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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중국인 이야기 <33> 백성에 재갈 물린 왕의 몰락

신하 간언에도 백성 입막고 재물 탐한 왕, 백성에 의해 쫓겨나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06 19:04:18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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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온 속 흔들리는 왕실 권위

- 융적 침입해 백성 수탈하는데
- 무능한 왕실은 대책 없이 방관
- 장자세습 전통 깨져 내부 혼란

# 향락에 빠진 왕, 백성은 뒷전

- 여러차례 흉작들어 민생 피폐
- 왕은 개인 이익 추구에만 급급
- 산·호수 독점뒤 비방하면 처형

# 백성들, 결국 들고 일어나다

- 계속된 억압에 민란 일으키자
- 왕, 황급히 황하 건너 도망치고
- 남겨진 태자는 신하 집에 피신

목왕이 붕어했다. 서역에서 돌아온 뒤로도 40여년을 더 재위에 있으며 나라가 평온했다지만 조밀하고 엄한 법이 영원한 안정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의 뒤를 아들 예호(繄扈)가 이었다. 공왕(共王)이다.
   
주나라 목왕 사후 여러 왕들이 민생을 돌보기보다 억압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백성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왕실의 권위도 흔들렸다. 탐욕을 줄이고 민생을 돌보라는 소목공의 간언을 무시했던 여왕은 급기야 기원전 841년 백성들에 의해 쫓겨났다. 왼쪽은 여왕에게 간하는 소목공, 오른쪽은 백성들에 쫓겨 도망가는 여왕을 그린 그림이다.
■법이 무슨 소용이랴, 왕실의 무능과 내부의 혼란

어느 날 공왕이 경수(涇水) 근처를 노닐 때, 해당 지역 밀국(密國)의 제후인 밀강공(密康公)이 수행하는데 그에게 세 여자가 의탁해왔다. 모두 빼어난 미인이었다. 이에 그의 어머니가 왕에게 여자들을 바치도록 권했다. 감당할 수 없는 보물을 곁에 지니고 있으면 화가 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왕실과 같은 ‘희’씨 성이었던 밀강공은 감히 왕에게 여자를 헌상하지 않았다. 1년 뒤, 왕은 군사를 일으켜 밀국을 멸하였다.

왕에게 여자를 헌상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가벼이 여겼다는 뜻일 테니 이미 왕실의 권위가 흔들리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공왕 역시 그만한 일로 제후국을 멸할 정도라면 왕실의 기반을 탄탄히 하기에는 애초부터 그른 인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망조는 계속된다.

기록할 다른 변변한 업적 없이 죽은 공왕의 뒤를 아들 간(囏)이 이었다. 의왕(懿王)이다. 이때부터 왕실의 쇠약함이 변방에까지 알려졌는지 융적이 수시로 침입해 백성을 괴롭혔다.

시인들이 시를 지어 풍자했는데, ‘집도 절도 없는 신세가 된 것은 험윤 때문일세(靡室靡家, 獫允之故)’라는 구절이 있다. 험윤은 북쪽지역을 근거로 삼던 민족으로 험윤(獫允)으로 기록되기도 하는데, 상당히 강성했다. 하지만 주의 국력에는 비할 수 없는 변방의 ‘오랑캐’였다. 그럼에도 백성은 집도 절도 없는 신세가 되는데도 왕실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무능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의왕 사후 장자 세습 전통을 깨고 동생 벽방(辟方)이 즉위하니 효왕(孝王)이다. 의미심장한 일이다. 장자세습의 전통이 깨졌다는 것은 내부의 질서가 흔들리고 있었다는 뜻이다. 결국 모든 혼란은 안에 그 씨앗이 있음이니 엄한 법 따위는 제 눈을 가릴 뿐이었다.

효왕이 세상을 떠나자 제후들은 다시 의왕의 아들을 옹립했다. 이왕(夷王)이다. 그가 죽고 아들 호(胡)가 즉위하니 바로 여왕(厲王)으로 기원전 878년의 일이다.
   
주나라 여왕의 초상. 오른쪽 사진은 현대 중국의 신문, 방송, 영화, 출판 등 언론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관리 통제하는 중국광파전시총국.
■이익을 탐하고 백성의 입을 막다

여왕은 30년 넘게 재위에 있었다. 재위 기간에 여러 차례 흉작이 들어 민생이 피폐했다. 그러나 왕은 민생을 돌보지 않고 향락과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했다.

