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간 친분 나쁘지 않다고 밝혀
- 대결보단 추가 양보 얻어낼 속셈
- 美 추후 태도가 교착 돌파구 관건
북미의 긴장국면마다 돌파구 역할을 했던 ‘톱다운 해법’이 새해에는 일단 벽에 부딪힌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생일 축하 친서를 보내며 ‘올리브 가지’를 내밀자 북한이 ‘요구사항에 대한 전적 수용’을 내세우며 손을 뿌리치면서다.
 |
| 북한 조선중앙 TV가 지난 10일 공개한 기록영화에서 노트북을 보며 군 보고를 받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
특히 북한이 지난해 2월 하노이 정상회담 때처럼 제재 완화를 위해 핵시설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시 ‘공’을 미국에 넘김에 따라 미국의 태도 변화 없이는 북미 긴장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지난 11일 담화에서 한국 정부를 통해 전달된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 축하 메시지와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직접 생일축하 친서를 받았다고 확인했다. 그는 두 정상의 친분 관계가 나쁘지 않다면서도 북측의 요구가 수용돼야만 대화 테이블에 복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의 친분과 협상 재개는 다른 문제라는 의미다. 충분한 실무협상을 거치는 ‘바텀 업’ 방식보다 정상 간 직접 담판을 선호해왔던 기존 북측 태도와는 온도 차가 느껴진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12일 현 정세가 미국과의 ‘장기 대립’을 예고하고 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연말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길’로 제시한 자력에 의한 ‘정면돌파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런 논조는 김계관이 ‘제재 완화를 위해 핵 개발을 맞바꾸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유화적 제스처를 보낸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일단 ‘퇴짜’를 맞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다음 수’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김정은의 생일을 축하하자 북한은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대미)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북한이 이번 성명을 통해 외교에 대한 문을 완전히 닫아둔 것은 아니지만 북미 간 근본적인 간극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미국은 당분간 북한의 추가 고강도 도발을 막는 식으로 상황 관리에 주력하면서 대화 테이블 복귀를 위한 해법을 모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로선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셈법’을 먼저 수용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여 당분간 모멘텀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서도 김 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고 두 정상 간 ‘특별한 연락 통로’를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북한이 ‘김계관 담화’를 통해 ‘통미봉남’ 기조가 이어질 것을 예고함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비핵화 견인’을 골자로 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의 추진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김계관은 “남조선 당국은 이런 마당에 우리가 무슨 생일축하 인사나 전달받았다고 하여 누구처럼 감지덕지해 하며 대화에 복귀할 것이라는 허망한 꿈을 꾸지 말고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남측을 비방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