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위안화 평가절하 하루 만에
- 美, 환율조작국 지정 맞불 대응
- 3000억 달러 10% 관세도 예고
- 모건스탠리 “9개월내 패닉 우려”
미국이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함으로써 미국과 중국이 ‘환율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중국시간으로 같은 날 위안화의 환율이 7위안을 넘어선 ‘포치’(破七)를 기록한 이후 나온 조치다. 미·중이 지금까지는 주로 ‘관세 힘겨루기’를 이어왔다면 이제는 통화가치라는 또 다른 영역으로 전선을 넓힌 것이다.
이로써 지난 6월말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뤄진 ‘트럼프-시진핑 휴전’은 한달여 만에 사실상 폐기됐다. 양국의 무역갈등이 확전 일로를 걸으면서 오히려 전면전 구도로 접어들어 글로벌 경제에도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사실상 용인하면서 선전포고를 했다면 하루만에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하면서 강펀치를 날린 형국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오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으로 중국이 환율 조작국이라는 것을 오늘 결정했다”고 밝혔다. 환율조작국에 지정되면 미국은 해당 국가에 대해 환율 저평가 및 지나친 무역흑자 시정을 요구하게 된다. 1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해당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 제한, 해당국 기업의 미 연방정부 조달계약 체결 제한, 국제통화기금(IMF)에 추가적인 감시 요청 등 구체적인 제재에 나설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대중(對中) 무역불균형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기존의 관세 장벽뿐만 아니라 환율 압박까지 동원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에 대한 대응카드로 읽힌다. ‘포치’(破七)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5월이 마지막이었다.
중국 당국이 미국산 농산물의 구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점도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에 촉매로 작용했을 수 있다. 중국 상무부와 국가개발개혁위원회는 온라인 성명을 통해 “중국 기업들이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이후 구매한 미국 농산물에 대한 관세 부과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산물 수출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중서부 ‘팜 벨트’(Farm Belt·농장지대)의 이익과 직결된 사안이다.
중국 당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행보를 가로막을 수 있는 아킬레스건을 정조준하자, 트럼프 행정부가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환율 전쟁’의 차원을 넘어서 미중 충돌이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글로벌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우려스런 대목이다. 무역협상이 중단된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장벽은 한층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9월부터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미국은 이미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고 있다. 따라서 중국산 수입품 전량에 10% 또는 25%의 ‘관세 장벽’을 쌓게 되는 셈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체탄 아히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노트에서 “미국이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올려 미중 무역전쟁이 더 격화되면 (향후) 3개 분기 내에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져드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1·2위 경제 대국의 환율 전쟁은 글로벌 경제 전반에도 극심한 ‘패닉’을 초래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