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소 한 봉지 구하기 힘든 실정
- 전화·화상대화로 원격 진료하면
- 환자에게 총영사관서 약품 배달
- “어머니가 결정 존중해줘 감사해”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가장 심각한 중국 우한(武漢)에 남아 우리 국민의 건강을 돌보는 ‘유일한’ 한국인 의사 이상기(50·사진) 원장이 화제다. 이 원장은 “사실은 겁이 나지만, 우한에 의사 직업을 가진 한국 사람이 저 한 명밖에 없으니 남은 것”이라고 24일 연합뉴스 전화인터뷰에서 말했다.
우한에 있는 한 한중 합작 병원에서 일하던 이 원장은 애초 귀국하기 위해 지난 12일 우한발 한국 정부 3차 전세기 탑승을 신청하고 짐을 모두 꾸려 놓았다. 하지만 타지 않았다. 우한에 100명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교민이 남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현지에 남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는 “의사가 한 명이라도 남아 있으면 교민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한 마디로 우한 잔류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애초 우한총영사관 일부 공간을 빌려 교민 전담 진료소를 운영하려던 그는 우한 당국의 시민 자택 격리 조치에 따라 집에 홀로 머무르면서 화상 대화나 전화로 매일 교민들을 원격 진료하고 있다.
이 원장은 “우리 교민에게 건강 문제가 생겨 약물을 받을 때도 제가 도와 드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머니께서 놀라 잠도 못 주무시고 하루 몇 통씩 전화해 왜 (한국에) 안 들어오냐고 그러셨다. 의사로서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에 일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어머니도 받아들여 주셨다”고 덧붙였다.
3동짜리 작은 주거 단지에 살고 있는 그는 “우리 동에도 확진 환자가 있다. 사실 저도 심리적 부담이 크다. 사실은 겁도 난다. 사망 소식을 들을 때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스트레스가 커진다”고 했다. 교민을 진료하는 방식도 설명했다. 단체 채팅방에 교민이 86명 등록돼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이 대표로 등록되면, 각 대표에게 가족이 4, 5명 같이 더 있다고 보면 된다. “우한과 후베이성에 남은 교민이 200명 이상 될 것 같다. 보통 하루 4, 5가구 정도 상담해 드린다. 화상 전화로 할 때도 있고 화상 전화에 부담을 느끼시는 분은 전화로 한다.”
이 원장이 환자를 상담하고 ‘이런 약품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총영사관에서 직접 가정에 배달해 주는 시스템이다. 현지에 없는 약은 이 원장이 외교부와 의사협회에 부탁한다. “제가 구두로 요청을 드리면 외교부가 국립의료원에 의뢰해 처방전을 써 약을 받아 보내주는 방식”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원장은 식사나 생필품 조달 상황도 설명했다. 교민이나 이 원장 모두 자가 격리 때문에 자택에만 머문다. 아파트 단지 내 산책도 안 된다. 그는 “단지에서 채소 한 봉지에 얼마 식으로 공동 구매를 하는데 물량이 부족하다. 대형 할인점 등이 인터넷 주문을 받아 물건 배송을 해 주기는 하는데 품목이 많이 줄어 먹고 싶은 것은 못 먹는다”고 전했다. 그는 “총영사관에서 가져다준 신라면은 가끔 한 번씩 아껴서 먹는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현재 우한의 코로나19 상황에 관해 “고비는 넘긴 것 같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은 통제가 어느 정도 가능한데 지금은 한국이 더 걱정이다. 정부도 대구에 의료진을 투입해 집중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