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얼굴에 입 주변을 새빨갛게 칠한 채 활짝 웃는 모습으로 보는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조커’ 분장이 세계 시위 현장의 중심에 섰다고 미국 CNN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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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 시위 현장에서 한 남성이 조커 분장을 한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
보도에 따르면 레바논과 이라크 예술가들은 조커 캐릭터를 시위 포스터에 등장시키거나 소셜미디어에서 활용한다. 칠레 산티아고에서는 누군가가 한 동상에 “우리 모두는 광대”라고 스프레이로 썼다. 홍콩에서는 시위자들이 집회에서 복면 착용을 금지한 정부에 대한 저항 표시로 아예 영화 속 조커처럼 차려입기도 했다.
최근 개봉한 ‘조커’는 배트맨의 숙적 조커를 확신에 찬 악당으로 그린 영화다. 호아킨 피닉스가 열연한 ‘조커’는 악당을 미화했다는 논란 속에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영화에는 불평등과 부조리에 폭발한 젊은이들이 광대 마스크를 쓰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폭동을 일으키고, 특권층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장면이 나온다.
세계 각국 시위자들의 목적과 불만은 각기 다르다. CNN은 “그럼에도 레바논 이라크 칠레 볼리비아 홍콩 스페인의 일부 시위자들이 논란이 된 영화의 사이코 킬러에게서 영감을 얻는 이유는 그들이 조커에서 자신들 모습을 봤기 때문”이라며 각국 시위자들과의 인터뷰를 전했다. 레바논의 거리 예술가 무함마드 카바니는 “조커는 바로 우리”라며 “베이루트가 새로운 고담시”라고 말했다. 영화 ‘조커’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분열되고 범죄가 만연한 1980년대 암울한 도시 고담시를 무대로 펼쳐진다. 레바논 정부가 왓츠앱 등 스마트폰 메신저에 하루 20센트(약 230원) 세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하면서 시위가 벌어지자 카바니는 쌍둥이 형제와 함께 자신들의 캘리그래피티를 활용해 조커가 화염병을 든 모습을 그리며 조커를 시위자들의 상징으로 표현했다.
심리학자 발렌티나 알바레스는 칠레에서 벌어지는 모든 시위에 가능한 한 참가하려고 한다고 CNN에 전했다. 알바레스는 지난달 24일 동료 시위자가 조커 분장을 한 채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그는 “조커는 오해받는 인물이다. 연약하고 버려졌다”며 “사회의 특권층에 포함되지 않은, 대다수 칠레인이 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주목할만한 것은 조커에 대한 해석이 열려있다는 점이다. 레바논 칠레 등의 시위자는 조커에서 자신들 모습을 발견하지만, 영국의 일부 반(反)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주의자들은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조커에 빗대기도 한다고 CNN은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