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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중국인 이야기 <26> 왕조 통치구조 근간 세운 주공

어린 왕 보필하며 반란 평정 … 피라미드 권력구조 ‘종법제’ 완성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8-18 19:00:55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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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3대 왕조 도운 개국공신

- 무왕 주나라 건국 4년 만에 병사
- 아들 성왕 제위 오르나 너무 어려
- 7년간 보좌하며 성심껏 ‘섭정’

# 동생들 ‘역모’ 꾸미다

- 왕위 찬탈 의심한 관숙 채숙 형제
- 상나라 주왕 아들과 대규모 폭동
- 토벌한 이후 봉건제로 정국 안정

# 권력구조 확립시켜 반란 차단

- 1인 천자 아래 제후·경·대부 등
- ‘적장자 상속제’ 종족 조직 규정
- 충성 담보 받고 군사·재원 확보

주(周)는 공식적으로 기원전1046년부터 기원전256년까지 790년간 유지되어 중국 역사에서 가장 오랜 왕조로 기록된다. 그러나 흔히 ‘춘추·전국시대’로 불리는 기원전 771년 이후의 동주(東周)는 제후국의 각축시대로, 온전한 주의 역사는 서주(西周) 275년간이라 할 수 있다.

서주는 3000년 이전의 고대국가이지만 중국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후대의 어떤 왕조보다 크다. 상나라로부터 물려받은 갑골문자를 발전시킨 문자(漢字)로 다양한 역사 기록을 남긴 최초의 나라이고, 이후 중국 왕조 통치구조의 근간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훗날 공자(孔子)가 꿈에서라도 만나기를 간절히 소망했던 주공(周公) 단(旦)이 있었으니 문왕 창의 아들이고, 무왕 발의 동생이다. 그가 만든 조밀한 통치구조와 예법은 하나라의 이상을 구체화한 것 같지만 반대로 그것으로 후대의 사람들이 하라는 최초의 나라를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통치의 날줄 분봉제

   
주나라 2대 왕 무왕 발의 동생으로서 스스로 왕이 되지 않고 조카인 3대 왕 성왕을 보필하면서 중국 왕조 통치구조의 근간을 세운 주공(周公) 단(旦)의 상.
기원전 1042년, 무왕 발은 주를 건국한지 불과 4년 만에 병이 깊어져 세상을 뜨고 말았다. 인생도, 치적도, 영화도 참으로 무상했다.

무왕이 붕어하고 태자 송(誦)이 즉위하니 그가 성왕(成王)이다. 그러나 성왕의 나이 아직 어린 데다 서주는 막 천하를 평정한 뒤로 제후의 배반이 염려되는 때였다. 이에 숙부인 주공 단이 섭정에 나섰다.

주공의 동생인 관숙과 채숙은 형이 왕위를 탐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또한 상이 멸한 뒤 은후(殷侯)에 봉해진 주(紂)왕의 아들 무경(武庚)은 상을 부흥하고 통치권을 되찾고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마침내 관숙, 채숙 형제와 무경이 한 통속이 되어 상의 옛 귀족과 회이(淮夷), 박고(薄故), 엄(奄) 등 동이의 여러 부락을 선동하여 반란을 일으켰다. 주공은 성왕의 명을 받아 3년간의 전쟁을 치러 동쪽을 정벌하고 반란을 평정했다. 무경이 죽임을 당하자 관숙은 스스로 목을 맸고, 채숙은 유배에 처해졌다.

반란을 평정하는 과정에서 주공은 옛 상의 백성들이 여전히 서주에 복종하지 않고 있음을 알았다. 게다가 수도 호경은 서쪽에 치우쳐 있어 옛 상의 터전인 중원의 넓은 평원을 통제하기 어려웠다. 이에 주공은 낙읍(洛邑 : 하남성 낙양시 망산 서쪽)에 새로운 도읍을 건설하여 동도(東都)로 삼았다. 건설이 끝나자 주공은 상의 백성들을 대거 낙읍으로 이주시킨 뒤 군대로 하여금 감시토록 했다. 또 항복한 상의 귀족 미자개(微子開)를 옛 도읍인 송(宋 : 하남성 상구商邱)에 봉해 상을 잇도록 하고, 자신의 동생 강숙(康叔)에게 상의 다른 일곱 부족을 하사해 위(衛)에 봉했다.

