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단순 순망치한 관계서 탈피
- 北은 대미협상 뒷배로 中 세우고
- 中은 美와 패권경쟁서 北 활용해
- 한반도 비핵화 논의 걸림돌 우려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국이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비롯한 중국 당국자들이 한반도 문제를 논할 때 자국을 가리켜 ‘주요 당사국’이라고 표현한다.
중국 당국자들의 발언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그만큼 중시하고 있다는 것과 한반도 문제가 중국의 외교와 안보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는 한반도 문제에서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으로 불리는 북중 간 강력한 동맹관계는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원동력이다.
북중은 올해 수교 70주년을 맞아 정상외교를 비롯해 분야별 교류를 확대하며 혈맹 국가 간 밀월관계를 대외적으로 더 노골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세 차례 방중에 이어 올해 초 특별열차를 타고 4차 방중을 마쳤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6월 국가주석이 된 뒤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혈맹관계로도 불리는 북중관계는 지난 70년간 갈등과 화해를 반복해 왔다. 북중관계에 변화가 생긴 것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부터다.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대국을 상대해야 했던 북한은 전통 우호국이자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주요 2개국(G2)인 중국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1, 2차 북미 정상회담 전에 중국을 잇달아 방문하며 중국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최근에도 올해 말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설이 제기되고 있다.
북중관계가 더는 선대의 순망치한 관계는 아니지만, 대신 서로를 ‘전략적 카드’로 활용하는 전략적 혈맹관계로 변한 것이다. 이로써 북한은 북미협상에서 중국을 든든한 뒷배로 세우고 자국에 유리한 협상 조건을 제시할 수 있게 됐고, 중국 역시 무역전쟁 등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북한 카드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한반도 문제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과 유화 정책을 적절히 운용하며 비핵화를 끌어내야 하는 한국과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든든한 후견인으로 나선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리스크이자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중국은 대외적으로 쌍궤병행(雙軌竝行,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雙中斷,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내세우며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북한을 지렛대로 이용하기를 더 바라는 눈치다.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 역시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은 사드 문제를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미국의 안보위협에 직면하게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중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과거보다 많이 줄었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현재까지는 북한이 중대한 외교 사안을 결정할 때 중국에 사전 자문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