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랑하는 산업별 ‘간판’들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노골화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결렬돼 교착 상태에 빠진 이후 제재가 과감해지면서 미·중 기술 패권 다툼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23일 현재 미국 행정부나 의회의 제재를 받거나 제재가 예고된 중국 기업들은 하나같이 급성장한 ‘내셔널 챔피언’들. 내셔널 챔피언은 중국 정부가 전략적 목적을 이루는 데 힘을 보태는 대가로 자금 조달, 정부 사업 참여, 독과점 위상 유지 등 특혜를 누리는 기업을 말한다.
최근 미국 상무부로부터 제재를 받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대표적이다. 화웨이는 미래 산업의 핵심인 차세대 이동통신기술인 5G에서 글로벌 선두주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상무부는 미국 기업들의 핵심 부품, 기술 지원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화웨이를 제재했다.
중국 반도체 거물인 푸젠진화는 화웨이보다 더 빠른 지난해 제재 대상이 됐다. 푸젠진화는 중국이 기술 굴기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는 반도체를 자립 수준으로 강화할 핵심 수단으로 지정하고 지원하던 업체였다. 푸젠진화는 미국 상무부가 미국 기업들의 부품·기술 공급을 차단함에 따라 생산과 연구개발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앞서 통신업계의 다른 거물인 ZTE(중싱통신)도 화웨이, 푸젠진화처럼 상무부의 수출제한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올라 제재를 받았다. 다만 ZTE는 지난해 미·중 정상회담 후 미국에 10억 달러 벌금을 내고 10년간 미국의 감시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폐업을 모면했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이 야심을 품고 있는 감시장비 산업에 대한 견제도 추진하고 있다. 하이크비전, 다화, 메그비 등 CCTV를 비롯한 중국 감시장비 업계의 간판 업체들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하이크비전은 감시업계 챔피언으로서 안면 인식과 같은 첨단기술을 도입해 자국민을 감시하는 데 앞장서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같은 일련의 조치 탓에 중국 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궁극적 목적이 중국 억제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의회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중국에 대한 기술 견제를 강화하라고 행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접점이 없는 전장인 만큼 미국의 내셔널 챔피언 견제와 그로 인한 미·중 갈등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도 지난 21일 기사를 통해 기술 자립이 최우선 과제라는 내셔널 챔피언들의 목소리를 전하며 미국과의 분쟁에 대처할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