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참 통 크게 보인다. 식당에서 요리는 짝수로 주문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사람이 셋이면 두 가지는 너무 적으니 네 가지나 여섯 가지, 다섯쯤이 모이면 여섯이나, 여덟 가지. 하나하나가 요리이니 그 양이 적지 않은데다 탕(湯)과 주식이 되는 밥이나 면은 별도이니 아무래도 남기기 십상이고 그래야 대접을 잘 한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특히 여러 명목의 잔치나 행사에서의 먹거리는 넘쳐도 너무 넘친다. 그나마 요즘에는 남은 음식을 포장해 가져가는 문화가 생겨 낭비를 줄이고 있지만 초대받은 입장에서는 꽤나 부담스럽다. 까닭은 홀수는 짝이 맞지 않아 싫어하고 짝수를 길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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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포장의 선물용 월병. 오른쪽은 짝수로 구성된 선물들. |
이제 곧 추석이다. 중국에서도 중추절(仲秋節)은 설날인 춘절(春節)과 함께 양대 명절이고, 우리처럼 조상님에게 차례를 드리지는 않지만 지인 간에 선물을 주고받는다. 전통적인 중추절 선물은 ‘달 모양의 떡’이라는 뜻의 ‘월병(月餠 : 위에빙)’이었다. 서양식 과자와 빵이 흔해지며 전통은 시들해졌지만 뇌물이 성한 풍조에서 월병 상자 안에 다양한 고가품들로 세트를 갖춰 우리 돈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것들도 유통되어 몇 년 전까지 사회문제가 되었다. 몇 년 전부터 일반적인 추석선물로 사과를 많이 한다. 제철 과일이기도 하지만 사과를 가리키는 중국어 ‘핑궈(苹果)’의 ‘핑’ 발음이 ‘핑(平)’과 같아 ‘평안(平安)’을 바란다는 뜻에서다. 어쨌거나 이전의 위에빙도, 요즘의 핑궈도 대부분 두 상자, 짝수로 선물한다.
중국인과 교류해본 사람들은 짝수 선물에 익숙하다. 가장 흔한 선물인 차도 두 통, 술도 두 병…. 식탁에 빈 공간이 없을 만큼 풍성하게 차린 음식 뒤에 또 세트로 안겨주는 선물. 게다가 뜻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외롭지 않게 짝을 이룬 ‘길(吉)’함과 ‘평안’ ‘화평’의 뜻을 담았으니. 그런데 그 모든 것은 ‘더불어’이다. 오롯이 상대만의 길함과 평안이 아니라 함께하자는 것이니 ‘내 편’이 전제조건인 것이다.
역사가 오랜 ‘중화(中華)’나 근대 이후에 사용된 ‘중국(中國)’이라는 단어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고 편이 되겠다며 머리를 숙이면 푸짐하게 상을 차려주고 양손에 선물을 들려주지만 아니면 오랑캐이고 정벌의 대상이다. 중국인 개개인이야 이익의 나눔 정도이니 이해할 수 있지만 국가라면 차원이 다르다. 환영 만찬은 요리의 왕국답게 온갖 진귀한 재료로 혀는 황홀경에 빠지고 눈은 아름다움에 취하게 한다. 선물도 따라온다. 하지만 잔치는 한두 끼고 선물은 포장을 벗겨봐야 안다. 통 큰 말과 성찬, 화려한 포장은 중국인 전통의 전략이기도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