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BC “감염 공포 영향 못 미쳐”
- 블룸버그 “다른 국가에 본보기”
- 라스탐파 “방역 선거 모범 사례”

세계 40개국 이상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영향으로 선거를 연기한 가운데 우리나라가 예정대로 국회의원 총선거를 하자 외신들이 집중 보도했다. ‘글로벌 방역모델’로 평가받은 한국이 ‘선거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감염병 공포가 투표 막지 못해

BBC방송은 15일 홈페이지에 “유권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투표장을 찾는다. 그들은 1ｍ씩 떨어져 줄을 서서 체온 측정과 비닐장갑 착용을 마쳐야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기표소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유권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설치한 표식에 맞춰 서서 인내심을 갖고 순서를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로라 비커 BBC 한국 특파원은 일부 비평가들이 투표가 혼돈 속에 치러질지 모른다고 우려했지만 사전투표가 차분하게 치러진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또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인 26%대를 기록했다. 감염병 공포가 투표 참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BBC는 “만 18세 유권자가 처음으로 투표권을 갖게 됐다. 세계적 대유행병도 그들의 참정권을 방해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BBC는 코로나19로 선거 유세 분위기는 상당히 바뀌었다는 소식도 전했다. 과거 선거 기간에는 후보들이 대형 스피커를 단 승합차에 올라 큰 소리로 유세하는 풍경이 펼쳐졌으나 올해는 대규모 집회 대신 마스크를 쓴 채 먼 거리에서 유권자들과 만나고 주먹이나 팔꿈치 인사로 악수를 대신했다는 것이다. 지난 1월에는 정치적 대화 내용이 ▷경기 둔화 ▷일자리 창출 ▷북한과의 대화 교착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코로나19에 대한 방역당국의 대응이 주를 이룬다며 코로나19가 유세 내용도 바꿨다고 보도했다. BBC는 “선거가 국내 재확산을 촉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한국이 팬데믹 속에 무엇이 가능한지를 또 한 번 증명하려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대선에 적용될 수 있는 모델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가 확산한 이래 가장 큰 선거가 한국에서 진행 중이다. 선거를 연기한 다른 국가 지도자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 역시 “조만간 선거를 치를 미국·홍콩·싱가포르 정부는 한국의 실험적인 투표 방식을 모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에선 15개 이상의 주가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을 미뤘다. 프랑스는 감염자 수 폭증으로 지난달 치른 지방선거 1차 투표가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자 결국 2차 투표를 연기했다. 폴란드도 내달 10일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우편투표로 진행한다. 코로나19로 선거를 연기한 국가는 최소 47개국에 달한다. CNN은 “역대 한 번도 선거를 연기한 적이 없는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역시 선거 연기의 이유가 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사망자가 미국에 이어 2위인 이탈리아의 언론은 한국이 ‘선거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일간 라스탐파는 ‘한국, 마스크 쓰고 선거 치르는 국가’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신문은 “코로나19의 비상 상황에서도 한국은 국회의원 선거를 포기하지 않았다. 한국이 전 세계가 배워야 할 ‘방역 모델’이 된 것처럼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선거를 치러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 적용될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이날 아침 뉴스 프로그램에서 “총선은 5년 임기의 후반기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유권자의 관심은 경제나 안보 문제보다 코로나19 대책에 더 쏠려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