무왕 대의 1차 분봉에 이은 성왕 대의 2차 분봉은 작은 방국이 큰 나라를 정벌하고 정권은 탈취했지만 그 후유증이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황한 대의명분은 찬탈을 위한 허울이었고, 주왕이 무도했다지만 그의 백성은 여전히 옛 왕조를 그리워하며 새 왕조에 복종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새롭게 들어선 정권 내부에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권력의 핵이 된 형제가 서로 믿지 못하고 반목한 것이다.

그러나 주공은 탁월했다. 그는 복종하지 않는 상의 유민을 여기저기로 나누어 감시하고 통제하기에 용이하게 했다. 이른바 분리 식민(植民)이다. 분리 식민은 복종하지 않는 사람들을 흩어놓아 힘을 약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땅을 경략하는 재원으로 삼기도 하는 일이다. 또한 새로이 점령한 땅에는 종실(宗室)과 공신들을 대거 분봉(分封)하여 제후국으로 삼으니 정국은 안정되고 확장된 영토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특히 반발의 우려가 높은 동쪽지역에는 주공 자신을 비롯하여 가장 믿을 수 있는 태공망 등 종실과 공신으로 제후를 봉했고, 북쪽에도 종실인 소공을 연으로 봉했던 것이다. 이로서 분봉과 식민의 날줄은 엮은 셈이었으니 남은 것은 봉건제(封建制)의 씨줄이었다.
   
■피라미드식 정교한 씨줄 ‘종법제’

상의 정치는 갑골문에서 확인되듯 전례 없이 신에 기댄 정치였다. 농사의 씨를 뿌리는 일에서부터 군사를 일으키는 일까지 모두 신의 뜻을 물어 따랐다. 보이지 않는 신의 뜻을 빙자한 정치에서 할 수 없는 일이란 없었다. 사람이 사람을 제물로 삼아 목을 벤다면 가혹하다 할 수 있지만 신의 뜻으로 벤다면 가혹한 처사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신을 믿었는지, 단지 신의 뜻을 빙자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폭정의 배후에는 분명 신이 있었다. 주공은 그 점을 통찰했다.

   
주공 단의 묘 바깥부분 모습
인간의 나라와 그 사직을 지켜내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간으로 통치하는 제도가 필요했다. 시조를 농사의 신 후직으로 삼은 데서 알 수 있듯 농경에 익숙한 그들은 인간의 조직에도 탁월했다. 거친 자연마저 인위적으로 다스려 수확을 늘리고 삶을 풍족하게 하지 않는가. 굳이 ‘경덕보민(敬德保民)’이라는 수사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백성은 제 목숨을 부지하고 배를 불리게 해주면 만족하는 존재였다.

중요한 것은 왕실이었다. 인간의 나라이기에 앞서 왕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여전히 핏줄이었다. 주공은 정교한 씨줄을 짜기 시작한다.

주공이 분봉과 함께 창안한 종법제(宗法制)의 뼈대는 대종(大宗), 소종(小宗)의 구분과 적장자 세습이었다. 즉 왕은 천자(天子)로서 천하제일의 대종이 되고 다른 이들은 모두 소종이 되는 한편, 각 등급의 소종은 아래 등급에 대해서 대종이 되는 방식이었다. 또 왕위를 비롯한 종(宗)의 직은 적자(嫡子) 중 장자(長子)에게 세습하고, 서자(庶子)나 차자(次子) 이하는 능력과 상관없이 아비의 직을 물려받을 수 없게 하여 혼란의 싹을 제도로 차단했다. 그렇지만 종의 지위는 물려받을 수 없어도 다른 직이 주었으니 제후나 경(卿)·대부(大夫) 등이었다. 또한 제후에도 등급을 두어 공(公)·후(侯)·백(伯)·자(子, 혹은 전甸)·남(男)의 다섯으로 나누고, 각각 공작(公爵)에서 남작(男爵)에 이르는 칭호를 주었다. 여기서 공과 백은 조정에 남아 왕을 보좌하는 때 등급에 따른 작위이고, 후·자·남은 지방 제후로 봉토의 크기에 따라 나누는 작위였다.
   
흔히 북망산이라 부르는 하남성 낙양시 망산에서 바라본 소쪽, 옛 동도의 땅.
주공 단의 예를 보자. 단은 본디 무왕의 동생으로 형이 즉위하여 왕이 되니 제후가 되고, 중앙에서 왕을 보좌하므로 공의 작위를 받은 것이다. 또 상을 정벌한 공으로 동쪽 곡부(曲阜)의 노(魯)에 봉해지니 지방 제후로서 노나라의 주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다만 주공은 중앙에서의 보좌를 계속해야 했기에 노에는 아들 백금(伯禽)을 대신 부임시켰다.

