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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중국인 이야기 <15> 중국인의 영원한 사랑 ‘玉’

모계사회 권력의 상징 장신구 … 새로운 문명 초석 되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02 19:44:18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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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 힘보다 센 여성의 자애

- 돌·광물로 예쁜모양 만들어내자
- 재주 가진 자 우두머리에 총애
- 힘에 의한 독점은 점차 밀려나

# 중국 곳곳서 ‘옥’ 원석 채취

- 쿤룬산 일대 옥은 ‘서방의 미’
- 랴오닝성 등선 ‘동방의 미’ 평가
- 많은 생산량 덕에 옥 문화 발달

# 금보다 신성시 여긴 ‘옥’

- ‘벽사·건강’ 등 고귀한 정신 서려
- 신분 상징과 함께 예술로 승화
- 오랜 시간 정성 들여 가치 더해
- 중국인 ‘궁극의 보석’ 자리매김

이쯤에서 문명의 다른 한 면을 살피고 가야할 것 같다. 은허(殷墟)에서부터 쏟아져 나오는 문명의 빛이라 할 수 있는 ‘미(美)’의 유산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현생 인류라 할 수 있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시초로 일컫는 북경원인의 유적이 발견된 중국 베이징 인근 산정동굴의 입구다. 이 동굴에서는 약 4만 년 전 살았던 인류의 뼈조각과 구멍 뚫린 동물의 뼈, 연마된 돌구슬, 붉은색 채색 돌구슬 등 장신구가 함께 발견됐다.
지금까지 중국 최고(最古)의 인류 화석은 윈난(운남)성 원모(元謨)현에서 발견되어 ‘원모인’으로 칭해지는 170만 년 전의 것이다. 장강(長江) 북쪽 황허유역의 것으로는 샨시(섬서)성 남전(藍田)현에서 발견된 80만 년 전의 ‘남전인’ 화석이 있고, 베이징 근교 주구점(周口店)의 70만 년 전 ‘북경원인’ 유골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들은 불의 사용, 뗀석기(타제석기)와 같은 초기 문명을 증명하는 정도이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이른바 ‘슬기슬기사람’이라는 현생인류와 관련해서는 4만 년 전의 ‘산정동인(山頂洞人)’을 주목해야 한다. 북경원인 유적지 동굴의 상층부인 산정동굴에서 발견된 유물 중에는 구멍 뚫린 짐승의 이빨, 연마된 돌구슬 등이 있는데, 일부는 붉은색 등으로 채색된 것도 있어 장신구로 사용되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약 8.2㎝ 길이의 골침이 있어 사슴과 같은 동물 가죽을 힘줄로 꿰매어 옷을 만들어 입었음도 알 수 있다.

■사랑의 마음이 美의 문명을 낳다

   
산정동굴 내부의 모습.
옷의 제작은 추위로부터 체온보호라는 당면한 생존이 먼저였지만 단단한 물체를 연마해 구슬처럼 만들거나 구멍을 뚫는 것은 좀 다른 문제이다. 당시는 아직 뗀석기를 주로, 일부 연마하여 간석기(마제석기)로 발전되어가는 과정의 시기였다. 사냥을 하고, 짐승의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자르는 등의 과정에서 도구의 보다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연마를 생각해낸 그들은 딱딱한 짐승의 이빨이나 반짝거리는 돌을 보기 예쁜 모양으로 갈고 구멍을 뚫은 뒤 줄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었다. 더구나 거기에 색까지 덧입혔다면 그것은 분명 미(美)의 의식에 눈을 뜬 것이다.

산정동굴은 동서로 길이 14미터, 남북으로 넓이 8미터 규모의 동굴로 상실(上室)과 하실(下室)로 나뉘어져 있다. 상실은 물건을 모아두는 창고와 같은 구역이 있고, 토끼 멧돼지 사슴 영양 등의 뼈와 함께 불을 피웠던 흔적이 뚜렷하여 공동주거지였음을 말해준다. 반면 하실은 60세가량의 남자와 중년의 부인, 젊은 여인 등 3안의 시신이 매장되어 있어 묘지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이들 시신 주위에는 적철광 가루가 뿌려져 있고 장신구와 석기가 함께 매장되어 있어, 상장(喪葬)의 관념과 함께 영혼에 대한 의식도 있었음을 말해준다.

