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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중국인 이야기 <43> 환공의 죽음과 제의 쇠락

관중, 강태공이 장려했던 어업·염업 육성… 齊(제) 부국강병 기반 다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2-15 19:12:08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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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나라 재상 눈 감다

- 병든 관중, 환공에 차기 재상 충고
- 군주, 간언 무시하고 간신배 중용
- 관중 죽자 국력 쇠퇴·궁궐 혼란

# 패자, 재위 43년 운명 다하다

- 첩인 정희 아들 ‘소’ 태자에 책봉
- 환공 타계하자 왕자들 권력쟁탈
- 왕권 교체 빈번… 패국권위 잃어

# 제나라 경제 중심 ‘상업’

- 국고 풍족하게 만든 제1 요체
- 여성에 방직과 자수 권장하자
- 전국서 제나라 의복·신발 사용
- 영특한 노예 상술 가르쳐 중용

수백의 제후국이 있었다. 저마다 산천이 있고 사람이 있으니 어찌 웅걸이 하나둘이랴. 그사이 제(齊)가 채(蔡)를 멸했듯 강한 제후국은 약한 제후국을 병합했다. 덩치를 키운 제후들은 잠룡으로 꿈틀거렸다. 대표적으로 북쪽의 진(晉)과 서북의 또 다른 진(秦), 남쪽의 초(楚) 등이 있었지만 아직 제에는 미치지 못했다. 한편 주 왕실은 제후가 도를 넘는 위세를 부려도 질책하지 못하고 묵인이나 하는 처지에 안팎이 결탁한 위기가 닥쳤다.환공 38년, 주 양왕의 동생인 희대(姬帶)가 북방의 오랑캐 융(戎), 적(狄)과 동맹하여 주나라를 공격해온 것이다. 환공은 즉시 관중을 보내 그들을 물리치게 했다. 이에 양왕은 관중을 상경(上卿)의 예로 대접하려 했다. 관중은 머리를 조아려 사양했다. “소신은 단지 제후를 모시는 신하에 불과합니다. 과분한 자리를 받을 수 없습니다.” 관중이 세 번이나 사양하자 왕은 하경(下卿)의 예로써 치하했다.
   
제(齊)를 패자로 이끌었던 명재상 관중은 경제를 가장 우선시했다. 상업을 천하게 여기지 않고 경제의 근간으로 삼아 나라의 곳간을 채웠다. 제의 번성한 시장 상상도.
■관중, 세상을 뜨다

환공 41년, 관중이 병이 들어 자리에 눕자 환공은 급히 문병을 가 나라의 일을 상의했다.

“그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장차 누구를 재상으로 삼으면 좋겠소?” 환공이 묻자 관중이 대답했다. “그것은 군주께서 더 잘 아실 겁니다.”

이에 “그럼 역아(易牙)가 어떻소?” 묻자 “역아는 자기 아들을 죽이고 군주께 아첨한 인물입니다. 인륜을 저버린 자를 재상으로 삼으시면 안 됩니다.”

“그럼 개방(開方)은 어떻겠소?” 다시 묻자 “개방은 원래 위나라 공자이면서도 자기 군주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가족을 버렸습니다. 인간의 도리를 버린 자이니 가까이하지 마소서.”

“그렇다면 수도(竪刀)는 어찌 생각하오?” 관중은 “그는 스스로 거세(去勢)하여 군주께 아부한 자로 신임해서는 아니 됩니다”라고 답했다.

모두 입안의 혀처럼 굴어 환공의 환심을 샀지만 나라의 일을 맡길 수는 없는 자들이라는 것이었다. 특히 수도는 호색가였던 환공의 의심을 받지 않고 환심을 사기 위해 스스로 거세하고 후궁의 환관이 된 자였다.

마침내 관중이 세상을 뜨자 환공은 그의 충고를 무시하고 세 사람을 중용했다. 세 사람은 마음대로 권력을 휘둘렀고, 환공이 총기를 잃어가자 패자였던 제의 국력도 점차 소진되어갔다.

