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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암호장비회사 배후에 CIA…한국도 거래했다

120개국과 수십 년 거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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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2-12 19:49:33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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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P 폭로… 알고 보니 CIA 소유
- 미리 프로그램 조작한 뒤 판매
- 서독 정보기관과 각국 기밀 추출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간 전 세계 정부를 상대로 암호장비를 팔아온 스위스 회사가 사실은 미 중앙정보국(CIA) 소유였으며 CIA는 서독 정보기관(BND)과 함께 손쉽게 정보를 빼내 왔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폭로했다.

이 회사의 고객이었던 국가는 120개국이 넘는데 확인된 62개국에는 한국과 일본도 포함되며 특히 1981년 기준으로 한국이 이 회사의 10위권에 드는 고객이었다고 한다.

WP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독일의 방송사 ZDF와 함께 기밀인 CIA 작전자료를 입수,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2차 대전 이후 각국에 암호 장비를 제작·판매하는 영역에서 독보적 위상을 유지한 스위스 회사 ‘크립토AG’는 사실 CIA가 당시 BND와 긴밀한 협조하에 소유한 회사였다. 크립토AG는 2차 대전 당시 미군과 첫 계약을 한 이후 전 세계 정부들과 계약하고 암호 장비를 판매해왔으며 각국은 이 암호 장비를 통해 자국 첩보요원 및 외교관, 군과 연락했다.

CIA와 BND는 미리 프로그램을 조작해둬 이 장비를 통해 오가는 각국 기밀정보를 쉽게 해제·취득할 수 있었다. 누워서 떡 먹기식으로 기밀을 취득하면서 장비 판매 대금으로 수백만 달러의 거액도 챙긴 것이다.

크립토AG의 장비를 쓴 나라는 120여 개 국에 달했으며 확인된 곳만 62개국이다. 한국 일본도 포함됐으며 앙숙인 인도·파키스탄은 물론 미국과 오래 대치해온 이란, 미국의 오랜 우방 사우디아라비아도 포함돼 있었고 바티칸도 고객 리스트에 있었다.

특히 1980년대 크립토AG의 ‘우수 고객’은 세계 분쟁지역 리스트나 다름이 없었다. 1981년을 기준으로 사우디가 이 회사의 가장 큰 고객이었으며 이란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이라크 리비아 요르단에 이어 한국이 뒤를 이었다고 WP는 전했다.

입수 문건에는 미국과 동맹국이 다른 나라를 이용해 장비 판매대금으로 돈도 받고 기밀도 빼낸 내역이 들어있으며 자칫 작전을 망치게 할 뻔한 내부 갈등도 들어있다고 한다. 이 장비를 통해 1979년 이란에서 발생한 미국인 인질 사태 당시 CIA는 이란의 이슬람율법학자들을 모니터했고 포틀랜드 전쟁 때 아르헨티나군 정보를 빼내 영국에 넘겨줄 수 있었다.

이 작전에는 애초 ‘유의어사전’이라는 뜻의 ‘Thesaurus’라는 암호명이 붙었다가 ‘루비콘’으로 바뀌었다. WP는 CIA 역사상 가장 대담한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CIA 작전사에도 “세기의 첩보 쿠데타”라는 표현이 등장한다고 한다. 미국의 주된 타깃이었던 구소련과 중국은 크립토AG의 장비를 절대 이용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 회사가 서방과 연계돼 있다고 의심했던 것이다. 그러나 CIA는 다른 나라들이 구소련 및 러시아와 연락하는 과정을 추적해 상당량의 정보를 취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설명했다.

1990년대 초에 들어서자 BND는 발각될 위험이 너무 크다고 보고 손을 뗐다. 그러나 CIA는 독일이 가졌던 지분을 사들여 작전을 이어가다가 2018년 물러섰다. WP는 CIA 내부 기관인 정보연구센터가 2004년 완성한 96쪽짜리 작전 문건과 독일 정보당국에서 2008년 편집한 구술사 등을 확보해 이날 보도를 내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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