓)으로 제위에 오른 우의 양위는 어땠을까.

‘우 임금은 즉위하자 고요(皋陶)를 천거하여 정권을 넘겨주려 하였으나 고요가 죽었다. 그후 익(益)을 천거하여 정사를 맡겼다. 10년 뒤, 우 임금은 동쪽을 순수(巡狩)하다가 회계(會稽)에 이르러 죽었다. 천하는 익이 넘겨받았다.’

	한겨울 꽁꽁 얼어붙은 황허. 봄이 되면 녹아 유빙이 엉켜 홍수를 일으키기도 한다.

역시 우 임금도 선양으로 제위를 넘기고, 장례는 지금의 저장(浙江)성 사오싱(紹興)시에 있는 회계산에서 치렀다는 것이다.

중국 역사에서 요(堯)와 순 임금은 이른바 ‘요순시대’ 태평천하의 주인으로 성인으로 추앙받는다. 정사를 잘 보살펴 민생이 평안하기도 했지만 선양으로 권력의 화(禍)를 없이했기 때문이다. 권력을 수긍하지 못하고 반발하여 탈취를 기도하게 된다면 피바람은 불가피하고, 그 과정에서 민생은 도탄에 빠지기 마련이다. 하나라 이후 중국 역사 곳곳이 그런 피바람의 기록이고 연속이다. 그런데 우 임금은 분명 선양을 했음에도 성인이라 이르지 않는다. 또한 하 왕조의 연표를 보면 우 임금 다음은 익이 아니라 계(啓)이다. 우 임금의 아들 계가 익을 내쫓고 제위를 차지한 것이다. 어쩌면 사마천이 요순이 아닌 우를 하나라의 개국 왕으로 삼은 것도 계로 인해 권력의 시대가 열린 비극을 말한 것인지 모르겠다.


# 문명의 아침 연 장인들, 그 어이없는 탈선

- 전문 지식에 솜씨 뛰어난 ‘직인’
- 경제성장 혜택 권력에 집중되자
- 점점 권력 지배에 옥조이게 돼

하나라 터전 허난성 얼리투 유적지에는 청동기 제조구역이 따로 있었다. 광물과 금속을 다루는 일이니 전문적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직인(職人)의 등장은 필연적이다. 다만 하의 개국 시기는 아직 청동기시대가 열리지 않았다는 모순이 있지만 400년 더 지난 하나라 말기라면 가능한 일이다.

	하나라 터전 허난성 얼리투 유적지에서 발견된 석기 유물들.

아무튼 직인의 시대가 열린 것인가. 아니다. 구석기시대의 상징인 뗀석기(타제석기)는 말 그대로 돌을 깨트려, 그 떼어진 면과 날을 제각각의 용도로 사용한 것이다. 날카로운 면의 석기는 짐승의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자르는 등의 칼로, 뾰족한 조각은 화살촉으로….

문제는 아무 돌이나 깨트린다고 모두 맞춤한 도구의 면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돌을 깨트리고 떼는 데도 사람에 따라 재주의 차이, 즉 기술이 달랐다.

결국 주거지에서 멀게는 수 ㎞나 떨어진 곳이라도 맞춤한 돌, 원자재가 풍부하면 그곳이 석기제조장이 되었고 재주 있는 이들이 생산을 전담했다. 돌을 갈아 다듬어 더 유용한 도구로 만드는 간석기시대(신석기)는 더 말할 것도 없고, 그와 같은 기술의 발전은 뒷날 정교한 옥기(玉器) 제조로까지 이어진다. 직인은 이미 구석기시대에 등장한 것이고 문명의 아침을 밝힌 이들이다.

청동기 제조는 뜨거운 불, 쇳물, 거푸집 등 위험요소가 많고 노동강도도 높다. 또한 높은 예술적 감각과 안목도 필요하다. 그러니 전담하는 직인이라면 당연히 우대받고 존중되어야 할 텐데 기록이나 유물, 유적 어디에도 그런 증거는 없다. 오히려 빼어난 장신구, 옥기, 청동기 등 문명의 결실은 모두 권력층의 차지였다.

특정한 기술뿐 아니라 문명의 문이 열리며 인류는 모두 저마다의 역할, 즉 분업체계의 한 부분이 되어갔다. 처음에는 여성의 채취, 남성의 수렵 정도의 구분이던 것이 점점 세분화되면서 말이다. 물론 그것이 생산이라는 면에서는 효율적이었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부가 권력에 집중되고 권력이 커져가며 다수의 생산자는 점점 그 권력의 지배에 옥죄이게 되었다는 것은 어이없는 비극이다. 더군다나 출산을 바탕으로 한 모계 주도사회에서 사내의 완력이 주도하는 세상으로 바뀌면서 권력 역시 점점 폭력성을 더해갔으니 문명의 탈선인가 싶기도 하다.

모계에서 부계로, 문명의 탈선에 관한 보다 깊은 이야기는 곧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