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대응서 드러난 허점 보완
- 한국형 전자정부 도입 제안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취임 전후로 내건 대표적 정책 중 하나는 ‘디지털청’ 신설이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극명히 드러난 일본 정부의 디지털 분야 낙후성을 극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를 위해 각 부처의 디지털 예산 관리를 일원화하고 부처별로 분산된 정보기술(IT) 시스템도 통합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각 부처와 업체 간 ‘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22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19일 디지털청 설치를 위해 조직과 정책방향 등을 검토하는 회의를 했다. 히라이 다쿠야 디지털개혁담당상은 이날 기자들에게 ‘디지털청설치준비실’을 이달 중 내각관방에 설치한다고 내비쳤다. 디지털청 설치 시기에 대해서는 “내년에는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디지털청설치준비실에는 내각관방, 총무성, 경제산업성 등 각 부처의 디지털 정책 관련 인력 40~50명이 모여 청사진을 그린다.
일본 정부는 23일 모든 각료가 참가하는 ‘디지털개혁관계각료회의’도 열 예정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정부가 디지털청을 내년 중 한시 조직으로 설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이날 보도했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20일 NHK에 출연해 “‘디지털 패전’ ‘디지털 후진국’이라는 말을 듣는 가운데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국민이 본래 누릴 수 있는 편리성을 향유하지 못하고 있어 확실히 추진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장관이 ‘디지털 패전’이라는 자조적인 용어까지 쓴 이유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디지털 분야 낙후성을 절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올해 모든 국민에게 코로나19 재난지원금으로 10만 엔(약 110만 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진행이 지연된 사례다.
애초 일본 정부는 ‘마이넘버카드’(한국의 주민등록증과 비슷한 신분증)를 보유한 국민은 온라인으로 재난 지원금 10만 엔을 신청하도록 했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신청해도 지급을 담당하는 기초자치단체가 보유한 주민 정보와 대조하면서 일일이 손으로 다시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던 탓에 우편으로 신청한 사람보다 늦게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일본 정부는 디지털 예산과 시스템의 일원화로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한다는 구상이다. 시스템을 통일하면 정부 공통 클라우드 도입도 쉬워지고 각 부처가 정보를 원활히 공유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마이넘버카드 보급률이 낮은 것도 극복 과제로 꼽힌다.
도쿄에서 정보화컨설팅기업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를 운영하는 염종순 대표는 스가 내각이 디지털 행정을 개혁하려면 각 부처가 가진 권한을 뺏어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염 대표는 메이지대 겸임강사이면서 일본 총무성 전자정부추진원이다. 그는 “부처 간 장벽을 없애고 서비스를 통일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염 대표는 각 부처와 IT 업체 간 밀착 관계를 깨는 것이 관건이라고 봤다. 게다가 전국 모든 지자체가 하나의 기간 행정시스템을 쓰는 한국과 달리 일본의 1700여 개 기초자치단체는 각각 다른 시스템을 쓴다.
염 대표는 “일본은 기초자치단체의 기간 행정 시스템 개발·유지·보수에 매년 4조 원을 쓴다”며 “한국 방식을 택한다면 어마어마한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