재위 34년째인 기원전 844년, 괵공 장보(長父)와 영이공(榮夷公)을 등용했다. 그때 영이공의 경사(卿士) 등용을 반대하는 대부(大夫) 예량부(芮良夫)의 간(諫)을 요약하여 들어보자.

“왕실이 쇠약해지려 하고 있습니다. 영이공은 이익을 독점하는 것만 좋아하며 큰 재앙은 알지 못합니다. 무릇 이익이란 만물에서 생기는 것이며 천지가 고루 소유하는 것입니다. 독점하면 해가 많아집니다. 천지의 만물은 모든 사람이 같이 써야합니다. 이익을 독점하면 백성들의 분노를 초래할 수 있으니, 그 큰 재앙을 어찌하려 하십니까.”

“무릇 왕은 이익을 장려하고 개발하여 위아래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해야 합니다.”

“필부가 이익을 독점해도 도둑이라 하거늘, 왕께서 이익을 독점하려 하신다면 따르는 자도 드물게 될 것입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그러나 여왕은 영이공의 등용을 강행한다. 속내가 무엇이었을까? 향락에 왕실 재정이 바닥을 보였던지 전매제도를 실행하기 위해서였다. 예량부가 말한 독점이었다.

괵공과 영이공이 앞장섰다. 산과 숲·하천·호수를 모두 왕의 소유로 선포하고, 평민은 거기에서 고기를 잡거나 사냥을 하는 것은 물론 땔나무조차 벨 수 없게 했다. 백성의 재물을 수탈하고 가혹한 형법을 시행하기를 밥 먹듯 했다. 백성의 원한과 분노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이번에는 소목공(召穆公)이 “백성이 포악한 명령을 견디지 못하여 분노의 목소리가 크다.”고 간했다. 그러나 왕은 오히려 노여워하며 위(衛)나라의 무당을 불러 비방하는 자들을 감시하게 하고, 고발이 들어오면 죽였다. 점차 비방하는 사람들은 드물어졌으나 입 대신에 눈짓으로 서로의 뜻을 전했다. 왕은 기뻐하며 소목공에게 “내가 비방하는 자들을 모두 없애버렸소. 아무도 감히 말하지 않게 되었소” 했다.

소목공이 다시 간했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물을 막는 것보다 위험합니다. 물이 막혔다가 터지면 그 피해가 큰 것처럼 백성의 입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때문에 물을 다스리는 자는 수로를 열어서 물이 흐르게 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그들을 이끌어서 말하게 해야 합니다.”

“백성에게 입이 있는 것은 대지에 산천이 있어 거기에서 모든 재물이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백성들이 마음껏 말하도록 하면 정치를 잘 하고 못함이 다 반영되어 나옵니다. 좋은 일을 밀고 나가고 잘못된 일을 방지하는 것은 대지에서 재물과 의식을 생산하는 것과 같습니다. 무릇 백성이 입으로 말하는 것은 속으로 많이 생각하여 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그들의 입을 막으면 찬동하는 자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백성에 의해 쫓겨난 여왕

3000년 전 그때에도 이처럼 언로를 막으면 국정을 그르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권력은 우매한 통제를 반복한다. 권력에 취하는 것은 그처럼 어리석고 두려운 일이었다.

백성의 인내는 마침내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바닥을 드러냈다.

기원전 841년, 마침내 폭동을 일으켜 왕궁을 에워싼 백성들은 여왕을 죽이자며 공격해 들어갔다. 왕은 황급히 몇 사람에 둘러싸여 왕궁 밖으로 도망친 뒤 황하를 건너 체(彘:지금의 산서성 곽현(藿縣))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자식조차 돌아보지 않고 허겁지겁 여왕이 도망친 뒤, 왕궁에 남은 태자 정(靜)은 소목공의 집으로 몸을 피했다. 소문을 들은 백성들이 그냥 두려하겠는가. 당장 소목공의 집을 에워쌌다. 이때 소목공은 말한다.