■간신의 후계 옹립이 빚은 참화

   
고대 염업 재현도.
환공은 대단한 호색가로 많은 여인을 거느렸다. 왕희, 서희, 채희 등 세 명의 부인을 두었는데 모두 아들을 낳지 못했다. 환공은 또 부인과 다름없는 애첩 6명을 두었는데 그들은 모두 아들을 낳았다. 장위희(長衛姬)는 공자(公子) 무궤(無詭)를, 소위희(少衛姬)는 뒷날의 혜공(惠公) 원(元)을, 정희(鄭姬)는 효공(孝公) 소(昭)를, 갈영(葛嬴)은 소공(昭公) 반(潘)을, 밀희(蜜姬)는 의공(懿公) 상인(商人)을, 송화자(宋華子)는 공자 옹(雍)을 각각 생산했던 것이다.

환공은 관중이 살아있을 때 그와 논의하여 정희의 소생 소를 태자로 세워둔 바였다. 그런데 환공의 총애를 받던 장위희가 중병이 들어 누워있을 때 요리사였던 역아가 맛있는 음식을 바쳐 식욕을 찾아 주고 병을 낫게 해 신임을 얻었다. 역아는 환관인 수도를 통해 환공에게도 많은 뇌물을 바쳐 신임을 얻었다. 역아와 수도는 장위희의 아들 무궤를 태자로 세우고자 했다.

기원전 643년 10월, 환공은 재위 43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역아는 즉시 궁으로 들어가 수도와 손을 잡고 수많은 대신들을 처형하고 무궤를 즉위시키려했다. 이에 태자 소는 송(宋)나라로 망명했고, 공자들은 모두 재위를 노려 무력투쟁이 펼쳐졌다.

궁 안에는 사람 하나 없는 상황이 되었고 환공의 시신은 침실에 그대로 방치되었다. 두 달이 지나고서야 무궤가 궁궐로 들어와 즉위하고, 환공의 입관이 이루어졌는데 시신에서 구더기가 끓어 방에 기어 다니는 정도였다.

그렇지만 무궤는 즉위한 지 석 달 만에 송(宋)의 힘을 빌린 태자 소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태자 소가 즉위하니 효공이었다. 그렇지만 효공 또한 오래지 않아 쫓겨나는 등 혼란이 그치지 않자 제의 국력은 급속히 약해져 이후 다시 패자의 권위를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제나라의 상업정신

   
춘추시기에 사용됐던 화폐들.
참으로 사람의 힘이 무겁다. 환공의 가장 큰 능력은 포숙아 같은 현신의 말을 받아들여 관중이라는 뛰어난 인재를 발탁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점차 교만해진 환공은 관중이 죽고 나자 아첨에 취해 아예 눈을 감아버렸고 국력은 쇠락했다. 사람(人)의 정치가 갖는 한계였다. 그럼 제를 패자로 이끌었던 관중의 정책을 좀 더 알아보자. 그가 경제를 정치의 제1 요체로 삼았다는 것은 앞서 밝힌 바이다.

본디 강태공이 제에 봉해졌을 때 땅은 소금기 품은 개펄이 많았고 사람도 적었다. 이에 강태공은 어업과 염업(鹽業)을 발전시키고 여자들에게는 방직과 자수 등의 일을 권장했다. 그러자 여러 나라 사람들이 제에서 생산된 의복과 신발을 사용하게 되었고, 사방에서 각자의 물자를 가지고 드나들어 융성했다. 그러다가 일시 쇠퇴하였으나 관중이 다시 그 일들을 정비하여 활성화했다. 관중의 말을 들어보자.

“예절이란 재부가 풍성할 때 생기는 것으로 재부가 소실되면 예절 또한 없어지는 것이다. 군자가 부유하면 그 재산으로써 은덕을 베푼다. 소인이 부유하게 되면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면서 다시 고생스럽게 노동하지 않는다. 연못이 깊어야 물고기가 생기고 산이 깊어야 짐승이 모여들 듯 사람도 부유할 때 비로소 인의가 생겨나는 것이다. 부자가 권세를 얻으면 명성이 더욱 빛나고, 권세를 잃으면 손님이 찾아오지 않게 된다. 속담에, 천금을 가진 부자의 아들은 법을 어기더라도 저잣거리에서 처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는 결코 헛된 말이 아니다. 그러므로 천하 사람들이 즐겁게 오가는 것은 모두 이익 때문이며, 어지럽게 오가는 것도 모두 이익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다.”

