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밖 건물 유리창까지 박살
- 정부 “질산암모늄서 발화 추정”
- 트럼프는 “폭탄 공격으로 판단”
- 사고 무게 속 테러도 배제 못해
- 前 총리 암살 헤즈볼라 대원들
- 유엔 재판 앞둔 터라 의혹 더해
- 韓 외교부 “교민 피해 아직 없어”
4일(현지시간)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진한 회색 연기가 피어 올랐다. SNS로 유포된 동영상을 보면 항구의 한 창고에서 불이 나 뿜어져 나온 연기 사이로 폭죽 터지듯 섬광이 번쩍였다. 이 불은 바로 옆 다른 창고를 달궜고 연기가 회색에서 암적색으로 바뀌더니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터졌다. 원자폭탄이 터진 것처럼 흰 구름이 순식간에 부풀어 상승기류를 타고 버섯 모양으로 치솟았고 폭발 충격파는 베이루트 시내를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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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대폭발 사고가 일어나 연기와 불길이 치솟자 헬리콥터가 동원돼 불을 끄고 있다. AFP 연합뉴스 |
지중해 연안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 초대형 폭발 참사가 일어나 100명 이상이 죽고, 부상자가 무려 4000여 명 나왔다.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선은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안전장치 없이 장기간 대량으로 적재됐던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ammonium nitrate)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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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루트 항구 근처 거리를 깨진 유리창과 무너진 건물 잔해가 덮친 장면. AP연합뉴스 |
사고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지만, 질산암모늄 보관 사실을 아는 외부세력 개입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종의 폭탄 공격으로 판단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것이 군 당국의 판단이라는 그의 설명과 달리 정작 미국 국방 당국자들은 아직 공격의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달리, ‘폭탄 공격’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날 오후 6시께 베이루트 항구에서 두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 10㎞ 떨어진 빌딩의 유리창이 깨졌다. 빌딩이 순식간에 무너졌고, 항구 주변 상공은 거대한 검은 연기에 덮였다. 시민 왈리드 아브도(43)는 AP통신에 “핵폭발 같았다”고 밝혔다. 베이루트 시장은 “히로시마에서 일어난 폭발 같았다. 어떻게 복구할지 모르겠다”고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한 목격자는 로이터통신에 “베이루트 하늘 위로 불덩이와 연기가 피어 올랐고 사람들이 피 흘리며 소리 지르고 뛰었다. 건물에서 발코니가 떨어져 나갔고 건물 유리가 거리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SNS에는 헌혈을 요청하는 해시태그가 급속히 퍼졌다.
레바논 당국은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장기간 보관한 질산암모늄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농업용 비료인 질산암모늄은 가연성 물질과 닿으면 쉽게 폭발하는 성질이 있어 무기 제조 기본원료로도 쓰인다. 2004년 4월 북한 용천역 열차폭발사고 당시에도 질산암모늄을 실은 화물열차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디아브 총리는 회견에서 “폭발이 발생한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는 약 2750t의 질산암모늄이 아무 안전조치 없이 6년간 보관돼 있었다”고 밝혔다. 화학물질 관리 사고에 무게를 두는 뉘앙스다.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 사건에 대한 유엔 특별재판소의 판결을 불과 사흘 앞둔 시점도 주목된다. 7일 유엔 특별재판소는 2005년 하리리 전 총리 암살을 주도한 혐의로,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원 4명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이번 폭발은 경제 위기가 심각한 레바논의 혼란을 가중할 요인이 될 수 있다. 레바논은 연간 국내총생산의 170%에 이르는 국가부채와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 하락, 높은 실업률에 시달린다. 레바논은 이슬람 수니파 및 시아파, 기독교계 마론파 등 18개 종파가 얽힌 ‘모자이크 국가’이며 종파 간 갈등이 정치·사회적 문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15년간 폭발 공격만 13건에 달한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레바논에는 유엔 평화유지 활동을 위해 파견된 동명부대 280여명 외에 국민 140여명이 체류 중이다. 외교부는 아직 접수된 교민의 인명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