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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중국인 이야기 <41> 춘추 첫 번째 패자, 제 환공

환공이 정복한 노나라 땅 … 관중 조언 듣고 돌려주자 천하 제후들 감복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2-01 19:33:17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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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중, 상업을 장려하다

- 넓은 평야로 부국 환경 갖춘 ‘제’
- 어업· 소금생산 늘려 재정 쌓아
- 법으로 물가 관리… 나날이 번성

# 세금을 거두고 인재를 모으다

- 죽은 우임금 충신들의 제사 모셔
- 곡식·생선·과일 등에 과세
- 백성은 불만 없고 국고예산 채워
- 보잘것없는 재주도 대우해주니
- 천하 인물 너도나도 몰려 들어

# 환공, 제후국 우두머리 되다

- 전쟁 승리 대가로 얻은 수읍 땅
- 패국 장수 협박에 반환 약속
- 신의 지키자 제후들 맹주로 모셔

산동성 면적은 15만6700㎢로 한반도 전체보다는 작지만 남한 10만364㎢에 비하면 절반 이상이나 큰 셈이다. 춘추시대, 지금의 산동성 지역에는 제(齊)나라를 비롯해 노(魯), 등(滕), 성(郕), 조(曺), 기(紀), 거(莒) 등 십여 개가 넘는 제후국이 있었다. 그중 제는 동북쪽에 치우치기는 했어도 우리의 충청과 호남을 아우를 정도로 가장 넓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었고, 지역 대부분이 평원으로 농업 여건이 좋은 데다 긴 해안선을 면해 있어 다른 어느 제후국보다 부국이 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넓은 영토, 경제생산에 유리한 환경은 분명 강국의 여건이다. 그렇지만 지리적 조건에서 비롯된 힘만으로 천하 제후국의 진정한 리더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아직은 땅에 비해 사람이 적었고 국경에 따른 이동의 제한도 느슨했다. 그러니 인구가 유입되어 유휴지를 개간할수록 국력은 그만큼 커지는 것이었다. 요체는 정치였다. 다스리는 자를 믿고 따를 수 있으면 사람은 찾아들었고, 그런 정치는 제후 한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뛰어난 인재의 발탁과 보좌로 가능했다.
   
환공 7년 기원전 679년, 제후들이 견지에 모여 제의 환공을 맹주로 추대하는 회맹의식을 재현한 모습.
■경제가 먼저다

제 환공이 춘추시대 첫 패자라는 사실은 대부분 아는 바이다. 어떤 인물이었을까. 환공 30년의 일을 앞당겨 살펴보자.

그해, 부인 채희(蔡姬)와 함께 뱃놀이에 나섰다가 배를 심하게 흔드는 부인의 장난에 환공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도록 놀랐다. 그만하라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뱃놀이에 익숙했던 채희는 듣지 않았다. 뱃놀이가 끝나자 화를 삭이지 못한 환공은 채희를 친정인 채(蔡)나라로 내쳤다. 물론 아예 갈라설 생각은 아니었다. 그런데 채나라는 환공의 처사가 지나치다 여겨 채희를 다른 곳에 시집보냈다. 소식을 들은 환공은 군사를 일으켜 채나라를 아예 멸망시켰다.

재위 30년이었고, 채를 멸망시킬 때 다른 제후의 군사까지 소집했으니 환공의 위세가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개인적 감정으로 다른 제후국을 멸망시키는 정도의 그릇이었다. 관중, 포숙과 같은 현신(賢臣)의 보좌가 없었다면 결코 패자는 가능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관중의 정책을 살펴보자.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알고, 의식(衣食)이 풍족해야 명예와 부끄러움을 안다.’ 관중이 첫 번째로 강조한 정치의 요체였다. 뒷날 맹자가 말했다는 ‘유항산유항심(有恒産有恒心:일정한 생산이 있어야 변치 않는 마음이 있다)의 선행(先行)인 셈이다.

관중은 먼저 바다를 끼고 있는 이점을 살려 고기잡이와 소금생산을 늘렸고 상업을 장려해 교역을 늘리며 법을 만들어 물가를 조절했다.

당연히 생활은 안정되고 백성은 기뻐하며 따르니 나라의 재정 또한 쌓여갔다. 경제를 국가경영의 제1 요체로 삼은 것이다.

