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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중국인 이야기 <46> 주 왕실 정통 핏줄 제후국 晋

중이, 은신 도와준 초나라에 “전쟁서 만나면 3사(90리) 후퇴” 보은 약속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05 20:08:34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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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욕 없는 중이의 유랑기

- 晋 군주 헌공 둘째 아들로 태어나
- 계모 모략 빠져 여러 제후국 방황
- 초 군주 성왕이 답례 선물 바라자
- 두 나라 전쟁 땐 진군 않겠다 말해

# 중이, 62세에 晋 재위에 오르다

- 秦 인질 晋 태자 ‘어’ 탈출 사건
- 화난 秦 군주, 중이에 군사지원
- 어와 세력 싸움 끝에 권력 잡아
- 두 번째 제후국 패자 위세 떨쳐

청해성에서 발원한 황하는 북쪽으로 물길을 돌려 내몽고를 적신 뒤 남으로 방향을 꺾어 거의 일직선으로 달리다가 섬서성의 화산(華山)을 바라보며 동으로 방향을 틀어 북쪽의 산서성과 남쪽의 하남성을 가른다.
   
진(晋) 헌공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중이는 권력싸움을 피해 여러 제후국을 방황하다 晋에 돌아와 62세에 재위에 오른다. 그가 바로 춘추5패 중 한 명인 문공이다.
그 황하가 남쪽으로 치달리는 서쪽의 섬서성과 동쪽의 산서성은 신석기시대를 비롯한 인류의 흔적이 산재한데 황하문명의 주된 터전 중 한 곳으로 주나라 역시 그 땅에서 시작되었다. 진(晋)은 그런 산서성을 주 무대로 후일 섬서성 일부에까지 뻗친 춘추전국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제후국이다.

■골육상쟁의 찬탈

진(晋)의 시조 우(虞)는 주나라 무왕의 아들로 2대 주(周) 성왕의 아우이다. 성왕이 즉위했을 때 당(唐) 땅에서 반란이 일어나 주공 단이 진압하고 우를 그곳에 봉해 이때부터 당숙우(唐叔虞)로 불렸으니 진(晋)은 왕실에 버금가는 주류 제후국이었다.

11대 문후(文侯)의 뒤를 이어 아들 소후(昭侯)가 즉위해 숙부인 성사(成師)를 곡옥(曲沃)에 봉하니 환숙(桓叔)으로 불렸다. 그런데 곡옥(현재 임분(臨汾)시)은 당시 진(晋)의 수도였던 익(翼:현재 태원(太原)시)보다 더 광대했다. 더군다나 환숙은 난빈(樂賓)을 재상으로 삼았는데 그는 사람들이 존경하는 현인이라 익이 진의 화가 될 것을 우려하는 이들이 있었다.

과연 60여 년 뒤, 환숙의 후손인 칭(称)이 익(翼)을 공격해 점령하고 획득한 보물과 진귀한 그릇을 모두 주 리왕(釐:16대)에게 바쳤다. 그러자 리왕은 칭을 진(晋)의 군주로 임명하니 무공(武公)이 되었다. 찬탈, 그것도 골육상쟁인데 왕은 뇌물을 받고 권력을 승인한 것이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기원전 676년, 무공의 뒤를 이은 헌공(獻公)은 군비를 강화하여 영토 확장에 나섰다. 5년 뒤 여융족(驪戎族)을 토벌하며 여희(驪姬)라는 여자를 얻었는데 절세의 미인인 데다 총명하여 매우 사랑했다. 여희가 아들 해제(奚齊)를 낳자 태자로 삼기 위해 헌공은 이미 태자에 책봉했던 장남 신생을 비롯하여 둘째 중이, 셋째 이오를 모두 국경 수비라는 명목으로 변방에 내쫓았다. 지난 44회에서 진(秦)의 초기 역사를 말할 때 거론되었던 그들이다. 신생은 자살하고, 헌공이 죽은 뒤 우여곡절 끝에 이오가 즉위한 것과 자신을 도와준 진(秦) 목공을 공격하다 포로가 되었으나 주 양왕의 청으로 귀국할 수 있었던 두 공자. 그럼 둘째 중이는 어떻게 되었던 것일까?

