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기업의 국내 자산이 압류됐다는 결정문을 공시송달함에 따라, 더디게 진행돼 온 전범기업 자산 매각 절차가 또 한 걸음 진척됐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은 앞으로도 절차에 전혀 협조하지 않는 방식으로 ‘지연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의 공시송달 결정에 따라 피엔알(PNR) 주식에 대한 압류명령 결정 등은 8월 4일 0시부터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 송달된 것으로 간주된다. 이는 8월 4일부터 법원이 “일본제철이 소유한 PNR 주식을 강제로 매각해 현금화하라”고 명령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채무자에게 송달된 ‘유효한 압류명령’이 채권 매각명령의 전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압류된 PNR 주식을 매각할지 결정하게 된다.
매각 방식은 다양하다. 통상, 매각 대상이 주식인 경우 법원이 집행관에게 매각 명령을 하고, 집행관이 이를 팔아 법원에 돈을 제출한다.
주식 매각이 완료되면 2005년 처음 소송을 제기한 이춘식(96) 할아버지 등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15년여 만에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기대처럼 빠르게 매각이 종료될지는 미지수다. 법조계에서는 일본 정부와 기업이 그간 보여온 태도로 미뤄 앞으로도 절차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번에 공시송달이 결정된 압류명령의 경우, 일본 외무성은 지난해 2월 해외송달요청서를 수령하고도 송달을 않다가 7월 30일에야 반송사유도 기재하지 않은 채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법원은 지난해 8월 7일 다시 송달절차를 진행했으나 일본 외무성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10개월 만에 공시송달을 결정했다.
한국인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압류 자산 매각 움직임에 대해 일본 정부는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겠다며 맞대응을 시사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사진)관방장관은 한국 법원이 압류한 일본 기업 자산 강제 매각 절차가 진행되는 것에 관해 “일본 기업의 경제 활동을 보호한다는 관점에서도 모든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계속 의연하게 대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택지의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강제 매각이 실행되는 경우 사실상의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