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왔지만 하나라는 하남성 낙하 연변의 작은 마을에 불과했고, 상나라 대에는 하남성을 비롯한 인근 몇몇 성의 주변까지 영토를 넓혔다지만 불완전한 연맹체 정도였다. 게다가 주인공은 동이족이었고 유목적 성향으로 수도를 여덟 차례나 옮길 만치 영토에 대해 그렇게 집착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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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용에 등장하는 ‘천하국가’ 구절. 중국이 천하국가라는 우월의식은 3000년을 이어오며 중국인의 의식에 각인돼 있다. |
주나라에 이르러 비로소 제후국을 봉하며 영토 확장적인 면모를 나타내지만 패권을 겨루는 무질서의 혼란이었다. 물론 뒤에 이르러 대륙이 하나로 통일되지만 특별한 점은 모든 세력이 황하 중류 하남성과 섬서성 일원을 중원(中原)이라 부르며 지향했다는 것이다.
하남성과 섬서성 일원이 황하문명의 주요 발상지임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중국 곳곳에서는 신석기시대를 전후로 다양한 문명이 태동했고, 북방의 홍산문명이나 삼성퇴, 하모도 등 장강유역 문명에서 보듯 그 일방적 우위를 가리기는 사실 어렵다.
그럼에도 특정지역을 중원으로 여겨 지향함으로써 ‘중앙’이라는 인식을 낳았고, 그 중앙을 기점으로 오랑캐라 멸시하던 사방까지 아우르는 ‘천하’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천하국가天下國家’,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이전부터 통용되던 ‘천하를 다스리는 나라’라는 인식으로 보아 무방할 것인데 이에는 지리적인 것뿐 아니라 문화적 인식도 포함하며 ‘천자’라는 개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아무튼 그렇게 천하국가라는 우월의식은 거의 3000년을 이어져 내려오며 중국인의 의식에 각인되었다가 근세에 들어서며 쇠락했다.
하지만 개혁개방 이후 다시 ‘붉은 용’으로 부활하며 천하국가라는 의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지도층의 의지는 일반 인민에까지 자부심으로 확산해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 보편적 세계인의 상식으로는 시대착오적 인식이지만 중국으로서는 되찾고 싶은 영광이고, 그로써 내부갈등을 다독이고 단합을 도모할 수 있는 프로파간다이기도 하다.
교육 및 다양한 매체를 통해 현대문명의 세례가 쏟아지지만 대다수의 중국인은 우월적, 지배적 의식에 동의하고 자부심을 느낀다. 비상식적이고, 지나쳐 횡포가 되는 행태가 언제라도 불거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이제 천하국가의 우월이나 지배는 지리적이 아니라 경제적, 문화적 개념인 세상이고 거기에서 우리의 활로를 찾을 수 있고 뚫어야 할 것이다. 다음 회에 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