■거래를 유인하여 세금을 거두다

   
환공 재위 5년, 제는 노를 공격해 대승을 거뒀다. 휴전 조약체결 현장에서 노의 장군 조말이 환공을 기습해 빼앗은 땅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환공은 조말의 말을 들어주었다.
‘군주가 법도를 따르면 육친(六親:부모 형제 처자)이 결속하고, 예의염치(禮義廉恥)의 사유(四維)를 펼치면 나라가 건재한다. 수원(水源)에서 물이 흘러가듯 명(命)을 내리면 백성은 순응한다.’ 즉, 군주가 법도를 따르고 사유를 펼친다는 것은 백성이 바라는 것은 들어주고 싫어하는 것은 없애주는 것이니 백성은 굳게 결속하고, 명이 물이 흐르듯 하는 순리라면 알아듣고 따르기 쉬워 순응한다는 것이다. 다스리는 자가 법도에 솔선수범하고 나라의 정책이 억지스럽지 않으면 그 실천이 어렵지 않으니 어찌 걸림이 있겠는가.

환공이 인두세(人頭稅:사람 수에 따라 거두는 세금)로 국고를 채우는 것이 어떨지 물었다. 관중은 “그리되면 백성은 가족 수를 줄여 신고할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환공이 가축세(家畜稅)로 하면 어떤가 묻자 “그리되면 가축을 모두 죽일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다시 나무에 세금을 부과하면 어떠할지 묻자 “그때는 몇십 년을 자란 나무를 모두 벨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환공이 답답해 다른 방법을 묻자 관중은 “죽은 사람에게 세금을 내도록 하시지요”라고 답했다. 기가 막힌 환공은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며 화를 냈다.

관중은 이렇게 답했다. “지금 우임금의 현명한 다섯 신하의 제사가 끊어진 지 오래고 자식 없는 공로자의 제사도 끊어졌습니다. 그분들의 제사를 모시게 되면 곡식, 생선, 과일 등이 많이 필요해 값이 뛸 것입니다. 거기에 세금을 매기면 국고를 채울 수 있습니다.” 과연 그들의 제사가 풍성해지고 국고도 채워졌다. 저마다의 사정이 다름에도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세금을 피하고 거래를 유인하여 그 이익에 과세하자는 것이니 수익자 부담의 상생이었다.

■인재를 모으기 위해 작은 재주부터 대우하다

   
환공을 패자로 만든 일등공신인 관중. 관중은 경제를 국가경영의 제일요체로 삼았다. 관포지교라는 고사성어를 만든 포숙과의 우정은 유명하다.
관중은 환공에게 인재 등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에 따라 환공은 재주 있는 사람은 언제라도 궁궐에 찾아올 수 있도록 밤마다 궁궐 뜰 앞에 모닥불을 피워 밝혀 놓았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록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이토록 인재가 없는 것인가 환공은 혀를 찼다.

마침내 한 시골 마을의 사람이 찾아오자 환공은 반갑게 맞으며 물었다.

“그대의 재주는 무엇인가?”

시골 사람이 답했다. “저의 재주는 구구단이옵니다.”

환공은 실망하며 “그것이 어찌 재주라 할 수 있는가?”라고 묻자 그가 대답했다.

“왕께서 인재를 구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은 왕께서 워낙 현명하시니 누구도 따를 수 없다고 생각해 오지 않는 것입니다. 이에 저의 구구단은 재주가 될 수 없지만 이 정도의 재주도 대우받는다면 많은 사람이 찾아올 것이라 여겨 감히 나선 것입니다.”

환공은 “네 말이 참으로 옳다!” 말하며 그를 환대했다. 과연 그 소문이 퍼지자 오래지 않아 천하의 인재들이 궁궐로 몰려들었다.

■신의를 보이니 천하 제후들이 맹주로 추대하다

국고를 채우고 인재를 모은 환공은 재위 5년, 노를 공격해 대승을 거두었다. 노의 군주 장공(莊公)이 수읍(遂邑) 땅을 바치겠다며 휴전을 청해오자 환공은 이를 승낙하고 서로 만났다.

조약체결의 순간 한 사내가 단상으로 뛰어올라 환공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노의 장군 조말(曹沫)이었다. 제와의 전쟁에서 세 차례나 패했지만 장공은 문책하지 않고 아끼는 장수였다.

“이게 무슨 짓인가!” 환공이 호통을 치자 조말은 당당하게 말했다.

“제나라는 강하고 노나라는 약한데 강대국인 제가 자주 침범하더니 이제 제의 국경이 노의 서울에 육박하고 있소. 도에 지나친 일이니 빼앗은 땅을 모두 내놓으시오.”