“내 누차 왕께 간했지만 듣지 아니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소. 지금 태자를 내주어 죽게 한다면 왕은 나를 원수로 여기며 원망할 것이오. 대저 군주를 모시는 자는 위험에 처한다고 군주를 원망하지 않으며, 군주가 자신을 책망해도 노하지 않는 법, 하물며 천자를 섬김에랴!” 그러고는 자신의 아들을 대신 내보내 태자를 구했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이때의 반란은 정치적 목적의 반역이 아니라 억압을 견디지 못한 민란이었다. 소목공 또한 반란의 당위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식을 버려 태자를 구한 것이야 의리라 여기더라도 ‘천자를 섬김에랴!’ 운운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한계다. 아무리 천자를 중심으로 한 종법제를 만들어 체제 유지의 근본으로 삼았다지만 ‘신정(神政)’을 부인하고 ‘민본’을 근간으로 삼겠다는 왕조가 아니었나. 그리하여 각종 훈에서는 백성의 원망을 두려워해야 운운했음에도….


# 타클라마칸 녹화사업, 허접한 방사망에 정부 선전만 요란

- 원유 시추위해 도로 만든 후
- 수수초·모래 등 역군이 관리
- 10년 지나도 큰 변화 없어

   
타클라마칸 관통 고속도로 변에 사막 녹화사업을 위해 심어놓은 수소초가 10여년 세월에 제법 자랐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백색의 사막 한가운데를 남북으로 종단하는 2차선 검은 아스팔트도로, 참 경이롭다. 생리현상을 해결하라고 잠시 세운 차에서 내리면 곧바로 모래세상이다. 익숙한 해변의 모래가 아니다. 마치 밀가루처럼 고와서 손에 움켜쥐면 스르르 빠져나간다. 인삼밭에서 보던 검은색 촘촘한 그물망이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진 주먹 굵기의 나무막대를 기둥으로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도로와 모래세상 경계를 가르고 있다, 높이는 1미터 조금 넘게. 뭐지? … 세상에! 바람이 불면 순식간에 사구의 등고선을 바꾸는 모래로부터 도로를 지켜내려는 방사망(防沙網)이다. 그렇지만 너무 허접하다, 혀를 차는데 또 입이 벌어진다.

방사망 뒤 모래 세상에는 ‘수수초’라 부르는 30㎝ 정도 키의 ‘좀골담초’ 비슷한 초록색 풀이 줄지어 심어져있었다. 억센 가시넝쿨 생김새의 풀은 메마른 환경에서 가장 잘 버티는 수종이라는데 그래도 물이 아주 없으면 생장이 불가능하다. 역시 손가락 굵기의 폴리에틸렌파이프가 수수초를 따라 길게 줄지었고, 바늘구멍 같은 틈으로 안개처럼 물을 뿜어내고 있다. 사막의 스프링클러인 셈이다. 이른바 타클라마칸 녹화사업!

그렇더라도 저 허접한 방사망으로 폭풍의 모래까지 막아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 대책이 있었다. 500㎞미터가 넘은 사막도로에는 5㎞마다 빨간색 지붕을 인 파란색 작은 건물이 들어서있다. 사막의 뜨거운 태양빛을 이용하는 발전시설이고, 사람도 한 명씩 상주한다. 발전기를 관리하고, 해가 뜨면 밤사이 도로로 밀려나온 모래를 쓸어 올리고, 넘어진 방사망을 일으켜 세우고, 막힌 스프링클러의 구멍을 일일이 뚫어 사막 녹화사업을 유지하는 이들이다. 끼니는 매일 도로 양쪽 끝 마을에서 수송되는 도시락으로 해결한다니, 참으로 거룩한 녹화역군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가 있더라도 타클라마칸 녹화가 가능한 것일까? 다녀온 지 10년쯤 되었는데 수수초의 키는 좀 자랐지만 여태도 도로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고, 정부의 선전은 요란하다.

   
시작은 이랬다. 원유가 매장된 것은 아는데 수자원 없이 시추는 불가능했다. 오랜 탐사 끝에 사막 지층 200∼300m 깊이에 지하수층의 존재가 확인되었다. 마침내 사막도로를 열고 시추에 나설 수 있었다. 이제 문제는 하룻밤 사이에 모래폭풍으로 도로가 사라지는 것을 막는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타클라마칸 녹화. 일단 지하수 총량은 8㎥로 33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타클라마칸 전체를 깊이 24m의 호수로 만들 수 있는 양이란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할 것 같은데 글쎄다…. 더구나 내륙으로 향하는 파이프라인이 완성되고 나면, 모를 일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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