■권력을 좇지 않은 중이의 유랑

   
중이는 무려 19년동안 망명생활을 한다. 중이의 유랑생활을 묘사한 그림.
진(晋)의 당시 혼란은 여희가 자기 아들로 후계를 잇기 위해 신생 등 삼 형제가 아버지인 헌공을 독살하려 했다는 모략에 의한 것으로 사서는 기록한다. 그렇지만 본질은 미색에 빠져 판단력을 잃은 헌공의 어리석음이라 할 것이다. 어쨌거나 중이(重耳)는 어머니의 고향인 적(狄)나라로 망명했는데 그때 나이 마흔셋이었다.

다행히 중이는 망명 생활 중 다섯 명의 현명하고 충직한 측근을 얻었는데 숙부인 호언(狐偃), 조쇠(趙衰), 가타(賈佗), 선진(先軫), 위소(魏犨) 등이었다. 그런데 혜공이 된 이오는 망명간 형 중이가 자신에게 위협이 될 것을 우려하여 자객을 보냈다. 중이는 그 사실을 알고 “나는 재기를 꿈꾼 바 없는데도 일이 이리되는구나” 한탄하며 측근들에게 “적 땅에 온 지도 벌써 12년이니 이제 떠날 때가 된 모양이오” 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말했다. “내가 반드시 당신을 데리러 올 것이오. 다만 25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면 다른 좋은 사람을 만나시오.” 아내는 웃으며 답했다. “25년 뒤라면 아마 제 무덤에 큰 나무가 자라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기다리겠습니다.”

중이 일행은 제(齊)로 향했다. 다행히 환대를 받았으나 오래지 않아 제 환공이 죽고 반란과 혼란이 이어졌다. 그래도 중이는 제(齊)에서 맞은 부인과 5년여를 편히 지낸 터라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호언과 조쇠가 뽕나무 아래에서 떠날 방법을 의논하는데 나무 위에서 뽕잎을 따던 부인의 몸종이 듣고 일러바쳤다. 부인은 고자질한 몸종을 죽이고 중이에게 어서 제나라를 떠나라고 권했다. “당신은 망명객으로 소일하지만 진(晋)의 백성은 모두 당신에게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 같은 여자에 빠져 백성을 구하는 길에 나서지 않으시면 저 또한 부끄럽게 됩니다.”

그럼에도 중이는 떠날 생각을 않자 부인은 호언 등과 짜고 술에 취하게 만들어 수레에 태워 떠나보냈다. 중이가 술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국경을 넘은 뒤였다. 중이는 노발대발하며 호언을 창으로 찔러 죽이려 했다. 이에 호언은 “저를 죽이고 뜻을 이룰 수 있다면 당장 죽이십시오” 소리쳤다.

중이가 “내 실패한다면 숙부의 살을 뜯어 먹을 것이오” 하자 호언은 “제 고기는 비린내가 날 테니 먹을 수 없을 것이오” 답하며 웃었다.

■3사 후퇴의 약속

중이 일행은 조(曺)나라로 갔지만 냉대를 받고 다시 송나라로 향했다. 송 양공은 환대했지만 홍수지전에서 부상을 입은 뒤라 의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번에는 정(鄭)나라로 갔지만 냉대를 받고 초나라로 향했다.

당시 초의 군주는 성왕(成王)이었는데 왕과 같은 예우로 맞아주었다. 중이는 분에 넘치는 대우라며 사양했지만 조쇠가 “초나라는 대국이면서도 공자를 극진히 대우하고 있습니다”라며 “이는 하늘이 도와주는 것이니 사양하지 말고 받으십시오”하고 권했다.

성왕은 중이의 겸손한 태도에 농담으로 물었다. “앞으로 귀국하시게 되면 나에게는 무엇을 선물하겠소?”

“공작의 깃털, 상아, 구슬, 비단 등 온갖 진귀한 것들이 왕께도 가득할 터이니 무엇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중이의 망설임에 성왕은 “그래도 한 가지는 꼭 선물로 받고 싶소이다”라고 재차 물었다.

중이는 고민 끝에 “정 그러시다면, 만일 앞으로 어쩔 수 없이 전쟁터에서 서로 싸워야 한다면 제가 3사를 후퇴하여 은혜를 갚겠습니다”고 답했다. 당시 군대는 하루 30리를 행군하고 야영했는데 이를 1사(舍)라 했다. 그러니 3사는 3일 동안 행군하는 거리를 말하는 것이었다.

초의 장군 자옥(子玉)이 그 말을 듣고 무례하다며 죽이자고 했지만 성왕은 “지금 중이의 처지에서 그밖에 어떤 말을 할 수 있겠소”라며 말렸다.

