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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중국인 이야기 <40> 제나라 환공, 관중을 품다

‘노’와 전쟁해 승리한 환공… 포숙 간청으로 관중 중용하고 정사 맡겨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1-24 19:42:34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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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나라서 돌아온 소백 즉위

- 사냥 나선 폭군 양공 피살 당해
- 그의 동생 옹립하려 돌아오는 중
- 공자 규 활 공격에 죽은 척 위장

# 제나라 군주, 인재를 얻다

- 노의 퇴로 차단하고 규를 죽이자
- 포숙이 관중은 살려둘 것을 간청
- 받아들인 왕은 대부의 벼슬 내려

# 포숙과 관중의 참된 우정

- 젊었을 때부터 둘은 함께 지내며
- 가난함과 어리석음을 비난 않고
- 서로 천하에 이름을 떨치게 도와

제(齊)는 태공망 여상이 주나라 건국의 공으로 영구(營丘:현재 산동성 유방시)에 봉해지며 세워진 제후국으로, 그 후 영토를 넓히는 과정에서 조금 서쪽의 임치(臨淄:현재 치박淄博시)로 도읍을 옮겼다. 이들 지역은 산동성 중북부에 해당하는 황하 하류 유역으로 드넓은 평원의 곡창인 데다 발해만(渤海灣)이 인접해 풍부한 해산물의 혜택도 누릴 수 있었다. 태공망의 후손들이 대를 이어 서주가 쇠하고 춘추시대가 열릴 무렵에는 14대 양공(襄公)이 즉위했다. 기원전 697년이었다.

미리 밝혀둘 것이 있다. 하의 걸, 상의 주, 서주의 유왕까지 여자로 나라를 망치는 행태를 그저 후대 사가들의 빈곤한 상상력이 빚은 표절이려니 여겼다. 아무리 권력에 취했다지만 역사의 반면교사가 있지 아무렴 그 정도였을까 하는 이성으로. 그러나 비교적 당대의 기록을 기반으로 한 춘추시대의 역사에서 군주들의 무도함과 호색을 보면 그토록 명분으로 내세우던 ‘예(禮)’의 무색함에 혀를 차며 수긍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제 그 기막힌 이야기들을 만나면 오늘 우리가 혀를 차는 막장은 차라리 젊잖다 여길지도 모르겠다.
   
제환공과 관중의 만남을 그린 그림. 제환공은 한때 적이었던 관중을 용서하고, 관중은 제환공이 천하를 잘 다스린 위대한 군주가 되도록 보좌한다.
■호색하고 포악한 군주의 몰락

제 양공은 무고한 신하를 수없이 죽인 폭군인 데다 호색한이었다. 문강이라는 여동생과 일찍부터 통정했는데 노(魯)나라 환공에게 시집갔다. 어느 날 노 환공이 문강과 함께 제를 방문하자 또 불륜을 저질렀다. 이를 알게 된 환공이 문강을 크게 질책하자 그녀는 양공에게 일러바쳤다. 이에 양공은 환공을 초청해 술에 취하게 만든 뒤, 팽생(彭生)이라는 장사를 시켜 수레에 옮기는 척 안아 갈비뼈를 부러트려 죽였다. 노가 이를 비난하자 양공은 팽생을 죽여 사과를 대신하고 아예 문강을 불러들여 즐겼다.

그의 포악한 정치가 계속되자 동생들은 겁에 질려 이웃 나라로 도망쳤다. 바로 아래인 규(糾)는 어머니 나라인 노나라로 갔는데 관중(管仲)과 소홀(召忽)이 동행했다. 그 아래 동생 소백(小白)은 거(莒)나라(산동성 거현莒縣 소재)로 갔는데 포숙아(鮑叔牙)가 따라갔다.

양공은 대부(大夫) 연칭(連稱)과 관지보(管至父)를 시켜 규구 지역을 지키도록 하며 1년 뒤 교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교대 약속을 지키지 않자 두 사람은 원한을 품고 양공의 사촌 공손무지(公孫無知)를 내세워 반란을 계획했다. 무지는 양공의 아버지 이공(釐公)이 조카인 그를 아껴 태자와 같은 대우를 했는데 이에 불만을 품었던 양공이 즉위한 뒤 녹봉과 복장을 격하시킨 일로 원한을 품고 있었다.