미는 봐주는 타인에 대한 의식도 있지만 스스로에 대한 자각이 먼저일 것이다. 즉 자신을 깨우치고 타인을 의식하는, 사람이 사람으로 특별하게 느낀다는 의미이다. 또한 죽은 누군가를 가까이에 매장하여 곁에 두었으며, 생산도구와 더불어 미의 상징물인 장식품도 함께 매장했다. 그것은 영혼에 대한 의식만이 아니라 혈연이든 무엇이든 연(緣)에 대한 의식도 있었다는 뜻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그저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나를 낳아준, 사랑하는, 고마운 따위의 감정과 더불어 깊은 그리움의 의식이 있었다는 것이니 ‘지혜를 가진 인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새로운 ‘문명의 태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움, 권력의 소유가 되며 더욱 빛나다

   
상대의 유물로 왕권을 상징한 옥부(玉斧·옥도끼).
인류는 아주 오랜 기간 동굴을 주거지로 삼았고 남녀의 교접에 도덕적·제도적 규제는 없었다. 있다면 오직 힘에 의한 독점이었겠지만 태어난 아이에 대한 부권(父權)은 혼인제도가 정착되는 4000∼5000년 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강한 근력으로 생존에 필요한 경제생산의 절대적 부분을 담당하던 남성이 부권을 주장하고 확보하지 못한 것은 양육의 특성보다는 자신의 핏줄로 입증하고,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고 인류 대부분의 기간 모계사회가 유지된 배경이다.

모계사회에서의 권력은 강한 근력이 아니었다. 남성도 무리에서 일정한 역할을 가졌겠지만 여성의 출산과 양육에서 기인된 강한 연대감과 그에 따른 권위는 근력의 힘을 초월했다. 또한 그 권위는 억압이 아니라 두루 보살피는 자애였기에 자발적 복종을 얻을 수 있었다. 더하여 근거지를 지키며 채집 등의 활동에서 자연의 흐름과 사물을 관찰한 섬세한 경험은 보이지 않는 자연의 신과 영혼에 대한 교감으로 이어져 하늘의 뜻을 읽고, 제사를 주재하고, 영혼을 위로하는 제사장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고, 그것은 절대적 권력이 되었다.

   
창의 일종인 옥과(玉戈).
저마다 다른 개성과 능력의 구성원 중에서 색다른 빛깔의 돌을 발견하자 아름다운 모양을 상상한 이가 있었다. 기왕에 그는 근력의 힘으로 얻을 수 없는 누군가를 연모하고 있었다. 잘 다듬어 예쁜 장신구를 만든다면 꾸미기 좋아하는 상대의 눈길을 끌고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연마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동굴을 중심으로 한 좁은 주거지애서의 작업은 금방 모두의 눈에 띄어 주목받게 된다. 마침내 그때까지 없던 아름다운 빛깔과 모양의 장신구를 완성했지만 연모하는 이에게 주기에는 눈치가 보인다. 그는 무리의 권위자인 ‘큰어미’ 쯤의 사람에게 그것을 바쳐 재주를 인정받는다.

두루 자애하는 사랑의 마음은 여전하지만 무리의 우두머리로 특별한 장신구의 치장을 더하니 그 권위는 더욱 빛나고 근엄하다. 재주를 가진 자는 이제 그 재주로 근력을 대신하며 다른 구성원의 주목을 받고 우두머리의 총애를 받는다. 사랑이 빚은 작은 문명의 빛이 권력의 상징이 되며 새로운 문명의 문을 활짝 열어 젖힌 것이다.

■玉, 불로 다스릴 수 없기에 金보다 더 신성하다

   
배추 모양의 옥 조각품.
‘옥은 중국인에게 궁극의 보석이다’ ‘옥계태두(玉系太斗)’로 불리며 베이징고궁(故宮)박물원 부원장을 역임한 양버다(楊白達) 박사의 말이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옥에 대한 중국인의 사랑은 세상이 다 아는 바이다. 옥은 벽사(辟邪)의 기능을 가진 영성(靈性)의 보석으로 고대에는 제사장이 제사를 지낼 때 하늘에 바쳤고, 권력의 시대에는 천자를 비롯한 권력자의 전유물이었다가 송(宋)대에 이르러서야 민간에서도 지닐 수 있게 되었다.