이처럼 1인 천자 아래에 제후 왕, 그 아래로 경·대부, 또 그 아래에는 사(士)가 받쳐주는 피라미드 구조의 권력 형태는 혈연의 고리까지 엮여 있어 탄탄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제후 왕의 봉토라 해도 큰 제후국이었던 주공의 노나라도 기껏 400리(里)에 불과했고, 후대에 이르러서는 제후국의 수가 수백에 달했다. 왕을 중심으로 동성(同姓)과 이성(異姓)의 종친, 공신 등으로 분봉하여 충성을 담보하면서도 반란은 획책할 수 없는 작은 규모였던 것이다.

한편 이들 제후 왕은 식읍을 하사받는 대신 의무도 있었다. 우선 유사시 천자의 명을 받으면 군대를 동원해 왕실을 보호해야 했다. 규정된 공물과 특산물을 바쳐야 했고, 천자를 알현해 정사를 보고하고, 종묘에 제사를 올리는 것도 중요한 의무였다. 천자의 왕실 입장에서는 혈연으로 충성을 담보하면서도 왕실의 재원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군사력도 확보되는 것이니 종법제는 봉건제의 정교한 씨줄이 되기에 충분했다.


# 상나라 상족, 장사꾼 ‘상인’의 기원이 되다

- 우마차에 물품 싣고 다닌 왕해
- 주민들 “상인 왔다” 외치며 반겨
- 상업·상품 용어도 여기서 파생

장사하는 사람들을 상인(商人)이라 부르는 것은 상족(商族)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상업(商業), 상품(商品) 등의 용어 또한 그에서 파생되었다.
   
상구시 공원에 있는 왕해진출도. 왕해는 하나라에 못잖은 세력을 형성했던 상족의 인물로, 중국인 화교 상인을 일컫는 화상(華商)의 시조로 알려져 있다.
상족의 시조는 설(契)이다. 그는 순 임금으로부터 사도(司徒)의 관직을 명받고 윤리도덕으로 백성을 교화하라는 임무를 잘 완성하여 상에 봉해졌다. 상은 지금의 하남성 상구(商丘)시 인근이다. 또 그는 우 임금의 치수작업을 돕기도 했다니 비록 하나라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만만찮은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런 상족의 후예로 나라가 망하자 반란을 획책했지만 수포로 돌아가 여러 지역으로 흩어져 감시받는 신세가 되었고 정치적 권리는 물론 토지도 가질 수 없었다. 더는 재기를 도모하기는커녕 노예나 다름없는 신세가 된 그들은 기왕의 유목적 기질로 장사에 나서 세상을 떠돌았고, ‘상’이라는 ‘족’은 뿔뿔이 흩어져 다시 하나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상족에는 이전에 이미 상업의 문을 열어 오늘날 화상(華商 : 화교상인)의 시조로까지 추앙받는 이가 있었으니 ‘왕해’라는 인물이다.

갑골에 ‘상고조왕해(商高祖王亥)’라는 기록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실존 인물임이 분명한 그는 상의 한 부락 수령으로 소, 말, 양 등을 대량으로 길러 목축을 발전시키고 이륜 우마차를 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효과적인 운송수단을 확보한 왕해는 부락 간에 달리 필요한 물품을 교역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알고 활동범위를 황하 북부지역으로까지 넓혔다. 이로부터 사람들은 왕해를 보면 좋은 물품이 오는 것을 알아 ‘상인이 왔다’며 반겼다니 상족의 역동성은 태생인 모양이다.

   
하나 더 주목할 것은 시조 설의 탄생 설화이다. 설의 어머니 간적(簡狄)은 전설시대 제곡(帝嚳)의 둘째 부인이었다. 간적 등 세 사람이 강가에 목욕을 나갔다가 제비-원문에는 검은 새(玄鳥)-가 알을 떨어트리는 것을 보고 이를 받아 삼키자 잉태되어 낳은 아이가 설이다. 이에 상족은 새를 숭배했고, 이들의 초기 활동지역의 동이족 또한 새를 토템으로 삼았으니 우리로서는 더욱 그 인연을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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