겨울이 다가올 무렵, 사냥을 나갔던 양공이 부상을 입었다. 그 소식을 들은 무지는 연칭 등과 궁을 습격해 양공을 죽이고 즉위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무지도 옹림이란 곳에서 원한을 품고 있던 사람에게 피살되었다. 무지의 죽음이 알려지자 제는 후계 옹립을 둘러싸고 분란과 경쟁이 일었다.

대부 고혜(高傒)는 일찍부터 공자 소백과 가까웠다. 그는 국의중(國懿仲)과 같이 거(莒)에 가 있는 소백을 옹립하기로 했다. 한편 노는 의탁해있던 공자 규를 제로 보내며 관중에게 군사를 줘 소백이 거에서 돌아오는 길목을 지켜 그를 막도록 했다.

군사를 매복시켜 길목을 지키고 있던 관중은 소백 일행이 다가오자 활을 쐈다. 소백이 말에서 떨어지자 관중은 그가 죽은 것으로 생각해 노에 알렸고 규는 느긋하게 제로 향했다. 엿새가 걸려 도읍에 도착하자 아뿔싸! 죽은 줄 알았던 소백이 버젓이 살아있는 것이 아닌가. 관중의 화살이 허리띠 쇠 장식에 맞아 말에서 떨어진 것뿐이니 오히려 죽은 척 위장하고 사방을 가린 온차(溫車)를 타고 들어와 즉위했던 것이다. 그가 환공(桓公)으로 기원전 685년의 일이다.
   
‘관포지교’의 주인공인 포숙아(왼쪽)와 관중.
■환공, 죽이지 않고 살려 인재를 얻다

그해 가을, 제는 전쟁을 일으켜 건치라는 곳에서 노나라의 퇴로를 차단하고 포위했다. 환공은 노 장공(莊公)에게 편지를 썼다.

‘규는 나의 형제이니 차마 내 손으로 죽일 수 없다. 노에서 그를 죽이기 바란다. 또 관중과 소홀은 나의 적이니 욕보인 후 죽여 소금에 절이려 한다. 살려 보내라. 만약 거역하면 노를 멸망시킬 것이다.’

위기에 몰린 노는 규를 죽이고 관중과 소홀을 돌려보내기로 했다. 소홀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관중은 제로 가겠다고 했다. 이에 노의 대부 시백(施伯)이 ‘관중은 뛰어난 인물입니다. 환공이 관중을 중용하려는 것이 아닌가 염려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에 큰 위협이 될 것입니다. 죽여서 시체로 보내는 것이 상책입니다’ 간했지만 장공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공이 즉위하여 곧 노를 친 것도 적이 되면 위험한 관중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관중이 돌아온다고 알려지자 포숙이 환공에게 간했다.

‘저는 다행히 폐하를 모실 수 있었고 이제 폐하께서는 군주가 되셨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더 이상 폐하를 높여드릴 수 없습니다. 앞으로 제만 다스릴 생각이시면 재상 고혜와 저로서 충분할 것입니다. 천하를 다스리는 패자(覇者)의 포부를 품으셨다면 반드시 관중이 있어야 합니다. 그를 등용하는 나라가 천하에 군림할 것입니다. 부디 관중을 잃지 마소서.’

포숙의 간청에 마음을 돌렸다지만 환공은 영명한 군주였으니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관중 또한 일이 그리 될 것이라 예상했기에 돌아가길 청했던 바였다.

관중이 오고 있다는 소식에 포숙이 마중 나갔다. 그가 도읍 근처에 이르자 포숙은 손발을 채운 쇠사슬을 풀어주고 옷을 갈아입혀 환공에게 갔다. 환공은 그를 정중하게 예우하고 대부의 벼슬을 내려 정사를 맡겼다.
■관포지교

관중의 본명은 이오(夷吾)로 영상(潁上:안휘성 소재)에서 태어났다. 젊어서부터 포숙아와 사귀었는데 그가 관중의 현명함을 알아주었다. 관중은 가난하여 여러 차례 포숙을 속였지만 포숙은 따지지 않고 늘 잘 대해주었다. 관중의 말을 들어보자.

