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최대 294만 명 투표 참여
- 민주화 이끈 젊은 후보들 약진
- 정치개혁 요구에 힘 실릴 전망
- 친중 궤멸… 시진핑 중국몽 타격
- 中, 람 경질 등 문책 인사 가능성
- 왕이 “홍콩은 中 일부 변함없어”
“불만의 쓰나미가 도시를 휩쓸어버렸다.” 세계인의 눈길이 쏠린 가운데 진행된 홍콩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선거 결과를 이렇게 묘사했다. SCMP는 “6개월 거리 시위에서 비롯된 반정부 물결이 홍콩 전역의 투표소를 휩쓸었다. 친중 진영(pro-Beijing camp)은 압도적인 패배에 충격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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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홍콩 구의원 선거 개표에서 친중국파 후보의 패배가 확실해지자 ‘범민주진영’ 후보 지지자들이 샴페인을 터뜨리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신문은 범민주 진영이 홍콩 도심과 교외, 부유층 거주 지역과 서민 거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승리를 거둬 유권자가 친중 후보를 거부하고 범민주 후보를 선호했다는 점이 선명하게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지난 6개월간 민주화 요구 시위에 적극 참여한 젊은이들이 출마해 대약진한 점도 주목했다. 신문은 “반정부 시위에 적극 참여했던 젊고, 신선한 후보들은 역사적인 구의원 선거의 주된 승리자”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6월 이후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운동을 이끈 민간인권전선 지미 샴 대표가 구의원에 당선됐다.
범민주 진영 압승과 친중파 참패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몽’ 구상이 흔들릴 가능성은 커진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앞세워 홍콩, 마카오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대만 통일까지 염두에 뒀던 시 주석의 구상이 홍콩 내 반중 정서 확대로 쉽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 주석이 홍콩 통제 강화를 언급하며 사실상 직접 개입에 나선 상황에서 친중파 몰락이라는 결과가 나와 대규모 문책성 인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전날 치러진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고 친중파가 몰락하자 적잖이 당황하면서 홍콩 사태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이번 선거에 모두 294만 명 유권자가 투표해 사실상 홍콩 민심을 보여준 점이 중국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한다. 한 소식통은 “시진핑 주석의 절대 권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간 시위대 핵심 거점인 홍콩 과기대에 대한 대규모 진압 작전으로 사실상 시위 사태가 종결 국면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해 시위대가 다시 힘을 얻어 세를 불릴 가능성이 커졌다. 시진핑 지도부는 홍콩 사태 장기화와 선거 참패 책임을 물어 캐리 람 장관 경질과 더불어 관련 인사에 대해 큰 폭의 문책 인사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주목할 점은 중국 최고지도부 가운데 홍콩 문제를 총괄하는 한정(韓正)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부총리의 문책 여부다.
그러나 한정 부총리에게 책임을 물을 경우 최종 보고를 받았던 시 주석 또한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캐리 람 장관을 경질하면서 쇄신하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홍콩 사태로, 중국이 대만에 적용하겠다고 주장하는 일국양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지지율은 야당 후보인 국민당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을 크게 앞서는 등 대만 내 반중 정서도 커지고 있다.
선거 결과는 차기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개혁 요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홍콩 선관위와 언론 집계에 따르면 452명 구의원 선거에 대한 개표 결과 범민주 진영은 388 의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친중국 진영은 겨우 60석만 얻어 참패했다. 홍콩 정치 지형에서 구의원 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452명 구의원 중 117명이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200명 선거인단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홍콩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은 직접선거가 아닌, 1200명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구의원 몫 117명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것은 진영 간 표 대결을 통해 이뤄진다. 구의원 선거에서 이긴 진영이 이를 싹쓸이한다는 얘기다.
다만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했다고 해서 친중파 후보가 선출될 수밖에 없는 현행 행정장관 선거 구조를 아예 뒤집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행정장관 선거인단 1200명은 금융, 유통, IT, 교육, 의료 등 38개에 이르는 직능별로 16∼60명씩 뽑는 직능별 선거인단과 입법회 대표 70명,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 60명, 종교계 대표 60명 등으로 이뤄진다. 홍콩 상공업계나 전인대 대표 등을 친중파가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친중파가 뽑힐 수밖에 없는 구조로 짜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여하튼 범민주 진영의 압승으로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개혁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선거와 관련해 “무슨 일이 있어도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는 입장을 이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