노골적이지만 정직하다. 당시에도 사농공상(士農工商)의 풍조는 있었다. 나라가 망하자 장사의 길에 나선 상나라 유민들에서 상인이라는 이름이 비롯되었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관중은 상업을 천하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나라 경제의 근간으로 삼았다. 물자가 유통되지 않으면 모두가 가난하지만 유통이 원활하면 모두가 풍성해지고 더불어 나라의 곡간까지 채워진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먼 뒷날의 일이지만 서한(西漢) 초기의 대상(大商)이었던 도간(刀間)이라는 자의 이야기로 제의 풍속을 더 엿보자.

제의 풍속은 노예를 낮고 비천하게 여겼지만, 오직 도간은 그들을 아끼고 중시했다. 교활하지만 총명한 노예를 다른 주인들은 경계하고 박해했지만 도간은 그들을 아끼고 중용했다. 그들에게 어업과 제염을 맡기고 장사를 가르쳐 이익을 나눠주었다. 점차 관리들과 교류까지 하게 된 노예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더욱 큰 이익을 만들었고 그로 인해 도간은 수십만 금의 거부가 되었다. 그리하여 ‘관직을 받느니 차라리 도간의 노복이 되겠다’는 말까지 돌았다.

남들이 비천하게 여기고 터부시하는 것을 자신의 이익으로 만들 줄 아는 제나라 사람들의 지혜. 오늘날 산동성이 가장 앞서 발전해나가는 DNA가 되었을까?


◆사유재산 인정과 부의 축적 장려…중국 창조·발전의 한 축

- 광활한 영토적 힘과 더불어 천체·종이 등 문화적 우위

중국이 3000여 년 동안 동아시아의 맹주로 군림한 것은 오직 영토적 힘 때문만은 아니었다. 중국은 그 긴 세월 동안 참으로 많은 것을 앞서 창조했고 문화적 우위를 과시했다. 문자 사상 철학 등 정신적인 면을 비롯하여 천체(天體) 월력(月曆) 등의 과학, 양잠 종이 자기(瓷器) 화약 등 수많은 물질 면에서 앞섰고 주변 제국(諸國)은 그 혜택를 받은 바 크다. 물론 문명은 상호교류에 의해 더욱 발전해나가는 것이니 일방적인 수혜만은 아니었지만 그 선진적 탁월함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의 오랜 문화 창조의 활력은 공산혁명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시들었다.
중국의 창조와 발전기반은 동남서북으로 다양한 환경, 박물(博物)이라는 단어로 설명되는 수많은 산물이었으니 과연 드넓은 영토의 힘이었고 그 확장에 대한 욕망은 멈출 수 없는 것이었다. 영토 확장을 위한 전쟁 또한 엄청난 피해의 이면으로는 이기기 위한 도구로 많은 기술의 이기(利器)를 만들어 창조와 발전의 한 축이 되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큰 원동력은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묵인이었다. 사농공상의 질서가 있었지만 무작정 차별하지 않았다. 부의 숭상을 비천하게 여기지 않고 장려했다. 이익을 위한 인간의 노력에 제한을 가하지 않았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영토에 대한 진취적 기상은커녕 고대 골품제의 폐단을 잇기라도 하는 것처럼 사농공상이라는 한심한 이념을 고수하며 창조의 싹을 자르던 조선의 악습이 오늘에도 제도의 제한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아무튼 중국의 그 오랜 창조의 활력은 공산혁명으로 시들었고 문화대혁명으로 완전히 말라버린 것인가 했다. 그러나 죽의 장막이 걷히자 단번에 싹을 틔우더니 금세 화려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그들과 부대끼면 어렴풋이 보이는 것이 있다. 단절에 따른 공백이다. 이를테면 자석식이나 공전식 전화기에서 곧바로 핸드폰으로 넘어가고, 라디오에서 제대로 텔레비전이나 비디오를 거치지 않고 DVD를 향유하는 데서 빚어지는 허술한 틈새 같은. 대수롭지 않을 듯싶지만, 특히 문화는 발전단계를 거스르면 그 빈틈의 영향은 의외로 크고 쉬 메워지지 않는다. 아마 ‘한류’라는 이름으로 중국인의 많은 사랑을 받는 우리 문화의 성과는 그 반동의 영향이 클 것이다. 다음 회에 좀 더 구체적으로 이어보겠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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