옥은 흔히 중국 신화의 여주인공 서왕모(西王母)가 산다는 쿤룬산(崑崙山)에서 생산되어 신령이 깃든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선진(先秦)시대에 저술된 것으로 얼려진 중국 최고의 신화지리서 ‘산해경(山海經)’에는 옥의 생산지가 200여 곳이 되는 것으로 기록한다. 주(周)나라 때 옥을 평가한 기록에는 쿤룬산과 그 인근의 화전(和田) 일대에서 생산되는 옥을 ‘서방의 미’, 랴오닝(요령)성 수암(岫岩)현 순우기(珣玗琪)에서 생산되는 옥을 ‘동방의 미’로 평했고, 장쑤(강소)성의 마오산(茅山), 쓰촨(사천)성의 민산(珉山)과 용천(龍泉) 등도 주요 산지로 들고 있다. 모두 황허문화, 홍산(紅山)문화, 양주(良渚)문화, 쓰촨문화의 화려하고 다양한 옥 문화의 산지들이다.

   
최소 3000만 위안(약 52억 원)을 호가하는 옥 목걸이 펜던트 겸 다이아몬드 반지.
그런데 왜 하필 옥이었을까? 먼저는 생산량이다. 많으면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옥의 경우는 벽사·신성·건강 등 고귀한 정신적 의미가 부여된 데다 권력자의 전유물이 되면서 다양한 형태와 상징으로 위엄을 더하며 예술로 승화되어 점점 그 가치가 높였다. 또한 옥은 오직 시간과 정성으로 다스릴 수 있는데 반해 금·은 등의 금속은 불로 다스릴 수 있으니 그 신성함을 비교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겼다. 더군다나 절대 권력이 전유하던 옥을 일반이 가질 수 있게 되면서 선망의 역사까지 더해졌으니 중국인에게 옥의 가치는 영원할 듯싶다.


◆중국인 뭉칫돈 빨아들이는 쿤밍 ‘옥’ 시장

- 최대 경옥 매장지 미얀마와 인접
- 보석상 장신구 가격표 억대 즐비
- 일각선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

   
중국인들이 옥을 자르고 연마하고 구멍 뚫는 등 옥 제조 공정을 재현한 모습.
윈난성의 성도 쿤밍(昆明)시 보석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옥 거래시장이다. 쿤밍이 옥 거래의 중심이 된 것은 가까운 미얀마와의 교류 때문이다. 중국인이 궁극의 보석으로 여기는 쿤룬산 인근을 비롯한 중국산 옥은 연옥(軟玉)이고, 미얀마에서 생산되는 옥은 경옥(硬玉)으로 비취(翡翠)라고도 한다.

연옥과 경옥의 가장 큰 차이는 경도(硬度)이다. 당연히 단단하고, 빛깔도 선명하고 진한 경옥이 더 중한 보석일 것 같은데 청(淸)대 이전까지는 반대였다. 까닭을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연옥을 더 귀중한 보석으로 여기는 최대 소비자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쨌거나 청대 이후 경옥의 가치를 알아본 중국 소비자로 인해 세계 최대 경옥 매장지인 미얀마 샨주와 가까운 쿤밍이 거래의 중심지로 떠오른 것이다.

쿤밍 옥 시장에서는 돈의 가치가 허망할 지경이다. 보석상 쇼 케이스에 진열해놓은 장신구 가격표는 억대가 즐비하다. 안목 있는 고객과의 거래는 금고에 보관된 상품으로 한다는데 그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쿤밍만 그런 것이 아니다. 베이징 왕푸징(王府井)의 대형 쇼핑센터에는 티파니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보석상이 입점해있지만 그곳에서도 다이아몬드는 옥의 위세를 좇아오지 못한다.

   
한때 중국경제가 급성장하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다이아몬드·루비와 같은 보석이 관심을 끈 적이 있다. 일부 호사가들은 세계 다이아몬드 값이 치솟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했지만 그야말로 우려에 그쳤다. 그런 현상에 대해 양바이다 박사는 1만 년 가까운 역사의 문화유전자로 영혼에 박힌 ‘황금유가옥무가(黃金有價玉無價:황금은 값을 매길 수 있지만 옥은 그 값을 매길 수 없다)’의 사고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현대 중국인들도 옥을 건강, 화평(和平), 길조, 재복은 물론 재난을 피하는 벽사의 기능을 가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은 전통적으로 옥을 연마해 광택을 내왔고 서양은 커팅으로 빛을 발하게 하는데, 이제는 옥도 커팅의 기술이 필요하지만 타이완이나 홍콩, 싱가포르의 세공사들도 아직 서양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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