‘내가 가난했을 때 포숙과 장사를 한 적이 있는데 이익을 나눌 때마다 내가 더 많은 몫을 가졌지만 포숙은 탓하지 않았다. 내가 가난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 내가 포숙의 일을 봐주다가 그에게 손해를 끼쳤다. 그러나 포숙은 나를 어리석다 비난하지 않았다. 일에는 시기의 유리함과 불리함이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세 번이나 벼슬에 나갔다가 세 번 모두 군주에게 쫓겨났지만 포숙은 나를 무능하다 말하지 않았다. 내가 때를 만나지 못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 내가 세 번 싸움에 나갔다가 세 번 모두 패하여 달아났지만 겁쟁이라 비웃지 않았다. 내가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자 규가 죽임을 당하고 소홀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나는 굴욕스럽게 돌아왔다. 그럼에도 포숙은 나를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라고 욕하지 않았다. 내가 작은 일보다 천하에 이름을 떨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아주는 이는 포숙아다.’

깊고 참된 우정을 뜻하는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출전(出典)이다. 어찌 보면 관포지교의 진정한 주인공은 포숙이라 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이때까지의 관중은 비루하다 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그를 알아 긴 세월 손해에 무심하고, 지켜보며 기다리고, 마침내는 자신을 버리고 위(上)로 이끌어 능력과 뜻을 활짝 펼치게 했으니 말이다. 비루한 왕실, 탐욕스러운 제후들의 포학 속에 문드러지거나 찢어 발겨질 천하를 지켜내 하나로 되는 대륙의 영광은 그런 이들이 시작이고 중심이었다. 이제 그들이 펼칠 무대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인간의 이야기를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상식서 벗어난 중국의 행태들… 오랜 역사 속에 DNA서 비롯

- 홍콩시위·사드 사태 등 안하무인
- 그들 국민성 파악해야 대처 가능

지난 4월 3일 이른바 ‘송환법’으로 불리는 ‘범죄인인도법안’ 심의로 촉발된 홍콩시민의 반중시위는 날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이에 우리 대학생들도 그들의 투쟁에 공감해 이른바 ‘레넌 벽’이라는 자유게시판에 격려의 글로 마음의 동참을 표했다. 자유를 사랑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은 우리 모두 다르지 않기에 청년들의 행동은 참으로 자랑스럽고 함께 하지 못하는 장년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봉화의 서울 봉송 당시 중국 유학생들이 시민을 폭행하고 있다.
지난 ‘사드사태’ 이후 중국이 우리에게 보여준 행태는 졸렬하고, 우악스러운 억지에다 질기기까지 하다. 덩치 큰 나라다운 아량은커녕 국제적 상식에도 벗어난 안하무인 그 자체다. 그러니 레넌 벽에 붙은 우리 학생들의 글을 유학 중인 중국학생들이 멋대로 훼손하는 행태까지 보이는 것이다. 그 무례함으로 우리 학생들과 얼굴을 붉히고 대치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주한 중국대사관은 ‘중국학생들의 행동이 사리에 맞는 일’이라며 편들고 나서기까지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이 우리나라를 경유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던 중국인 유학생들의 난동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다른 주권국가의 수도 한복판에서 보였던 그 광포한 난동의 배경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두가 알 것이다.

   
중국 당국의 자세 변화가 없는 한 앞으로도 유사한 행태는 멈추지 않을 것이고 당장은 변화를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중국에 진출하고, 거래하던 기업인들마저 이제 중국이라면 고개부터 내젓고 외면한다. 심정은 백번 이해되지만 아주 외면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모두가 아는 바이다. 관계가 나아지더라도, 혹은 더 나빠지더라도, 우리는 중국을 얼마나 알고 시작했던지 되돌아보는 것이 필요한 까닭이다. WHY CHINA! 중국인, 그들은 왜 저처럼 보편적 상식에서 벗어난 행태를 보이고, 그 의식의 저변은 무엇일까? ‘중국인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였다. 또한 하·상·서주의 고대 이야기를 한 것도 그때부터 형성된 DNA가 오늘 중국인 의식의 원형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음 회부터 몇 가지로 정리해볼 생각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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