몇 달 뒤 진(秦)에 인질로 와있던 진(晋)의 태자 어(圉)가 탈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크게 분노한 진(秦) 목공은 중이를 데려가기 위해 초로 사신을 보냈다. 성왕은 “우리 초는 중원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본국으로 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러나 진(秦)은 이웃에 있고 군주도 현명하니 따라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하고 권했다.

■62세의 중이, 문공(文公)으로 진(晋)의 주인이 되다

중이가 도착하자 목공은 다섯 공주를 부인으로 주었는데 그중에는 탈출한 어의 아내도 있었다. 중이에게는 조카며느리가 되니 주저했지만 진(秦)의 신하 계자(季子)가 “어의 나라를 토벌하시겠다면서 그 아내를 거절하시다니요. 받아들이시고 우리와 인척관계를 맺어 두심이 옳을 것입니다” 하니 받아들였다.

그해 9월, 진(晋)의 혜공(이오)이 죽고 태자 어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곧 진(晋)의 대부 난지(栾枝) 등이 몰래 찾아와 중이에게 많은 백성이 기다리고 있다며 귀국을 청했다. 이에 중이가 결심하자 목공도 군대를 빌려주며 귀국길을 도왔다. 어가 군사로 대항했지만 이미 민심은 중이 편에 있었으니 곧 무너졌다. 이로써 장장 19년간의 망명생활을 끝내고 62세의 나이로 재위에 오르니 그가 바로 자타공인 춘추5패 중 한 사람인 문공(文公)이었다.


# 빈자는 싸게, 부자는 비싸게…빈부격차 갈등 없앤 묘한 상거래 질서

- 中 가진 자들 더 쓰게 하는 상술
- 부당함 따지거나 불만 표출 없어

   
벽과 벽 사이에 지붕을 얹어 주거로 삼는 이도 있다.
빈부의 차이는 사회적 갈등의 근본 기제이다. 더구나 ‘차이’가 ‘격차’가 되면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도화선에 불붙은 화약이나 다름없다. 그에서 비롯된 우리 사회의 갈등도 아슬아슬하지만 오늘 중국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격차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실정이다. 그럼에도 막상 현지에서 느껴지는 온도는 미지근하다.

20여 년 전 벌써 베이징 시내 유명 백화점 식품마트에는 중국산 식품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해외 유명 먹거리 일색이었다. 가격은 터무니 없다 싶을 만큼 비쌌고. 몇 년 뒤에는 백화점 1층 옥외공간에 세계적인 승용차 ‘벤틀리BENTLEY‘가 견본으로 진열돼 눈길을 끌었다. 여전히 벤츠와 마차가 공존하던 시절이었고 백화점 옆길에는 구공탄 실은 소달구지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저러다가 사람들 눈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이쪽도 저쪽도 모두 덤덤했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고, 소수이니 그러려니 여겼다.

   
오늘 중국은 현(縣)급 도시만 가도 모두 마천루 경쟁을 벌이는 듯하다. 번듯한 외양의 고층아파트 단지는 기본이고 다양한 디자인의 초고층 빌딩들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렇지만 단지 바로 옆에는, 빌딩 뒤편에는 세월이 멈춘 수십 년 전 낡고 초라한 집들이 공존한다. 그렇지만 그 보편적(?) 격차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덤덤하다. 이런저런 집단행동이 불거져 당국을 긴장하게는 하지만 눈앞에 닥친 자신들의 생존이나 이익 때문인 것이 대부분이다. 부패 척결의 칼날이 매서워지는 까닭에는 그런 사태가 격차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절박함도 있을 것이다. 아파트 마당에서 책시장이 열리면 서점에 진열된 신간들이 정가의 7할 정도에 판매된다. 오래된 아파트에서는 5할, 더 허름한 동내에서는 3할의 가격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정가 판매를 하는 서점이 큰 타격을 받는 것도 아니다. 가진 정도의 차이에도 기본적인 부분은 취할 수 있는 나름의 묘한 질서인 셈이다. 물론 근본은 상술이지만 부당하다고 따지는 사람은 없다. 어느 사회나 가진 자의 여유는 있고 그런 여유가 갈등을 누그러트리지만 중국의 부자는 특별히 너그러운(?) 듯싶고 폭도 넓다. 그 진짜 속내가 무엇이든 그들의 리그는 우리의 활로가 될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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