환공은 일단 위급한 상황을 면하고자 그러겠노라 말했다. 조말은 즉시 비수를 던지고 단상에서 내려가 신하의 자리에 앉았는데 조금도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환공은 분통이 터져 조말을 죽이고 없었던 일로 하려 했다.
관중이 나섰다. “군주께서는 협박당해 한 말이니 번복할 수 있다 하시겠지만 약속은 약속입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신용을 잃으시면 천하 제후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습니다. 주는 것이 받는 길입니다.”

환공은 관중의 말을 따라 세 번 싸워 이긴 땅을 모두 돌려주었다. 그러자 소식을 들은 천하 제후들은 환공의 신의에 감복하여 손을 잡으려 줄을 이었다.

환공 7년인 기원전 679년, 드디어 천하 제후들은 환공을 맹주로 추대하고 견지(甄地)에서 회맹의식(會盟儀式)을 가지니 이로써 춘추 첫 번째 패자(覇者)로 등극했다.


◆문명 발전의 계기는 종교…중국인은 神 대신 천자·국가 모셔

- 中 유학생들의 무례한 행동…치밀한 조직은 계율과 같아

동아시아 대륙에서 이른바 춘추시대라는 치열한 각축전의 무대가 펼쳐지고 있던 기원전 670년 무렵, 인류 최초의 문명 발상지 중 하나인 서아시아지역에서도 국가 간에 치열한 대립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기원전 671년에는 아시리아가 그동안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이집트 25왕조를 상이집트로 몰아내고 서아시아지역 대부분을 통일했다. 그보다 더 서쪽 그리스와 로마에서도 나름의 정치체제를 구축한 채 문명발전과 더불어 지역 패권을 추구하고 있었다. 또한 중앙아시아지역 스키타이족은 탁월한 기마술을 바탕으로 한 기동전으로 수시로 그리스와 인도 북부 지역에 출몰해 농경민을 약탈하고 피바다를 이루는 살육을 저지른 뒤 사라져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모두 살아남기 위해 더 큰 힘으로 뭉쳐야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국가는 더 큰 덩치의 국가와의 대립에서 또 살아남기 위해 이기고 약탈하고 점령해야 하는 야만의 진보와 문명화 과정이었다.
   
북경의 한 미술 공간에 ‘모주석 만세’ 등의 경구가 걸려 있다. 모택동은 중국 인민에게 거의 신적인 존재다.
문명의 발전에 가장 큰 계기가 된 것은 아마 종교일 것이다. 그리스를 비롯한 서쪽에서는 제우스를 비롯한 포세이돈, 아폴론, 헤라, 아테네… 심지어는 사랑에는 여신 아프로디테, 술에까지 디오니소스라는 신이 등장해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동쪽 인도지역의 종교 브라만은 카스트라는 계단식 신분제도로 사람 간에 엄격한 차별을 두어 최하층민인 수드라 계급은 노예를 방불케 했지만 최상류 계급인 브라만을 중심으로 나름 찬란한 문명의 꽃을 피워가고 있었다. 어쨌거나 그들의 종교는 단순한 기복의 기원이 아니라 마음속으로부터의 숭배와 믿음으로 체질화, 정신화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중국에서는 이렇다 할 종교의 등장이 없었다. 산천과 조상의 영혼에 빌고 추모하는 의식은 있었지만 그것을 종교라 이를 수는 없는 일이다. 대신 천자와 나라가 그 자리를 메웠다. 이미 보았지만 천자의 허울은 벗겨진 바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천자를 버리지 않았고, 제후와 나라라는 또 다른 대안으로 따르고 복종했다.

그렇다고 대안이 반듯했던 것도 아니다. 방탕하고 무능한 군주, 가혹한 관리, 우악스러운 군대…. 아무리 참혹해도 백성은 다른 군주를 찾아 국경을 넘을지언정 다른 신을 찾지는 않았으니 결국 중국인 신은 국가인 셈이었다.

   
오늘날에도 다르지 않다. 나라의 위세에 따라 돌변하는 행태. 단순히 힘을 믿은 우쭐함의 발로일까? 아니다. 종교의 계율처럼 치밀한 조직으로 배후가 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유학생들의 그 무례한 행동에까지도. 그럼 길은 완전히 막힌 것일까? 다음 회에 이어보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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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 요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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